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제기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나 주일학교의 교리 시간에 또 견진교리 시간에 교회에 대해서 배웠다. 신학교에 입학해서 신학원론 시간에 교회의 주요 직능 등에 대해서 공부했고, 교회론 시간에는 시원적 교회상, 역사 속에서의 교회상, 교회 본질의 조직신학적 고찰(제도로서의 교회, 신비체로서의 교회, 성사로서의 교회, 사자로서의 교회, 봉사자로서의 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대한 가르침, 그리고 교회론의 주요 쟁점(주제)으로 교회의 단수성과 복수성, 일반 사제직과 성무 사제직, 교회와 비그리스도교(타종교)와의 관계, 교회와 무신론과의 관계, 교회와 선교 등에 대해 배웠다.1) 그리고 미사 시간마다 사도신경을 고백할 때에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를 고백한다. 또한 교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교회에 관련된 말을 많이 듣는다. 예를 들어 본다. 교회정신, 교회의 존재이유, 한국교회는 로마교회보다 더 로마적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저 모양이다, 교회는 이제 더이상 성역이 아니다, 교회는 순결한 창녀(casta meretrix), 모든 이들에게 열린 교회, 부당하게 억압받는 이들과 세상의 고통과 언제나 함께 하는 교회, 한국교회는 중산층 교회다, 등.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또 자주 쓰고 있는 용어인 이 교회에 대해서, 진지하게 “교회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구나 교회에 대해서 한두마디는 쉽게 할 수 있다. 교회가 무엇이라고. 그러나 정녕 교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교회다움을 보여주는 설득력있는 말을 듣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교회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묻는 것은 신앙인에게 의미가 있다. 또 교회 안의 여러가지 문제들도 교회 구성원의 교회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사목활동에서 생기는 문제가 교회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면, 교회에 대한 개념 정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중요성은 서울대교구가 2천년대 복음화를 준비하기 위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다룬 분야가 바로 이 교회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후 각종 사목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할 때에 교회론이 맨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2)
본 소고는 교회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신학의 한 분야인 교회론(敎會論)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지는 않겠다. 단지 사도신경에 나오는 교회에 관련된 구절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먼저 본문 이해에서는 ‘거룩한’, ‘공번된’, ‘교회’에 대해서 주로 ꡔ가톨릭 교회 교리서ꡕ3)를 참고하여 각각 사전적 차원에서 그 의미를 살펴 본다. 교회에 관해서는 손희송 신부와 이제민 신부의 교회 이해를 살펴 본다. 그리고 토론할 내용을 세 가지만 제시한다.
2. 본문 이해4)
1) 거룩하고
ꡔ가톨릭 교회 교리서ꡕ의 823-829항에서 ‘교회는 거룩하다’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교리서의 내용 중 ‘거룩하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발췌하여 그대로 인용한다.
신앙인에게 있어 “교회는 결함없이 거룩하다. 성부와 성령과 더불어 ‘홀로 거룩하시다’고 칭송받으시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당신 신부로 삼아 사랑하셨고 그를 거룩하게 하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셨으며, 교회를 당신과 결합시켜 당신 몸으로 삼으셨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성령의 특은으로 가득 채워주셨기 때문이다”(LG, 39). 그러므로 교회는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LG, 12)이고, 그 구성원들도 “성도”(사도 9,13; 1고린 6,1; 16,1 참조)라고 불린다.(823항)
그리스도와 결합된 교회는 그분에 의해 성화되며, 그분에 의해서 그분 안에서 자신도 성화시키는 도구가 된다. “교회의 모든 활동의 목적인 인간의 성화와 하느님의 영광이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SC, 10). 교회 안에 풍부한 “구원의 방법”(UR, 3)들이 위탁되었다. 이러한 교회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화”(LG, 48)된다.(824항)
“교회는 지상에서 이미 불완전하게나마 참된 성덕을 지니고 있다”(LG, 48). 그러니 아직 그 구성원들은 완전한 성덕을 추구해야 한다. “크고 많은 구원의 수단을 갖추어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생활 조건이나 신분에 있든지 각기 자기 나름대로 성부께서 완전하심 같이 성덕에 완전해지도록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이다”(LG, 11).(825항)
“거룩하시고 무죄하시고 깨끗하시며 다만 백성의 죄를 속죄하러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모르고 사셨지만, 교회는 그 품에 죄인들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거룩하면서도 항상 정화되어야 하겠기에 끊임없이 회개와 쇄신을 계속하는 것이다”(LG, 8; UR 3, 6 참조). 성직자들을 포함한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1요한 1,8-10 참조). 세상 종말까지 모든 사람 안에 죄의 가라지와 복음의 좋은 씨가 함께 자라고 있다(마태 13,24-30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구원의 손길에 붙들렸지만 아직은 항상 성화의 길을 가야 하는 죄인들을 교회는 불러모은다.(827항)
교회는 어떤 신자들을 시성함으로써, 즉 그 신자들이 영웅적으로 덕행의 길을 닦고 하느님의 은총에 충실히 살았음을 장엄하게 선언함으로써, 교회 안에 강력히 작용하는 성령의 힘을 인정하고, 그 신자들을 다른 신자들에게 모범과 전구자로 세워줌으로써 그들의 희망을 북돋아준다(LG, 40; 48-51 참조). “많은 남녀 성인들은 교회 역사의 가장 어려웠던 시대에 언제나 쇄신의 원천과 기원이 되어왔다”(CL, 16,3). 과연 “교회의 거룩함은 사도적 활동과 선교 노력의 감추어진 원천이요 그르침이 없는 척도다”(CL, 17,3).(828항)
“교회는 복되신 동정녀로 말미암아 이미 완덕에 도달하여 티나 주름이 없는 교회가 되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아직도 죄를 극복하고 성덕에 자라도록 더욱 노력한다. 따라서 신자들은 모범이신 마리아를 바라본다”(LG, 65). 성모님 안에서 교회는 이미 지극히 거룩하다.(829항)
2) 공번된
ꡔ가톨릭 교회 교리서ꡕ의 830-856항에서 ‘교회는 공번되다’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교리서의 내용 중 ‘공번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발췌하여 그대로 인용한다.
