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도 속이는 위조 지문 … 2800원에 30분이면 뚝딱

센서도 속이는 위조 지문 … 2800원에 30분이면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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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제작 의뢰해보니 …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어브덕션’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를 노리는 악당이 위조한 지문으로 보안 시스템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지문 위조는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경찰은 “실리콘으로 만든 위조 지문이 적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지문의 세세한 골과 형태까지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문 감정인은 “지난해 초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지문을 위조해 거래 위임장을 만든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조 지문에 대한 감정이 종종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실제 지문을 본뜬 틀로 찍은 날인에 대해 감정 분석을 의뢰하고 지문 틀이 보안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는지 실험해 봤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인현동의 한 인쇄소. 기자가 종이에 도장용 잉크를 묻혀 찍은 왼손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들고 가 “이 형태가 똑같이 찍힐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인쇄소 직원은 “어디에 쓰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기자가 “개인적인 용도”라 답하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30분 후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지문 틀이 완성됐다. 가격은 2800원.

어떤 게 위조 지문일까요 기자의 왼손 엄지에 올려진 지문 틀(오른쪽). 고성능 인쇄 장비인 ‘수지제판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지문 사진 왼쪽은 진짜이고, 오른쪽은 가짜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제작 방법은 고성능 인쇄장비인 ‘수지제판기’로 말랑말랑한 재질의 수지판 위에 세밀한 형태를 새기는 것이었다. 종이에 찍힌 지문을 촬영해 음영이 반대로 된 필름을 만들었다. 이를 수지판에 얹고 자외선을 비추면 판이 녹으면서 형태를 돋움새김한다는 것이다. 인쇄업계 관계자는 “수지제판기는 이미 15년 전부터 쓰여 온 장비”라고 말했다. 지문 융선의 너비는 성인 남성 평균 480㎛(1만 분의 1㎝), 여성 평균 430㎛. 융선과 융선 사이 가장 좁은 부분은 20㎛. 수지제판기는 머리카락 한 올(100㎛)보다 가는 30㎛ 굵기의 선을 새길 수 있다.

지문 틀에 스탬프용 잉크를 묻혀 찍자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 지문과 유사했다. 감정 전문가인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 이희일 소장은 “일반인이 육안으로 분간하기는 힘들 정도”라며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야 위조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조 지문이 실제 지문에 비해 인공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지문의 융선이 유연하지 못하고, 인주로 찍을 경우 뭉치는 부분이 생기고, 테두리 부분이 끊기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문 틀로 보안장치를 통과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한 지문 감지 시스템에 기자의 왼손 엄지 지문을 등록했다. 그리고 감지장치 위에 위조된 지문 틀을 올렸다. 틀이 감지창에 밀착되도록 꾹 누르자 시스템은 진짜 지문으로 인식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지문 감지장치는 지문의 닿는 면과 닿지 않는 면으로 이미지를 구성한 뒤 특징점을 파악해 인식하는 시스템”이라며 “위조 지문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이나 스마트폰의 화면처럼 정전기로 지문을 인식하는 장비에는 위조 지문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시스템을 통과할 정도로 정교한 지문 위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공서 등에 설치된 지문 감지 시스템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전기 방식이나 위조 방지 기능이 추가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또 각종 계약서나 신분증명서상에 찍는 지문과 더불어 서명과 인주를 추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분 증명을 위해 인감·서명·지문을 모두 쓰는 게 대비책이라는 것이다. 이미 위조가 되는 것으로 드러난 인감과 지문에 서명을 함께 쓰면 단점이 서로 보완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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