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10대 소녀들, 날마다 ‘분노의 달인’ 생방송

사고뭉치 10대 소녀들, 날마다 ‘분노의 달인’ 생방송



김인숙 수녀 2012.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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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잠깐 돌리면 사고 치지만 마음만은 하얀 아이들
아버지와 짜고 엄포 ‘연출’해 순둥이로 길들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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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삼형제 인형이 있다. 울고, 웃고, 성질을 내고 앉아 있다. 보면 볼수록 우리 센터 아이들이다.
 오늘 아침 현지는 성난 고양이 눈꼬리다. 미진이는 생머리를 흔들며 기분이 ‘띵오아’다. 미진이를 보니 살맛이 난다. 점심 식사가 끝났다. 희주랑 하은이가 식당 바닥 청소를 하며 계속 신경전이다. 하은이 두 볼에서 닭똥 눈물이 계곡 물 흐르듯 한다. 올리바 수녀가 달려가 설움이 북받친 하은이는 1층 복도에, 하은이를 자기 수하 부리듯 깐죽대는 희주는 현관 홀에 각각 생각의자에 앉힌다. 일단 두 아이들, 올라온 감정을 추스르게 한 후 스텝들은 앞으로 희주의 고질적 버릇을 어떻게 본인에게 인식시킬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
 
 치고박고 싸우다가 승용차 내리쳐 수리비까지
 
 질풍노도의 팀에서도 활동이 특출하여 특별교육이 요청된 40여 명의 센터 10대 소녀들의 하루 일과는 그야말로 날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리드미컬한 드라마다. 센터 스텝들의 하루 일과는 학습만이 아니라 이 드라마에 가장 적절한 맞춤형 마무리 연출에 여념이 없다. 사건 연출의 성공 여부는 평소에 스텝과 아이와의 개인 만남, 스텝과 부모와의 인간적 만남을 통한 관계 형성이 되어 있어야 만족한 효과를 거둔다.
 지수와 단비가 센터에서부터 채 5분 거리도 안 되는, 엎어지면 코 닿는 치과에 가는 그 짧은 사이에 주먹다짐을 했다. 센터 소녀들은 내적, 외적 분노의 달인들이다. 그래서 틈을 주면 안 되는데 동행한 교사의 눈 깜박할 사이도 주지 않고 둘이 붙은 것이다. 도로 링 위에서 지수 대 단비의 설전이 펼쳐지고 단비 주먹 한 방이 링 밖으로 샜다. 바로 옆 주차장에 놓여있는 승용차 앞면을 내리친 것은 순간이었다. 동반한 교사는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하도 부끄러워, 두 아이를 데리고 간신히 센터로 돌아왔다. 치과는 물 건너가고 교사는 단비를 데리고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그 사이, 한 명의 스텝은 단비가 찌그러트린 승용차 모습을 사진에 담고 연락처를 적어 왔다.
 저녁이 되었다. 원장수녀는 오른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단비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말없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른 시일 안에 승용차 주인에게 알려야 하며, 그분이 요구하는 수리비는 단비 쪽에서 지불해야 하니 아버지께 연락은 필수라고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제 정신이 돌아온 단비는 코가 석 자나 빠져 일어나지 못한다.
 
 법의 쓴 맛 보고 밥의 꿀맛조차 잃고 숟가락만 득득
 
 자기 행동에 대한 인식은 센터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성교육이다. 아이가 센터에 오기 전까지는 부모를 비롯하여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센터에서 학생으로 존중받으며 끼니마다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를 하고 안전한 공간에 살면서 일으키는 잘못된 행동은 전적으로 본인 탓이며 그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있다.
 단비 아버지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멀리 청주에서 올라왔다. 그 전에 원장 수녀는 사건 전반을 미리 전화로 알려드렸다. 아버님은 원장수녀의 의도에 천만 번 공감을 하셨다.
 “…아버님 형편은 알고 있습니다. 수리비는 차 주인과 저희가 잘 마무리 하겠으나 단비에게는 아버지가 물었다고 해야 하니, 확인 시키는 차원에서 카센터에 오셔야겠어요.”
 단비 아버지는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딸을 의식하면서 원장수녀를 향하여 몇 번씩이나 허리를 굽혀가며 “제가 죄인입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고 말하고, 원장수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렇게 오시게 하여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음을 전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낯모르는 중년 부인이 손님으로 식사에 초대되었다. 원장 수녀는 일부러 아이들과 스텝 모두가 모인 점심시간에 승용차 주인을 오게 한 것이다. 원장수녀는 전체 아이들에게 이분이 어떤 이유로 오셨는지를 알렸다. 언제나 밥맛이 꿀맛이던 단비는 중년 부인 옆에서 숟가락만 긁고 있었다. 인식과 개념 없이 살다가 법의 쓴 맛을 겪고 있는 단비는, 이 일로 인해 또 한 번 ‘세상은 성질대로 사는 게 아니구나’, ‘저지른 일은 절대 그냥 묻히는 게 아니며 부모에게도 책임을 묻는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았으니 이 사건의 연출은 성공이었다.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처럼 굴던 아이, 빛의 속도로 반성문
 
