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자와 독자, 집필장소와 연대 : 루가복음서를 쓴 사람이 사도행전도 집필하였다. 우리는 필자의 이름조차 밝힐 수 없으나 그의 됨됨이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는 그리스 어문을 제법 익힌 이방계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리고 사도행전 9:13-28에서 바울로의 개심과 전도활동을 상세히 기술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필자는 전에 바울로가 전도했었던 지역에서 생활하고 집필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지만 그가 바울로의 서간을 입수하여 참고했다는 흔적은 사도행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자기가 살면서 집필하던 고장에서 바울로의 생애와 활약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수집한 것 같다. 편의상 이제부터 필자를 루가(Lucas)라 하겠다. 루가복음서의 독자들처럼 사도행전의 독자들 역시 주로 이방계 그리스도인이었었을 것이다. 집필 장소로는 지중해 여러 곳이 거론되고 있으나 바울로의 전도활동 지역들 중 어느 한 곳에서 집필했으리라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집필 연대는 비교적 자세히 밝힐 수 있다. 루가는 복음서를 쓰고 난 다음에 그 후속편으로 사도행전을 썼다(사도 1:1-2). 루가 복음서 집필 상한 연대가 서기 70년이므로(200주년 신약성서 ≪루가복음서≫, 10면), 사도행전도 70년 이후에 집필되었다, 그런가 하면 125년경 베드로 후서가 집필될 무렵에는 이미 사도 바울로의 서간들이 수집되어 널리 알려지고 구약성경과 같은 권위를 지니게 되었는데(베드 3:15-16) 사도행전 작가가 바울로의 서간들을 전연 참고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그는 아무리 늦어도 125년 이전에 사도행전을 집필했다 하겠다. 학계의 통설에 따라 80-100년에 집필되었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2. 사료 : 루가가 복음서를 집필할 때는 마르코 복음서, 예수어록, 특수 사료를 이용하였다(200주년 ≪루가복음서≫, 10-17면 참조). 그러면 사도행전을 집필할 때는 어떤 종류의 사료를 수집, 이용했을까. 구전으로 전해 오던 단편 전승들을 주로 모았을 것이지만 더러는 문헌들도 참고한 것 같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헌을 수집해서 사도행전 어느 문단에 활용했는지 밝혀내기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사도행전 출전문제를 두고 신약학계의 견해가 서로 엇갈리게 마련이다, 아마도 열 두 사도 명단(1:13), 일곱 봉사단 명단(6:1-6), 안티오키아 교회의 교직자 명단(13:1-3), 그리고 예루살렘과 안티오키아 교회 이야기 가운데 일부, 베드로와 바울로 행적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문헌을 참고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바울로가 세 차례에 걸쳐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전도한 사실(13:1-3), 그리고 예루살렘과 안티오키아 교회 이양기 가운데 일부, 베드로와 바울로 행적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문헌을 참고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바울로가 세 차례에 걸쳐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전도한 사실(13:1-21:16),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성전에서 체포된 사실(21:17-36)을 다루는 문단은 일종의 “여행기”를 옮겨 쓴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에 동조하는 주석가들도 많지만(티벨리우스, 큄멜, 필하우어) 반대하는 주석가들도 적지 않다(헨헨, 콘첼만, 플뤼마허). 따라서 지금의 연구단계에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리고 바울로가 제2차 전도여행 중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간 때부터 생애 말엽에 이르러 로마로 압송된 때까지의 이야기에 ‘우리’가 바울로를 동행했다는 기사가 네 차려나 거듭되는 사실을 유념할 것이다(16:10-17, 20:5-15, 21:1-18, 27:1-28:16). 신약학계 일각에서는 ‘우리’ 기사를 두고 사도행전 필자의 목격담이라고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바울로를 따라 다니면서 미리 적어 둔 목격담을 사도행전 집필 때 참조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사도행전 필자가 바울로를 동행하지 않은 사실이 분명한 이상, ‘우리’ 기사가 제삼자의 목격담일 수는 있을지언정 필자 자신의 목격담이 아닌 것만은 확실시된다.
3. 편집사상 ① 구조 ㉮ 머리말(1:1-5) : 루가는 요한 세례자의 잉태예고(1:5 이하) 내지 활동초기부터(3:1 이하) 예수께서 부활하신 다음 40일 동안 제지들에게 나타나고 마침내 승천하신 때까지를 소재로 하여 복음서를 집필한 바 있다. 이제 그 후속편으로 예수께 승천하신 때부터 로마에서 복음이 선포되기까지를 소재로 하여 사도행전을 집필했다고 한다.
㉯ 교회 창립준비(1:6-26) : 예수께서 승천하시고 또한 사도들이 마티아의 보선으로 사도단을 충원하여 교회 창립을 준비한다.
㉰ 교회 창립과 예루살렘 전도(2:1-8, 3장) : 오순절에 성령이 내림으로써 그리스도 교회가 창립된다(2:1-13). 이어서 열두 사도들은 베드로를 대변자로 앞세워 예루살렘의 유태인들에게 예수 사건을 증언한다(2:14-5:42). 동시에 일곱 봉사자들이 사도들에게 협조하다가 모진 박해를 받으며 그들의 대변자인 스테파노는 순교한다(6:1-8:3).
