‘천주의 모친’ 칭호의 신학적 의미

 

I. ‘천주의 모친’ 칭호의 신학적 의미




1. Θεοτὀκοσ의 어원적 의미




우리가 흔히 ‘천주의 모친’이라고 사용하는 말은 희랍어의 Θεοτόκοσ에 어원을 두고 있다. Θεοσ(천주, 하느님)라는 단어에 τοκοσ(낳는 행위를 지칭)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형성된 단어가 Θεοτόκοσ이다. 어원적인 의미에서 이 단어의 자의적인 뜻은 ‘하느님을 낳은 자, 하느님을 출산한 자’이다. 접미사 τοκοσ는 의학적인 용어 사용에 자주 나타나는데 ‘분만’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pare’ 접미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pare’ 접미사가 붙어서 형성된 단어에는 ovipare(알을 낳다), vivipare(생명을 낳다, 새끼를 낳다), primipare(초산하다) 등이 있다.1) Θεοτόκοσ(천주의 모친)를 라틴어로 ‘Deipara’(천주의 모친)라고 번역하는 것도 이러한 어원적 의미를 살린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마리아에게 적용시킨 Θεοτόκοσ를 라틴어와 다른 외국어들은 ‘하느님을 낳으신 분’(Deipara, Dei genitrix, God-bearer, Gottesgebärerin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한국말로도 이러한 의미에 더 가까운 표현은 ‘하느님의 어머니’보다는 친모관계를 더 강조하는 ‘천주의 모친’ 혹은 ‘하느님의 모친’2)이다. 교의 역사에 있어서 동방이든 서방이든 마리아의 칭호로 ‘하느님의 어머니’(μἠτηρ Θεού, Mater Dei)를 통상적으로 사용한 것은 Θεοτόκοσ 칭호의 의미가 교의적으로 확정된 이후이다.3) 오늘날 마리아 신학에서 이 칭호의 의미를 ‘하느님을 낳으신 분’(천주의 모친)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표현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신 분’(Genitrix Dei Filii)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로 ‘천주의 모친’이라고 할 때에도 이 말은 마리아가 천주성(divinitas)의 모친이 아니라 삼위일체의 제2 위격인 ‘천주 성자의 모친’이라는 뜻이다.




2. 에페소 공의회의 가르침




가. ‘천주의 모친’(Theotokos) 칭호의 출현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가 공적인 문헌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은 알렉산드리아의 알렉산델 주교가 콘스탄티노플의 주교 알렉산델에게 보낸 편지에서이다.4) 여기서 알렉산델 주교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우스 이단을 파면시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천주의 모친’이신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셨다고 말한다. 알렉산델 주교가 아무 설명 없이 ‘천주의 모친’ 칭호를 마리아에게 부여하는 것을 보면 이 표현이 이미  그 당시에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5) 그 증거로 거의 같은 시기에 통용되던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Sub tuum praesidium)에서 그 칭호를 발견할 수 있게된다 : “천주의 성모님(Theotokos), 당신의 보호에 저희를 맡기오니 어려울 때에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마시고, 모든 위험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순결하시고 복되신 성모님!”6) 그외에도 에페소 공의회 이전에 이미 교부들 문헌에 Theotokos라는 말이 70회 정도 나온다.7)




나.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 내용과 발전




4세기 말에 거의 일상화된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는 428년 네스토리우스의 이의 제의에 의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여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이 칭호의 교의적인 의미가 선포되게 된다.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8)