 박물관으로 현장 학습을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난 오후에 전체 방송이 울렸다. “박정빈 님, 박정빈 님은 1층 원장수녀님께서 찾으십니다. 원장실로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방송이 나감과 함께 모습을 나타낸 정빈이에게 일단 앉으라고 권하며 원장수녀는 흰 봉투에서 종이를 꺼내어 정빈이에게 차분히 설명을 한다.
 “정빈아, 우리 저번에 단체로 박물관 갔지?”
 고개를 끄덕이는 정빈에게 원장수녀는 종이 아래 큰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 좀 봐라. 이거 네가 한 낙서, 기억나니? 공공 기물 파손으로 박물관에서 너에게 고발장이 날아왔구나. 벌금 10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자 봐라. 이 빨간 글씨.”
 그 순간 정빈이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머리를 고무줄로 묶었으니 망정이지 머리카락도 한꺼번에 천장을 향할 뻔했다. 센터 생활 반년이 지나도록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처럼 안하무인 행동과 시건방 떠는 게 일상이던 정빈이. 그래도 최근에 많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속의 야외 벤치 위의 낙서는 큰 글씨로 ‘박정빈, 마자렐로 센터에서 왔다감’이라 쓰고 동서남북 테두리를 쳐서 현수막을 만들어 놓았다. 원장수녀는 공문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라고 정빈이에게 권했으나 한자가 한글보다 더 많은 내용을 읽을 리 없다.
 원장수녀는 이어서 “여기 봤지? 벌금이 100만 원이 나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고 물었다.
 정빈이는 두 번째 경악을 하며 통사정을 한다.
 “원장수녀님…… 어떡해요. 100만 원은…… 너무 많아요. 좀 깎아줄 수는 없나요?”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정빈아, 네가 돈이 있을 리 만무하고 하니 아빠를 부를 수밖에 없구나.”
 아빠를 부르자는 원장수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빈이는
 “안돼요. 수녀님, 저 저, 아버지에게 맞아 죽어요. 안 돼요. 제가 박물관 관장님께 편지 보낼게요. 용서해 주라고 사정해 볼게요.”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어쩔 줄 모른다. 정빈이를 한 마리의 순둥이로 만드는 방법은 법과 아버지로구나. 이제야 알았다. 그날 밤 정빈이는 최고의 달필과 바람의 속도로 반성문을 써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정빈이고 마자렐로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좋은 학습터에 가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바깥에 있는 야외 벤치여서 공공기관이라고 차마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낙서를 한 것 같습니다. 공부하려고 간 곳에서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사과를 드립니다. 제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차후에 이런 일이 절대 없게 하겠습니다. 정말 사과드립니다. 이런 작은 글로 책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센터에서 교육상 박물관을 간 건데 너무 생각 없이 낙서를 한 것 같습니다. 무의식으로 그랬던 행동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신 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야 할 수도 없는 거지만 정말 반성하겠습니다. 아직 어려서 잘 몰랐다고 생각해주시고 한 번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마자렐로센터 박정빈 올림



