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합사건(1)

 



스승의 말씀도 맞는 말씀이었다. 박해가 지나간 다음 흩어진 교회를 이끌어나갈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박해가 지나가기를 숨어서 기다린다는 것이 혈기왕성한 황사영 알렉산델에게는 현명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나이든 사람들의 행동은 보수적이고 안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데서 오는 판단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해보면 좋을 텐데. 저렇게 하면 좀더 발전이 있을 텐데.’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 또한 젊었을 적에 그렇게 생각 안 해본 것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런 방법들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그것을 못하게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것보다는 젊은 시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는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좀더 깊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황사영 알렉산델은 자신의 뜻을 접고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황사영 알렉산델은 스승에게 큰 절을 올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자네가 바로 이 교회의 기둥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이 박해가 지난 다음 자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게”




“스승님! 명심하겠사옵니다.”


“어서 떠나게. 남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도록 행동하고, 낮에 움직일 때에는 상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게야.”




“스승님도 조심하십시오.”


“내 걱정은 하지 말게. 벌써 천주님께서 정해놓으셨거늘 자네와 내가 걱정한다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자네도 모든 행동을 천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사영 알렉산델을 배웅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근심 어린 눈빛으로 그의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이지 않을 즈음에야 비로소 그는 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제자 황사영 알렉산델. 그는 바로 교회의 미래였기에 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근심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가 사랑하는 제자요, 한 형제이기에 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주님께서 부르셨으니 천주님께서 쓰시겠지.”


약종 아우구스티노는 이 말을 되뇌었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내적 침묵을 깨는 소리가 아들 철상 가롤로로부터 들려왔다.




“아버님! 소자 가롤로이옵니다!”




“그래! 들어오너라.”




“아버님! 어제 필립보 형제의 집에서 사람이 왔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맡겨두신 상자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박해가 시작된 이 마당에 그 상자를 집에 두기가 무척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서 그 상자를 옮겨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하긴 그곳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




“그런데 아버님! 그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사옵니까?”




“가롤로야! 그 상자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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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uest 님의 말:

     


    스승의 말씀도 맞는 말씀이었다. 박해가 지나간 다음 흩어진 교회를 이끌어나갈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박해가 지나가기를 숨어서 기다린다는 것이 혈기왕성한 황사영 알렉산델에게는 현명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나이든 사람들의 행동은 보수적이고 안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데서 오는 판단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해보면 좋을 텐데. 저렇게 하면 좀더 발전이 있을 텐데.’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 또한 젊었을 적에 그렇게 생각 안 해본 것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런 방법들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그것을 못하게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것보다는 젊은 시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는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좀더 깊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황사영 알렉산델은 자신의 뜻을 접고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황사영 알렉산델은 스승에게 큰 절을 올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자네가 바로 이 교회의 기둥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이 박해가 지난 다음 자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게”


    “스승님! 명심하겠사옵니다.”

    “어서 떠나게. 남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도록 행동하고, 낮에 움직일 때에는 상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게야.”


    “스승님도 조심하십시오.”

    “내 걱정은 하지 말게. 벌써 천주님께서 정해놓으셨거늘 자네와 내가 걱정한다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자네도 모든 행동을 천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사영 알렉산델을 배웅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근심 어린 눈빛으로 그의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이지 않을 즈음에야 비로소 그는 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제자 황사영 알렉산델. 그는 바로 교회의 미래였기에 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근심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가 사랑하는 제자요, 한 형제이기에 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주님께서 부르셨으니 천주님께서 쓰시겠지.”

    약종 아우구스티노는 이 말을 되뇌었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내적 침묵을 깨는 소리가 아들 철상 가롤로로부터 들려왔다.


    “아버님! 소자 가롤로이옵니다!”


    “그래! 들어오너라.”


    “아버님! 어제 필립보 형제의 집에서 사람이 왔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맡겨두신 상자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박해가 시작된 이 마당에 그 상자를 집에 두기가 무척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서 그 상자를 옮겨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하긴 그곳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


    “그런데 아버님! 그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사옵니까?”


    “가롤로야! 그 상자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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