‘천주의 모친’ 칭호는 ‘예수의 어머니’라는 원초적인 칭호에 대한 신앙 통찰의 열매이다. 하나의 양식에서 다른 하나의 양식에 이르기 위해 삼단논법의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을 실재화시키는 신앙체험의 과정 결과이다. 예수가 개인적인 호칭으로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려진다면 그분을 낳으신 어머니 마리아는 결국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리아는 물론 신성의 어머니는 아니다. 하느님으로서 하느님은 어머니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탄생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인간성을 제공한 자로서 육화된 말씀의 어머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육체로 마리아 안에서 태어나신 그분은 마리아의 아들(마르 6,3)이면서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비록 말가리다가 야고버에게 육체적으로밖에 출생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말가리다를 야고버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보편적인 인간체험의 경우와 같다. 왜냐하면 말가리다가 야고버라고 불리는 한 사람의 육체를 출산하였기 때문이다.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인격의 단일성 안에서 그분의 신성과 인성 사이에서 ‘속성교환의 원칙’이나 고유성의 교환을 문제로 삼는다. 여기서 ‘속성교환의 원칙’이란 그리스도의 신성에 해당하는 속성을 인간이신 그리스도께 적용하고 인간성에 해당하는 속성을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 적용할 수 있다는 교의신학의 원칙이다. 네스토리우스는 예수의 삶과 수난과 죽음 사건들이 하느님이신 말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결국 그는 교회의 공통된 전통에 반대하여 이를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리아로부터 예수가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하느님이신 말씀이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에 우리가 하느님이신 말씀과 인간이신 예수 사이에 실재적인 분리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그리스도론적인 문제이다. 이것이 네스토리우스에 의해 제기된 문제이며 이 문제 때문에 431년에 에페소 공의회를 열게된다. 그러나 ‘천주의 모친’(Theotokos) 칭호를 들러싸고 벌인 논쟁이 보여주듯이 이 문제는 마리아와도 관련이 있다. 이 칭호로 말미암아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성서의 모든 곳에서 주님의 경륜에 대해 언급할 때 거기에 나타난 탄생과 수난은 신성의 탄생과 수난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성에서 비롯된 탄생과 수난이다. 따라서 거룩한 동정녀는 그리스도의 모친(Christokos)이란 더욱 분명한 칭호로 불려야지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불려서는 안된다.”9) 여기서 네스토리우스가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와 말씀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의 인성과 말씀의 신성을 분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속성교환의 원칙’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하면서 두 그리스도를 인정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429년에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루스는 Theotokos의 타당성을 분명히 하고 430년에는 로마에서 소집된 지방 공의회가 Theotokos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네스토리우스를 단죄하기에 이른다. 로마 지방 공의회의 결의에 대한 시행 세칙을 만들도록 위촉받은 치릴루스는 네스토리우스에게 ‘12개항의 파문장’을 내리는데 첫 번째 항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진실로 임마누엘을 하느님으로 고백하지 않고 이러한 이유로 거룩한 동정녀가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고백하지 않는다면(그녀는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을 육체적으로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단죄받아야 한다.”10) 사태가 이렇게 되자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는 에페소 공의회를 소집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소집된 에페소 공의회는 네스토리우스의 이론을 점검하고 다시 단죄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새롭게 정의된 것이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루스가 네스토리우스에게 보낸 둘째 편지의 내용을 선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중에서 우리 주제 Theotokos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말씀이 육이 되셨는데 이는 이 사실 이외에 다른 것이 전혀 아니다 : 말씀은 우리와 똑같이 전적으로 피와 살에 참여하셨고 우리 육으로 당신 자신의 육을 이루셨으며 그분은 한 여인에게서 사람이 되셨다. 이는 그분이 하느님이라는 사실과 하느님으로부터 낳음을 받았다는 사실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셨던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육을 받아들이심으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곳곳에서 선포되는 분명한 신앙의 가르침이다 ; 이것이 우리가 교부들에 의해 생각된 것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 이처럼 그들은 대담하게 거룩한 동정녀를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호명한다. 이는 말씀의 본성이나 신성이 거룩한 동정녀로부터 자기 존재의 시작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영혼으로 생기를 얻은 거룩한 몸이 그녀에게서 낳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말씀은 위격에 따라 그 몸에 합치되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말씀이 육을 따라 낳음을 받았다는 것이다.”11) 치릴루스는 우선적으로 말씀이 사람이 되는 신비를 강조하면서 ‘천주의 모친’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일치(unio hypostatica)를 드러낸다. 여기서 속성교환의 원칙도 가능하게 되며 ‘말씀이 마리아의 품안에서 인간성을 취했다고 하면 속성교환의 원칙에 따라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12) 이미 사용해 오던 ‘천주의 모친’ 칭호가 에페소 공의회에서 새로이 공식적으로 천명되자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는 마리아 공경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게 되는데 이때부터 마리아에 대한 고유 전례 축일들이 발전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마리아를 기념할 때 그리스도론적인 축일의 틀 안에서 기념하였었다. 431년 이후 천주의 모친 마리아에게 봉헌된 8월 15일의 축일이 예루살렘에서 거행되기도 한다.13) 후대에 가서 이 축일은 마리의 승천 축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에페소 공의회 이후 451년 칼체돈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일치를 더욱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참 사람이요 참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원을 위하여 ‘천주의 모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 “거룩한 교부들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오직 한 분이시며 같은 아드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바이다 : 그분은 신성으로도 온전하시며 인성으로도 온전하신 동일한 분이시며, 참으로 하느님이시고 이성적인 영혼과 육체로 구성된 참 인간으로 신성으로는 아버지와 한 본체이시며 인성으로는 죄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분으로 우리와 한 본체이시다. 또한 그분은 세기가 있기 전에 신성으로 아버지에게서 나신 분이시며 마지막 날에는 우리와 우리 구원을 위하여 인성으로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신 분이시다. 그분은 오직 한 분이시며 동일한 그리스도로 아드님이시며 주님이시고, 혼돈과 변화가 없고 나뉨과 분리가 없는 두 본성으로 알려진 독생자이시다. 그분은 일치 때문에 본성들의 구별이 전혀 파기되지 않고 오히려 각각 두 본성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오직 하나의 위격(prosopon과 hypostasis)으로 모아지는 분이시다. 그분은 한 분의 그리스도가 나뉘어 쪼개지는 분이 아니시고 오래 전부터 예언자들이 그분에 대해 가르쳤고 예수 그리스도 몸소 가르치시어 교부들의 신경이 우리에게 전해준 바에 따라 그분은 오직 한 분이시며 동일한 아드님이시고 독생자이시며 하느님의 말씀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14) 우리는 여기서 ‘천주의 모친’ 마리아의 칭호가 얼마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고백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재확인하게 된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천주의 모친’ 칭호가 신앙체험의 결과에서 비롯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칼체돈 공의회의 이 선언은 ‘천주의 모친’에 대한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을 더욱 분명히 하며 완성한다. 이후부터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에 대한 교의적인 의미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앞으로 희랍 전통에서는 ‘천주의 모친’(Theotokos) 용어가 마리아를 지칭하는 주요한 용어 중의 하나로 남지만 라틴 전통에서는 약간의 의미변화가 있는데 ‘천주의 모친’(Dei genitrix)이 자주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로 대치된다. 그러나 스콜라 신학에서 ‘천주의 모친’(Dei genitrix) 용어가 더 자주 사용되지만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 용어가 사용될 때라도 두 용어는 동의어로 나타난다. 역대 공의회 문헌들이 Theotokos, Dei genitrix, Deipara, mater Christi와 같은 표현으로 생물학적 함축 의미의 용어만을 사용한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mater Dei(하느님의 어머니)를 genitrix Dei Filii(하느님의 아들의 모친)의 동의어로 분명히 표현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처음이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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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모친’ 칭호의 신학적 의미에 1개의 응답