(1) “가톨릭”(공번된)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830-831항)
“가톨릭”이라는 말은 “전체성” 또는 “완전성”의 의미를 지닌 “보편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5) 교회는 다음 두 가지의 뜻에서 가톨릭이다(공번되다). 교회는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므로 공번되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계시는 곳에 가톨릭 교회가 있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서한, 8,2). 교회 안에는 머리와 결합된 그리스도의 몸이 완전하게 존속한다(에페 1,22-23 참조).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구원의 모든 방법을”(AG, 6) 그분에게서 받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 방법들은 올바르고 완전한 신앙 고백, 온전한 성사 생활 그리고 사도적 계승을 통하여 서품된 직무 등이다. 본질적으로 교회는 성령 강림날부터(AG, 4 참조) 공번된 것이었으며, 그리스도의 재림의 날까지 항상 공번될 것이다.(830항)
교회가 공번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전인류에게 파견하셨기 때문이다(마태 28,19 참조).(831항)
(2) 각 지역 교회는 “공번되다”(832-835항)
“그리스도의 이 교회는 신자들의 모든 합법적 지역 공동체에 실제로 존재하며, 각기 자기 목자들과 결합된 이 집단들도 신약에서 교회라고 부른다. (…) 그 안에서 복음을 들음으로써 신자들이 모이고 (…) 신비로운 주의 만찬을 거행한다. (…) 이런 공동체가 가끔 작고 가난하고 또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도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며,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하나이요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가 조직되는 것이다”(LG, 26).(832항)
교구(또는 동방교회의 주교구)라는 지역(개별) 교회들은 사도적 계승으로 서품된 그의 주교들과, 믿음과 성사 안에서 친교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를 가리킨다(CD, 11; C. 368-369 참조). 이 지역 교회들은 “보편 교회의 모습으로 형성되었고, (…) 이 지역 교회들 안에서 이 교회들로써 유일 단일의 가톨릭 교회가 성립하는 것이다(LG, 23).(833항)
지역 교회들은 그 교회들 중의 하나로서 “전체 교회를 사랑으로 다스리는”(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로마인들에게 보낸 서한, 1,1) 로마 교회와 일치함으로써 온전히 공번된 교회가 된다. “모든 교회가, 즉 모든 신자들이 이 교회와 일치해야 하는데, 그것은 더욱 앞선 이 교회의 기원 때문이다”(성 이레네오, 이단 반박, 3,3,2: 이 대목이 인용된 제1차 공의회: DS 3057). “실로 ‘말씀’이 우리에게 내려오신 때로부터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여기(로마)에 있는 큰 교회가, 구세주께서 약속하신 대로 지옥의 문이 결코 그를 이길 수 없는 유일한 기초라고 믿어왔으며 지금도 믿고 있다”(증거자 성 막시모, 신학 및 철학 소고).(834항)
“보편 교회를 지역 교회들의 통합체나 또는 지역 교회들의 연합체로만 생각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교회는 그 소명과 사명상에 있어서 보편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가 국가,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환경 속에 뿌리를 내릴 때에 세상 어디서든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여러 표현 방법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EN, 62). 지역 교회들에 고유한 규율과 전례 의식, 신학적-영성적 전통 등의 풍부한 다양성은 “일치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갈릴 줄 모르는 교회의 보편성을 더욱 명백히 드러낸다(LG, 23).(835항)6)
3) 교회
(1) ꡔ가톨릭 교회 교리서ꡕ의 751-752항에서 ‘교회의 이름’이 정의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7)
“교회”[ἐκκλησία, ‘ἐκ-καλείν’=‘밖으로 부르다’]라는 단어는 ‘불러모음’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성격을 지닌 백성의 집회를 가리킨다(사도 19,39 참조). 이것은 그리스어 구약성서에서 하느님 앞에 모인 선택된 백성들의 집회, 특히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율법을 받아 하는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세워진 시나이산의 집회에 대해 자주 사용된 용어다(출애 19 참조).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초기 공동체는 스스로를 “교회”(Ecclesia)라고 부름으로써 자신들이 구약의 그 공동체의 계승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극변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백성을 교회로 “불러모으신다”, “Church”, “Kirche”의 어원인 “κυριακε”는 “주님께 속한 모임”을 의미한다.(751항)
그리스도교 용어로서 “교회”는 전례적인 집회를 가리키지만(1고린 11,18; 14,19.28.34.35 참조), 또한 어느 지역의 신자 공동체를 가리키거나(1고린 1,2; 16,1 참조) 세계의 신자 공동체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1고린 15,9; 갈라 1,13; 필립 3,6 참조). 사실 이러한 세 가지의 의미는 서로 뗄 수 없는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온 세상에서 모으시는 백성이다. 교회는 지역적인 공동체 안에 존재하며, 전례의 거행 특히 성체성사를 위한 전례적 모임으로 실현된다. 교회란 결국 그리스도의 말씀과 몸으로 살아, 스스로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하느님의 백성이다.(752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