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학교폭력] “당하는 애 도와주면 같은 취급 당해” “어떻게 아이들 사이에서 상위클래스 평민 찐따 종 등의 호칭이 오갈 수 있는지,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A(33)씨는 최근 담당 학급에 학생간 권력계급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한 학부모가 ‘자녀가 맞고 있다’는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B군(11)은 여러 해 반장을 맡아 교사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두터운 학생이었다. A교사가 사태파악에 나서자 아이들은 B군이 피해학생을 1년 넘게 때려왔고 ‘찐따’등으로 부르며 ‘종 부리듯’심부름을 시켜왔다고 고백했다. 자리 청소하기, 간식 사오기, 준비물과 교과서 빌려오기, 화장실에 따라와 휴지 들고 서있기 등 괴롭힌 정도가 심각했다. A교사를 더 경악시킨 것은 “걔는 원래 ‘찐따’라서 무시당해요”라며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다수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학생들은 교실 안에 소위 상위급, 하위급 클래스라는 자신들의 분류가 존재한다고도 말했다. 상위급 클래스는 집안 환경과 교사의 인정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의 보호까지 받는 부류로 ‘1짱’이라 칭하고, 하위급 클래스는 약해 보이고 소심하고 행색이 추레한 아이들로 다수 학생들이 ‘찐따, 종’ 등의 호칭을 불러 무시한다는 것. 이렇다 보니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주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다는 옛 공식은 깨져있었다. “당하는 애가 불쌍하다고 말리거나 도와주면 같이 종 취급 받는다”는 말까지 듣고 나니 A교사는 작년부터 괴롭힘 당하는 학생을 보고만 있었던 많은 학생들의 행동이 이해됐다. 난감해진 A교사는 최근 ‘함께 살기 교육’등을 자주 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학급 권력관계를 그려보라 말하면 주로 가해학생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를 그려낸다”며 “다수 학생들은 폭력상황을 방관하면서 함께 그 피라미드를 지탱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력 피라미드가 형성되는 까닭은 다양하다. 교사나 또래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좌절된 학생들이 집단에서 무의식적으로 ‘제일 힘 센 애’, ‘남을 부려먹을 수 있는 애’등의 왜곡된 명예도 가지려 애쓰고, 자신도 모르게 권력 피라미드를 만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한 성인들의 양극화를 본떴다는 해석도 있다. 오 국장은 “배려 우정 존중 등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이 늘 남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폭력 상황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라며 “인성교육 등 생활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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