  1. guest 님의 말:

     

    I. ‘천주의 모친’ 칭호의 신학적 의미


    1. Θεοτὀκοσ의 어원적 의미


    우리가 흔히 ‘천주의 모친’이라고 사용하는 말은 희랍어의 Θεοτόκοσ에 어원을 두고 있다. Θεοσ(천주, 하느님)라는 단어에 τοκοσ(낳는 행위를 지칭)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형성된 단어가 Θεοτόκοσ이다. 어원적인 의미에서 이 단어의 자의적인 뜻은 ‘하느님을 낳은 자, 하느님을 출산한 자’이다. 접미사 τοκοσ는 의학적인 용어 사용에 자주 나타나는데 ‘분만’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pare’ 접미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pare’ 접미사가 붙어서 형성된 단어에는 ovipare(알을 낳다), vivipare(생명을 낳다, 새끼를 낳다), primipare(초산하다) 등이 있다.1) Θεοτόκοσ(천주의 모친)를 라틴어로 ‘Deipara’(천주의 모친)라고 번역하는 것도 이러한 어원적 의미를 살린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마리아에게 적용시킨 Θεοτόκοσ를 라틴어와 다른 외국어들은 ‘하느님을 낳으신 분’(Deipara, Dei genitrix, God-bearer, Gottesgebärerin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한국말로도 이러한 의미에 더 가까운 표현은 ‘하느님의 어머니’보다는 친모관계를 더 강조하는 ‘천주의 모친’ 혹은 ‘하느님의 모친’2)이다. 교의 역사에 있어서 동방이든 서방이든 마리아의 칭호로 ‘하느님의 어머니’(μἠτηρ Θεού, Mater Dei)를 통상적으로 사용한 것은 Θεοτόκοσ 칭호의 의미가 교의적으로 확정된 이후이다.3) 오늘날 마리아 신학에서 이 칭호의 의미를 ‘하느님을 낳으신 분’(천주의 모친)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표현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신 분’(Genitrix Dei Filii)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로 ‘천주의 모친’이라고 할 때에도 이 말은 마리아가 천주성(divinitas)의 모친이 아니라 삼위일체의 제2 위격인 ‘천주 성자의 모친’이라는 뜻이다.


