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베드로의 갈등(1)

 



거센 풍랑 속에서 작은 구명보트에 몸을 실은 사람들. 그들은 누구를 위하거나 걱정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왜냐하면 옆에 있는 사람의 운명이 곧 자신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해 주었다. 박해자들의 칼날 앞에서도 형제․자매들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을 수도 있는 분들이었다. 마치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결국, 믿는다는 것은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것임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행동 없는 믿음을 가진 나에게 죽음으로 말씀하시는 것이리 나도 그렇게 하라고….




  이승훈 베드로는 최창현 요한을 걱정하는 주문모 신부님을 바라보며서 문득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배교의 연속.


이번에 시작된 박해에서 자신도 예외는 아닐텐데 이번에도 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복잡한 생각들은 이승훈 베드로를 20여년 전으로 그를 이끌었다. 이벽의 권유로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書狀官)에 임명된 부친을 따라 북경에 가 그곳의 북당에서 교리를 배운 후 그라몽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한국 최초의 영세자가 되었던 이승훈 베드로. 교리서적과 십자고상, 상본등을 갖고 귀국하여 그는 이벽, 정약전, 정약용, 권일신 등에게 세례를 베풀고 이들과 함께 한국 천주교회를 창설하였다. 그러나 1785년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집에서 종교집회를 갖던 중 관헌들에게 적발되어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




“네 이놈! 네가 집안을 말아먹을 작정이냐?”




퇴청한 이승훈의 아버지 이동욱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승훈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 불효 막심한 놈아! 네놈이 어째 형조에 끌려갔었더냐? 이 아비의 얼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겠다면 차라리 우리 가족들을 다 죽이고 천주학쟁이가 되거라. 어차피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어서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거나, 네가 우리를 죽이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아버님! 천주교는 결코 사학이 아닙니다.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나쁜 길로 빠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세상의 정도(正道)를 거스르는 것도 아니옵니다. 제가 믿는 천주교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는 종교이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옵니까?”




“네 이놈! 네놈이 창조주를 믿어서 부모와 일가친척이 몰살을 당해도 좋다는 말이냐? 천주학쟁이들은 애미․아비도 몰라본다고 하는데 네가 나라에서 금하는 천주학을 해서 애미․아비가 죽음을 당한다면 그것이 곧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너로 인해 이 애비가 벼슬을 잃는다면 그것이 이 아비를 위하는 일이겠느냐? 네 어미가 종으로 끌려가는 것이 네 어미를 위한 행동이겠느냐? 너를 낳아서 길러준 은공은 보답하지 못할망정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냐? 이놈아!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님! 그것은 조정에서 천주교를 금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지어낸 모략입니다. 어찌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를 몰라라 해서야 되겠습니까? 천주교의 계명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이 있사옵니다. 또한 임금을 몰라본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사옵니까? 다만 세상 모든 만물은 천주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우선적으로 천주님을 받아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주님을 믿는 사람들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것은 천주님 앞에서는 모든이가 평등하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이런 신분체제를 유지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서 천주교를 박해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놈아! 너는 어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더냐? 내가 천주학을 반대하는 이유는 천주학이 나빠서가 아니라 천주학을 하면 결국 멸문지화를 입으니 하는 말 아니겠느냐? 지금 이 나라에 천주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 벽파 사람들이 있더냐? 대부분 시파나 남인들이 아니더냐? 그러니 천주학쟁이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곧 유교 윤리를 받든다는 명분도 얻을 뿐더러, 반대파인 정적을 제거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 세상이 그렇게 흐르고 있거늘 네놈이 어찌 천주학을 한다는 것이냐?”




“아버님! 남자로 태어나서 자신의 소신대로 살지 못한다 함은 그것이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제가 천주님을 믿는 것을 말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네 이놈!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단 말이냐? 네놈이 이 집안을 풍지박살 나는 꼴을 보고서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여봐라 이놈을 당장 묶어라. 내가 저놈의 목을 치리라.”




그러나 추상같은 이동욱의 호령에도 하인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어느 누구 하나 이승훈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다.




“이놈들! 아들놈이 말을 안들으니 네놈들도 말을 안 듣겠다는 말이냐?”




화가난 이동욱은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칼을 들고 나왔다.




“네 이놈! 네가 천주학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내가 네 목을 치리라.”




이승훈은 엎드려 땅만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이동욱은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이승훈의 어머니가 뛰어들어서




“영감, 고정하십시오. 승훈이가 천주학쟁이던 아니던 간에 영감의 아들이 아니옵니까? 우리 아들이옵니다. 제발 고정하십시오.”




승훈의 어머니는 이동욱의 팔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부인! 이거 놓지 못하겠소. 내 저놈을 당장….”




순간 이동욱은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영감! 영감!”




“아버님! 아버님! 정신차리세요.”