㉱ 사마리아, 유대, 안티오키아 전도(8:4-12:25) : 예루살렘에서의 박해를 피해 뿔뿔이 흩어진 봉사자들이, 특히 필립보가 사마리아와 유대지방에서 전도한다(8장). 바울로는 다마스커스 교회를 박해하러 가다가 갑자기 그리스도인이 된다(9:1-31). 베드로는 유대지방에서 전도한 다음(9:32-43) 가이사리아로 가서 로마군 백부장 고르넬리오 일가를 교회에 받아들인다(10:1-11:18). 일곱 봉사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안티오키아에 교회를 세운다(12:19-26).
㉲ 키프로스, 터키, 그리스 전도(13:1-21, 16장) : 바울로는 대략 36-58년 사이에 주로 키프로스, 터키, 그리스 지방의 이방인들을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전도여행을 한다.
㉳ 로마전도(21:17-28:31) : 바울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체포되어 카이사리아에서 두 해가 넘도록 미결수로 옥고를 치른 다음 마침내 황제의 재판을 받으러 로마로 압송된다. 비록 미결수로서 가택에 연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를 찾아오는 로마 시민들에게 활발히 전도한다(28:30-31). 그리하여 제국의 수도인 로마까지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압도된다.
②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 : 루가에 의하면, 율법과 예언자들은 구원을 예고했고 예수께서는 그것을 완성하셨다. 이제 교회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룩된 구원을 예고했고 예수께서는 그것을 완성하셨다. 이제 교회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룩된 구원을 온 세상에 증언한다(200주년 ≪루가복음서≫ 해제 18-19면 참조). 교회의 사명을 밝히는 중요한 대목들은 다음과 같다.
“기록되어 있기를,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며,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모든 민족에게 그의 이름으로 죄사함을 위한 회개가 선포된다고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이 일들의 증인들입니다. 두고 보시오. 나는 내 아버지의 약속을 여러분에게 보내겠습니다”(루가 24:46-49).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내릴 성령의 능력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뿐 아니라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들이 될 것입니다”(사도1:8).
“주 예수께서 우리 가운데 오고 가시던 모든 시기에, 곧 요한의 세례부터 시작하여 예수께서 우리를 떠나 올라가신 날까지 우리와 함께 다닌 이 사람들 중에서 하나가 우리와 더불어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사도 1:21-22).
“요한이 선포한 세례 다음에 갈릴레아에서 시작하여 온 유대에 일어났던 일을, 나자렛 출신 예수를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의 기름을 부으시니 그분은 두루 다니며 좋은 일을 해 주고 악마에게 짓눌린 이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유태인들의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행하신 모든 일의 증인들입니다 …”(사도 10:37-39).
위의 네 가지 인용문과 기타 증언에 관한 대목들을 참조하여 증언의 성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증언의 내용 :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때부터 승천하신 때까지의 예수 사건이다(사도 1:21-22, 10:37-39).
㉯ 증인 자격 : 이승에서 활약하신 예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 목격한 열두 사도들이야말로 탁월한 증인들이다(1:21-22, 10:37-39). 바울로는 비록 이승의 예수님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들은 바를 주로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증인이 된다(22:15, 26:16).
㉰ 증인과 성령 : 증인들은 성령을 받아야만 예수사건의 구원론적 의미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고 또한 남들에게 증언할 수 있다(루가 24:49, 사도 1:8, 2:1-13). 그러므로 성령은 예수 증언의 원동자요, 증인들은 한낱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하겠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들이요, 하느님이 당신께 복종하는 이들에게 주신 성령도 증인입니다”(사도 5:32) 라는 말은 그런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 증언의 청중 : 증인들은 먼저 예루살렘에서(사도 1-7장), 다음에는 ‘온 유대와 갈릴레아와 사마리아에서’(9:31), 또 그 다음에는 키프로스와 터키와 그리스에서(13-21장), 마침내는 로마에서 증언하게 되는데(28장), 우선은 유태인들을 상대하다가 차츰차츰 이방인들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사도행전 필자는 그 까닭을 두 가지로 풀이한다. 곧, 유태인들이 증언을 배척했기 때문이요(7-8장, 13:46, 28:26-28),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바라시기 때문이라 한다(10-11장, 15:7-8).
㉲ 증언의 효과 : 사도행전은 온통 증언의 효과와 역효과의 기록이라고 하겠다. 필자는 사도들과 바울로의 증언이 올바로 먹혀 들어간 지역 교회들을 가끔 소개하는데, 그는 특히 예루살렘 모교회(1:12-14, 2:42-47, 4:32-35) 및 안티오키아 교회(11:29-30)를 모범적인 교회로 내세운다.
㉳ 증언의 연속성 : 사도행전 필자는 예수와 증인들 간의 연속성, 증인들과 증인들 간의 연속성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강조한다. △ 공간적 연속성 –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은 예루살렘에서 일어났다. 같은 곳에서 성령이 내리고 사도들은 예수사건을 증언하게 된다. △ 시간적 연속성 – 예수부활부터 승천까지의 40일은 예수 시대를 마무리하고 교회 시대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또한 교회 시대는 열두 사도 시대 → 바울로 시대 → 속바울로 시대로 계속된다. △ 예수와 증인들의 연속성 – 열두 사도들은 예수님과 접촉하고(1:21-22, 10:37-39), 바울로는 사도들과 접촉하며(9:28, 15장), 지역교회 지도자들은 바울로와 접촉한다(14:23, 20:1-37). △ 증언 내용의 연속성 – 공간, 시간, 증언자들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증언의 내용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품격과 구원사건이다. (鄭良謨)
[참고문헌] K.H. 쉐클레 著, 김영선(외) 譯, 신약성서입문, 분도출판사, 1969 / 콘첼만 著, 안병무(외)譯, 신약성서신학, 한국신학연구소,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