    2. 에페소 공의회의 가르침


    가. ‘천주의 모친’(Theotokos) 칭호의 출현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가 공적인 문헌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은 알렉산드리아의 알렉산델 주교가 콘스탄티노플의 주교 알렉산델에게 보낸 편지에서이다.4) 여기서 알렉산델 주교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우스 이단을 파면시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천주의 모친’이신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셨다고 말한다. 알렉산델 주교가 아무 설명 없이 ‘천주의 모친’ 칭호를 마리아에게 부여하는 것을 보면 이 표현이 이미  그 당시에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5) 그 증거로 거의 같은 시기에 통용되던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Sub tuum praesidium)에서 그 칭호를 발견할 수 있게된다 : “천주의 성모님(Theotokos), 당신의 보호에 저희를 맡기오니 어려울 때에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마시고, 모든 위험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순결하시고 복되신 성모님!”6) 그외에도 에페소 공의회 이전에 이미 교부들 문헌에 Theotokos라는 말이 70회 정도 나온다.7)


    나.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 내용과 발전


    4세기 말에 거의 일상화된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는 428년 네스토리우스의 이의 제의에 의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여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이 칭호의 교의적인 의미가 선포되게 된다.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8)

    ‘천주의 모친’ 칭호는 ‘예수의 어머니’라는 원초적인 칭호에 대한 신앙 통찰의 열매이다. 하나의 양식에서 다른 하나의 양식에 이르기 위해 삼단논법의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을 실재화시키는 신앙체험의 과정 결과이다. 예수가 개인적인 호칭으로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려진다면 그분을 낳으신 어머니 마리아는 결국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리아는 물론 신성의 어머니는 아니다. 하느님으로서 하느님은 어머니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탄생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인간성을 제공한 자로서 육화된 말씀의 어머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육체로 마리아 안에서 태어나신 그분은 마리아의 아들(마르 6,3)이면서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비록 말가리다가 야고버에게 육체적으로밖에 출생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말가리다를 야고버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보편적인 인간체험의 경우와 같다. 왜냐하면 말가리다가 야고버라고 불리는 한 사람의 육체를 출산하였기 때문이다.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인격의 단일성 안에서 그분의 신성과 인성 사이에서 ‘속성교환의 원칙’이나 고유성의 교환을 문제로 삼는다. 여기서 ‘속성교환의 원칙’이란 그리스도의 신성에 해당하는 속성을 인간이신 그리스도께 적용하고 인간성에 해당하는 속성을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 적용할 수 있다는 교의신학의 원칙이다. 네스토리우스는 예수의 삶과 수난과 죽음 사건들이 하느님이신 말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결국 그는 교회의 공통된 전통에 반대하여 이를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리아로부터 예수가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하느님이신 말씀이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에 우리가 하느님이신 말씀과 인간이신 예수 사이에 실재적인 분리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그리스도론적인 문제이다. 이것이 네스토리우스에 의해 제기된 문제이며 이 문제 때문에 431년에 에페소 공의회를 열게된다. 그러나 ‘천주의 모친’(Theotokos) 칭호를 들러싸고 벌인 논쟁이 보여주듯이 이 문제는 마리아와도 관련이 있다. 이 칭호로 말미암아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성서의 모든 곳에서 주님의 경륜에 대해 언급할 때 거기에 나타난 탄생과 수난은 신성의 탄생과 수난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성에서 비롯된 탄생과 수난이다. 따라서 거룩한 동정녀는 그리스도의 모친(Christokos)이란 더욱 분명한 칭호로 불려야지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불려서는 안된다.”9) 여기서 네스토리우스가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와 말씀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의 인성과 말씀의 신성을 분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속성교환의 원칙’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하면서 두 그리스도를 인정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429년에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루스는 Theotokos의 타당성을 분명히 하고 430년에는 로마에서 소집된 지방 공의회가 Theotokos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네스토리우스를 단죄하기에 이른다. 