이승훈은 아버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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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uest 님의 말:

     


    거센 풍랑 속에서 작은 구명보트에 몸을 실은 사람들. 그들은 누구를 위하거나 걱정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왜냐하면 옆에 있는 사람의 운명이 곧 자신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해 주었다. 박해자들의 칼날 앞에서도 형제․자매들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을 수도 있는 분들이었다. 마치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결국, 믿는다는 것은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것임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행동 없는 믿음을 가진 나에게 죽음으로 말씀하시는 것이리 나도 그렇게 하라고….


      이승훈 베드로는 최창현 요한을 걱정하는 주문모 신부님을 바라보며서 문득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배교의 연속.

    이번에 시작된 박해에서 자신도 예외는 아닐텐데 이번에도 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복잡한 생각들은 이승훈 베드로를 20여년 전으로 그를 이끌었다. 이벽의 권유로 동지사(冬至使)의 서장관(書狀官)에 임명된 부친을 따라 북경에 가 그곳의 북당에서 교리를 배운 후 그라몽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한국 최초의 영세자가 되었던 이승훈 베드로. 교리서적과 십자고상, 상본등을 갖고 귀국하여 그는 이벽, 정약전, 정약용, 권일신 등에게 세례를 베풀고 이들과 함께 한국 천주교회를 창설하였다. 그러나 1785년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집에서 종교집회를 갖던 중 관헌들에게 적발되어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


    “네 이놈! 네가 집안을 말아먹을 작정이냐?”


    퇴청한 이승훈의 아버지 이동욱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승훈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 불효 막심한 놈아! 네놈이 어째 형조에 끌려갔었더냐? 이 아비의 얼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겠다면 차라리 우리 가족들을 다 죽이고 천주학쟁이가 되거라. 어차피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어서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거나, 네가 우리를 죽이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아버님! 천주교는 결코 사학이 아닙니다.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나쁜 길로 빠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세상의 정도(正道)를 거스르는 것도 아니옵니다. 제가 믿는 천주교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는 종교이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옵니까?”


    “네 이놈! 네놈이 창조주를 믿어서 부모와 일가친척이 몰살을 당해도 좋다는 말이냐? 천주학쟁이들은 애미․아비도 몰라본다고 하는데 네가 나라에서 금하는 천주학을 해서 애미․아비가 죽음을 당한다면 그것이 곧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너로 인해 이 애비가 벼슬을 잃는다면 그것이 이 아비를 위하는 일이겠느냐? 네 어미가 종으로 끌려가는 것이 네 어미를 위한 행동이겠느냐? 너를 낳아서 길러준 은공은 보답하지 못할망정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냐? 이놈아!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님! 그것은 조정에서 천주교를 금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지어낸 모략입니다. 어찌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를 몰라라 해서야 되겠습니까? 천주교의 계명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이 있사옵니다. 또한 임금을 몰라본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사옵니까? 다만 세상 모든 만물은 천주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우선적으로 천주님을 받아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주님을 믿는 사람들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것은 천주님 앞에서는 모든이가 평등하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이런 신분체제를 유지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서 천주교를 박해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놈아! 너는 어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더냐? 내가 천주학을 반대하는 이유는 천주학이 나빠서가 아니라 천주학을 하면 결국 멸문지화를 입으니 하는 말 아니겠느냐? 지금 이 나라에 천주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 벽파 사람들이 있더냐? 대부분 시파나 남인들이 아니더냐? 그러니 천주학쟁이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곧 유교 윤리를 받든다는 명분도 얻을 뿐더러, 반대파인 정적을 제거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 세상이 그렇게 흐르고 있거늘 네놈이 어찌 천주학을 한다는 것이냐?”


    “아버님! 남자로 태어나서 자신의 소신대로 살지 못한다 함은 그것이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제가 천주님을 믿는 것을 말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네 이놈!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단 말이냐? 네놈이 이 집안을 풍지박살 나는 꼴을 보고서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여봐라 이놈을 당장 묶어라. 내가 저놈의 목을 치리라.”


    그러나 추상같은 이동욱의 호령에도 하인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어느 누구 하나 이승훈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다.


    “이놈들! 아들놈이 말을 안들으니 네놈들도 말을 안 듣겠다는 말이냐?”


    화가난 이동욱은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칼을 들고 나왔다.


    “네 이놈! 네가 천주학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내가 네 목을 치리라.”


    이승훈은 엎드려 땅만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이동욱은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이승훈의 어머니가 뛰어들어서


    “영감, 고정하십시오. 승훈이가 천주학쟁이던 아니던 간에 영감의 아들이 아니옵니까? 우리 아들이옵니다. 제발 고정하십시오.”


    승훈의 어머니는 이동욱의 팔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부인! 이거 놓지 못하겠소. 내 저놈을 당장….”


    순간 이동욱은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영감! 영감!”


    “아버님! 아버님! 정신차리세요.”


    이승훈은 아버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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