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삼의 출현

 



“그래! 네 놈도 천주학쟁이렸다!”


……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선택. 귓전에 울리는 날카로운 한성부사의 질문을 우리는 삶 안에서 자주 받는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물론 당연히 그렇다고 말해야 하지만 나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회피하거나 남을 걸고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만 피해보면 그만인 것을 남도 꼭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찌하리. 그것이 나약한 의지를 가진 인간의 모습인 것을…




임대인 토마스는 자신이 신앙인임을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게 된다.




“그-그러하옵니다.”




“그래! 그럼 이 상자는 누구의 것이더냐?”




“……”




“네 이놈!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느니라!”




“저-정 약종 어르신의 상자이옵니다.”




“정약종이라…”




그는 즉시 포도대장 이유경에게 이 일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엄청난 살상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고 있는 포도대장 이유경은 그 문제를 더 조사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로 반대파들의 탄핵에 의해 포도대장 이유경은 파면 당하고 신대현이 후임 포도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도 옥에 가득 차 있는 신자들을 대부분 석방하고 최필공 토마스, 최 필제 베드로, 최창현 요한, 임대인 토마스 네 교우만 붙잡아 두었다. 그와 동시에 포도대장 신대현은 천주교 신자들의 체포를 중단시켰다.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해자들 뿐만 아니라 천주교인들 중에도 동료를 팔아서 자신의 허영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여삼이었다. 그도 형제들과 함께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는데 형제들의 엄한 꾸중과 권고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만 향하였다.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 돈이 필요하자 그는 신자들에게 돈을 뜯어내었다. 이안정이라는 교우가 있었는데 그는 김여삼과 같은 고향 사람이었기에 어려울 때마다 김여삼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요구하는 김여삼을 고마움을 모르고 더욱 못살게 굴었다.




“여보게 정안 형제! 나 좀 도와주게. 천주님 안에 우리는 한 형제 아닌가? 형제끼리는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나? 내가 돈이 없으니 돈 좀 주게나. 나 같은 사람 안 도와 주면 누굴 도와주겠나?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만 도와주면 나도 열심히 일함세.”




가증스러운 김여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이안정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여삼이!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자네는 허구한날 술 먹고 놀기만 하고 신자들의 피를 뽑아서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자네를 도와주는 것이 애긍희사란 말인가? 이 어려운 시기에 다른 형제들이 배불리 먹으면서 자네를 도와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조금씩 아껴가면서, 덜 먹어가면서 자네를 도와주었지 않은가? 내가 자네에게 준 돈도 얼마나 많은가? 자네가 ”이번이 마지막 부탁일세“라고 말한 것이 몇 번인 줄 아는가?”


이 글은 카테고리: catholicdata2020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김여삼의 출현에 1개의 응답

  1. guest 님의 말:

     


    “그래! 네 놈도 천주학쟁이렸다!”

    ……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선택. 귓전에 울리는 날카로운 한성부사의 질문을 우리는 삶 안에서 자주 받는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물론 당연히 그렇다고 말해야 하지만 나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회피하거나 남을 걸고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만 피해보면 그만인 것을 남도 꼭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찌하리. 그것이 나약한 의지를 가진 인간의 모습인 것을…


    임대인 토마스는 자신이 신앙인임을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게 된다.


    “그-그러하옵니다.”


    “그래! 그럼 이 상자는 누구의 것이더냐?”


    “……”


    “네 이놈!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느니라!”


    “저-정 약종 어르신의 상자이옵니다.”


    “정약종이라…”


    그는 즉시 포도대장 이유경에게 이 일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엄청난 살상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고 있는 포도대장 이유경은 그 문제를 더 조사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로 반대파들의 탄핵에 의해 포도대장 이유경은 파면 당하고 신대현이 후임 포도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도 옥에 가득 차 있는 신자들을 대부분 석방하고 최필공 토마스, 최 필제 베드로, 최창현 요한, 임대인 토마스 네 교우만 붙잡아 두었다. 그와 동시에 포도대장 신대현은 천주교 신자들의 체포를 중단시켰다.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해자들 뿐만 아니라 천주교인들 중에도 동료를 팔아서 자신의 허영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여삼이었다. 그도 형제들과 함께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는데 형제들의 엄한 꾸중과 권고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만 향하였다.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 돈이 필요하자 그는 신자들에게 돈을 뜯어내었다. 이안정이라는 교우가 있었는데 그는 김여삼과 같은 고향 사람이었기에 어려울 때마다 김여삼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요구하는 김여삼을 고마움을 모르고 더욱 못살게 굴었다.


    “여보게 정안 형제! 나 좀 도와주게. 천주님 안에 우리는 한 형제 아닌가? 형제끼리는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나? 내가 돈이 없으니 돈 좀 주게나. 나 같은 사람 안 도와 주면 누굴 도와주겠나?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만 도와주면 나도 열심히 일함세.”


    가증스러운 김여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이안정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여삼이!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자네는 허구한날 술 먹고 놀기만 하고 신자들의 피를 뽑아서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자네를 도와주는 것이 애긍희사란 말인가? 이 어려운 시기에 다른 형제들이 배불리 먹으면서 자네를 도와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조금씩 아껴가면서, 덜 먹어가면서 자네를 도와주었지 않은가? 내가 자네에게 준 돈도 얼마나 많은가? 자네가 ”이번이 마지막 부탁일세“라고 말한 것이 몇 번인 줄 아는가?”

guest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