로마 지방 공의회의 결의에 대한 시행 세칙을 만들도록 위촉받은 치릴루스는 네스토리우스에게 ‘12개항의 파문장’을 내리는데 첫 번째 항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진실로 임마누엘을 하느님으로 고백하지 않고 이러한 이유로 거룩한 동정녀가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고백하지 않는다면(그녀는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을 육체적으로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단죄받아야 한다.”10) 사태가 이렇게 되자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는 에페소 공의회를 소집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소집된 에페소 공의회는 네스토리우스의 이론을 점검하고 다시 단죄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새롭게 정의된 것이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루스가 네스토리우스에게 보낸 둘째 편지의 내용을 선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중에서 우리 주제 Theotokos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말씀이 육이 되셨는데 이는 이 사실 이외에 다른 것이 전혀 아니다 : 말씀은 우리와 똑같이 전적으로 피와 살에 참여하셨고 우리 육으로 당신 자신의 육을 이루셨으며 그분은 한 여인에게서 사람이 되셨다. 이는 그분이 하느님이라는 사실과 하느님으로부터 낳음을 받았다는 사실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셨던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육을 받아들이심으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곳곳에서 선포되는 분명한 신앙의 가르침이다 ; 이것이 우리가 교부들에 의해 생각된 것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 이처럼 그들은 대담하게 거룩한 동정녀를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고 호명한다. 이는 말씀의 본성이나 신성이 거룩한 동정녀로부터 자기 존재의 시작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영혼으로 생기를 얻은 거룩한 몸이 그녀에게서 낳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말씀은 위격에 따라 그 몸에 합치되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말씀이 육을 따라 낳음을 받았다는 것이다.”11) 치릴루스는 우선적으로 말씀이 사람이 되는 신비를 강조하면서 ‘천주의 모친’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일치(unio hypostatica)를 드러낸다. 여기서 속성교환의 원칙도 가능하게 되며 ‘말씀이 마리아의 품안에서 인간성을 취했다고 하면 속성교환의 원칙에 따라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12) 이미 사용해 오던 ‘천주의 모친’ 칭호가 에페소 공의회에서 새로이 공식적으로 천명되자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는 마리아 공경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게 되는데 이때부터 마리아에 대한 고유 전례 축일들이 발전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마리아를 기념할 때 그리스도론적인 축일의 틀 안에서 기념하였었다. 431년 이후 천주의 모친 마리아에게 봉헌된 8월 15일의 축일이 예루살렘에서 거행되기도 한다.13) 후대에 가서 이 축일은 마리의 승천 축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에페소 공의회 이후 451년 칼체돈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일치를 더욱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참 사람이요 참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원을 위하여 ‘천주의 모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 “거룩한 교부들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오직 한 분이시며 같은 아드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바이다 : 그분은 신성으로도 온전하시며 인성으로도 온전하신 동일한 분이시며, 참으로 하느님이시고 이성적인 영혼과 육체로 구성된 참 인간으로 신성으로는 아버지와 한 본체이시며 인성으로는 죄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분으로 우리와 한 본체이시다. 또한 그분은 세기가 있기 전에 신성으로 아버지에게서 나신 분이시며 마지막 날에는 우리와 우리 구원을 위하여 인성으로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신 분이시다. 그분은 오직 한 분이시며 동일한 그리스도로 아드님이시며 주님이시고, 혼돈과 변화가 없고 나뉨과 분리가 없는 두 본성으로 알려진 독생자이시다. 그분은 일치 때문에 본성들의 구별이 전혀 파기되지 않고 오히려 각각 두 본성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오직 하나의 위격(prosopon과 hypostasis)으로 모아지는 분이시다. 그분은 한 분의 그리스도가 나뉘어 쪼개지는 분이 아니시고 오래 전부터 예언자들이 그분에 대해 가르쳤고 예수 그리스도 몸소 가르치시어 교부들의 신경이 우리에게 전해준 바에 따라 그분은 오직 한 분이시며 동일한 아드님이시고 독생자이시며 하느님의 말씀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14) 우리는 여기서 ‘천주의 모친’ 마리아의 칭호가 얼마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고백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재확인하게 된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천주의 모친’ 칭호가 신앙체험의 결과에서 비롯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칼체돈 공의회의 이 선언은 ‘천주의 모친’에 대한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을 더욱 분명히 하며 완성한다. 이후부터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에 대한 교의적인 의미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앞으로 희랍 전통에서는 ‘천주의 모친’(Theotokos) 용어가 마리아를 지칭하는 주요한 용어 중의 하나로 남지만 라틴 전통에서는 약간의 의미변화가 있는데 ‘천주의 모친’(Dei genitrix)이 자주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로 대치된다. 그러나 스콜라 신학에서 ‘천주의 모친’(Dei genitrix) 용어가 더 자주 사용되지만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 용어가 사용될 때라도 두 용어는 동의어로 나타난다. 역대 공의회 문헌들이 Theotokos, Dei genitrix, Deipara, mater Christi와 같은 표현으로 생물학적 함축 의미의 용어만을 사용한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mater Dei(하느님의 어머니)를 genitrix Dei Filii(하느님의 아들의 모친)의 동의어로 분명히 표현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처음이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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