‘벌금 공문’ 가장해 엄포 놓고 ‘야간 금지 조치’ 조인
 
 정빈이는 며칠 동안 아이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다녔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벌금은 깎아주는 게 아니야. 다 물어야 돼”라는 절망적 반응뿐이었다. 코골이 정빈이는 일주일 동안 코도 골지 않고 잠을 설쳤다.
 정빈 아버지는 부인과 이혼하여 혼자 사업을 하고 있으며 보호자들 중 아주 드물게 경제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다. 최근 정빈 아버지는 딸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센터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상태다. 원장수녀는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온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정빈이가 이러저러하게 지금도 아무 의식 없이 행동을 하고 있어서 이렇게 공문을 만들어 엄포를 놓았습니다. “퇴소하기 전까지 정빈이에게 교육적 간섭을 해야 하는데 아버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을 상의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내내 한 숨을 쉬고 경청하던 정빈 아버지는 그것은 물론에 물론이고 더욱 강력한 조치 하나를 오히려 부탁했다.
 “수녀님, 이번 일은 정빈이가 보호처분을 받아 이곳에 살면서도 또 하나의 잘못을 한 것이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빈이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캄캄합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계기로 꼭 원장수녀님의 협조를 부탁합니다. 예전에 정빈이는 한번 집을 나가면 들어올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 이번 일로 인해 법원에서 퇴소 후 <야간금지조치>가 내려졌다고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수녀님.”
 아버지의 눈물겨운 호소에 원장수녀는 그 자리에서 ‘야간 금지 시간’을 놓고 서로 조인을 했다.
 “아버님, 9시로 할까요?”
 “아닙니다. 더 빨라야 합니다. 7시로 해 주세요.”
 잠시 후 정빈이가 끌려온 심청이가 되어 등장했다. 무서운 아버지가 죄인처럼 앉아 있는 분위기에서 원장수녀는 이야기 끝에 정빈이가 퇴소한 후 지켜야 할 야간금지 시간을 말해 주었다. 정빈이는 무조건 오케이였다. 자기 때문에 거금의 벌금을 내야하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인당수 물에 빠지라 해도 풍덩할 심정인데 무슨 토를 달겠는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한 술 더 떠 술냄새 풍기며 버럭버럭
 
 그러나 선이 엄마 같은 분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인 그분은 면회 날짜와 시간도 마음대로 정하여 술 냄새를 달고 오신다. 그리고 시간이 넘고 넘어도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엄마를 딸인 선이가 있는 성질 다 퍼부으며 재촉한다. 그래도 현관에 앉아 한 말 또 하고 두 말 보태다 드디어 모녀가 악을 쓰며 싸운다. 새벽이면 전화를 하여 우리 딸이 아픈데 병원에도 데리고 가지 않는다, 고발하겠다며 술기운에 힘을 받아 버럭버럭 큰소리를 친다. 선이는 현재 여섯 군데 이상의 병원을 끼고 사는 중이다. 센터 스텝들은 선이 엄마가 면회를 오면 조심조심 피하며 눈치를 본다. 아무 때나 개판을 놓는 버릇은 선이도 엄마를 닮았으니 두 모녀는 붕어빵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아니다. 결국 그 나이의 아이다. 자기를 돌봐주지 않았던 부모에게 분노와 미움이 가득해도 가장 신뢰받고 싶은 사람 1순위는 어머니, 아버지다. 그 부모가 센터에 감사하고 잘못해서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바라본 단비와 정빈이는, 센터의 모든 교사들의 말에 서서히 귀 기울이고 따른다. 그러나 선이 엄마처럼 아이가 보는 앞에서 교사를 함부로 대하면 선이 또한 교사에게 거리낌 없이 덤빈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선이에 대해 교육의 기회가 필요해도 괜히 긁어 부스럼 내지 않는다. 그러니 손해를 보는 쪽은 선이일 수밖에.
 정빈이는 그런 일이 있는 후 어느 날, 취침 전에 원장 수녀의 사무실을 찾았다.
 “원장 수녀님, 제가요. 오늘 수업시간에 책상에 또 낙서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차, 인식을 하고 지웠어요. 잘했죠?”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영성 | | | | | | | | | |
예방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남, 여 살레시오 수도회의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는 매년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그 많은 신입생들을 일일이 개인 면담을 합니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잘 왔다고 반가워하는 만남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들도 평소에 자주 마음과 마음의 만남을 하려 노력합니다. 교사에게 교육적 권위가 사라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힘이 없는 교사들이 어떻게 제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신뢰하기 위해서는 인간적 만남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만남의 시간은 아주 짧아도 좋습니다. 관계가 맺어지면 학부모는 교사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교사도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천직이라는 소명감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할 것입니다.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기꺼이 대화를 나누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자의 의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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