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형제에게 한 것이 곧…

 

네 형제에게 한 것이 곧…




나오는 이들 




노인, 하느님, 거지, 이야기 할 상대가 없는 노파, 무전여행을 하는 청년, 천사




막이 열리면




– 제 1 장 –




             무대는 겨울밤, 외따로 떨어진 노인 혼자 사는 집,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방안에는 난로 곁에서 노인이 허름한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다. 난로 곁에는 깔끔한 탁자 하나와 찬장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노인이 꿈을 꾸는 듯이 잠꼬대를 한다. 어두워지며 노인의 꿈 장면으로 바뀐다.




노  인      아! 갑자기 구석에서 밝은 빛이 비쳐 나온다. 점점 밝아지면서 희미한 영상과 함께 음성이 흘러 나온다.


노  인      누구시오? (두려운 음성으로 묻는다.) 누구시오?


음  성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는 천사입니다.


             희미한 영상이던 것이 점점 커져서 모습을 드러낸다. 흰옷을 입고 날개가 달린 천사가 나타난다.


천  사      자, 제 모습을 보시고 믿으시겠습니까


노  인       (땅에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인다.) 오, 어떻게 이런 일이… 무슨 일입니까? 어디서 오셨습니까?


천  사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는 일꾼입니다. 하느님께선 당신의 착하고 성실한 생활을 보시고 항상 함께 하셨습니다.


노  인       저는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항상 부족한 제게 그런 커다란 은총의 말을 하시다니 감사합니다.


천  사      이제 곧 날이 밝아 올 것입니다. 오늘 안으로 당신에게 귀한 손님이 방문할 것입니다.


노  인      (놀란 표정으로) 귀한 손님이라뇨?


천  사       (미소지으며)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을 방문하실 겁니다. 오늘입니다.


노  인      (혼잣말로) 오늘 안으로 하느님께서 오신다고?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데 이것이 꿈일까? 아니야,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실같고.


– 제 2 장 –




             무대는 여전히 노인의 집. 제1장과 다른 점은 탁자 위에 여러 가지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노인은 안락의자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  인      (겁에 질린 듯이) 누..누구요?


음  성      지나가는 걸인입니다. 이 불쌍한 놈에게 동냥 좀 하십시오.


노  인       (문을 열고 동정에 가득찬 목소리로) 아휴, 어서 들어오십시오. 추운데 서


              있지 말고.


거  지       (두려운 듯이 주변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들어가도 괜찮습               니까?


            (탁자위에 놓인 음식을 보며) 오늘 손님이라도 오시는지요?


노  인       실은 오늘 저희집에 아주 귀한 손님이 오실 지도 모릅니다. 안 오실 지도 모르죠. 신경쓰지 마십시오. (의자를 난로 옆으로 잡아 당기며 거지를 앉힌다.) 자, 여기 앉으십시오. 그리고 시장하실텐데 이 음식도 좀 드십시오.


거  지      (의아하다는 듯이 노인을 바라본다.)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손님이               오시면..


노  인      (웃으며) 손님이 오시면 또 만들어 드리면 되지요.




             거지는 몹시 시장한 듯 마구 음식을 먹는다. 잠시 후 거지는 배가 부른 듯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 위에서 졸기 시작한다. 노인은 거지를 지그시 쳐다보며 잠을 자도록 그냥 둔다. 1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거  지     (깜짝 놀란 듯이 일어서며) 아? 내가 잠이 들었었군요. 죄송합니다. 이제 가야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거지는 총총히 나간다.)


노  인       (나가는 거지를 붙잡아 두터운 겉옷과 돈 몇푼을 거지의 손에 쥐어주며) 이거 별거 아닙니다. 추운 이 겨울을 지내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  지       정말 감사합니다.




             거지퇴장. 노인은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는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노  인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누… 누구요?


음  성      저는 양로원에서 도망친 노파입니다. 이 늙은이와 이야기할 수 있겠               습니까?


노  인      (성큼성큼 문으로 다가서서 문을 연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잠깐 쉬었다가 가셔도 됩니다.


노  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들어선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인은 거지가 앉았던 의자에 노파를 앉히고 음식을 권하며 노파와 담                소를 나눈다.




노  파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후) 이제 가 봐야 될 것 같               군요.


노  인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노  파       이제 다시 양로원으로 가야지요. 이 늙은이가 갈 데가 있겠습니까? 그나마 자식들이 주말마다 오는데 그게 낙이지요. 댁은 참으로 선하신 분이군요. 하느님 은총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노파 퇴장. 노인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또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 밖은 벌써 저녁 노을로 물들기 시작한다.




노  인       (몹시 놀란 듯) 누구세요?


음  성       저는 무전 여행을 하는 학생인데요. 한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노  인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십시오. 이렇게 추운 겨울에 무전 여행을 하시다니 젊음이                  부럽군요.


청  년      (몹시 기쁜 듯이 몇 번을 반복해서 고마움의 인사를 하며 들어선다.) 몹시 따뜻한 실내군요. (탁자 위에 있는 음식을 보며) 아, 푸짐한 음식이군요. 오늘 잔치라도 있으셨습니까?


노  인      (서운한 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중얼거린다.) 우리 집에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시기로 했었는데 (창밖의 저녁노을을 가르키며) 이제 저렇게 저녁이 되었으니 오시기는 다 틀렸지요.


청  년      그럼 이 음식은 제가 다 먹어도 되겠습니까?


노  인      (청년과 음식을 번갈아 본 후) 물론이지요. (웃음지으며) 음식이야 또 만들면 되고 이 늙은이 혼자 사는데 오히려 젊은이 같은 손님이 오시다니 내 즐거움이지요.


청  년      (몹시 허기진 듯 남아있던 음식을 모두 먹어 치운다.) 아, 이제 좀 배가 부르군요. 할아버님은 이 집에서 혼자 사십니까?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며 묻는다.)


노  인       그렇지요. 가난한 살림이지만 늙은이가 뭐 그렇게 필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집 앞에 조그마한 밭에서 얻어지는 채소와 그것을 팔아 얻은 늙은 소 한 마리가 내 생활 공간의 전부지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나는 행복하다오.


청  년      (부러운 듯이) 그렇게 조그마한 일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실 수 있다니 부럽군요. 저는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녁과 같은 이런 푸짐한 음식과 융숭한 대접은 처음입니다. 자, 이제 저도 계속 여행을 해야할 것 같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청년 퇴장. 또 다시 노인 혼자 남게 되며 밤은 깊어간다. 노인은 한숨을 깊이 들이쉬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또 다시 전날과 같이 꿈을 꾼다.




– 제 3 장 –




             갑자기 사방이 밝아지며 밝은 광채와 함께 깊고 굵은 음성이 들린다.




음  성      어서 일어나거라.


노  인       (부시시 눈을 부비며 일어선다. 밝은 빛에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천  사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어제 당신께 나타났던 그 천사입니다.


노  인     (놀란 듯이) 그럼 꿈이 아니었군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천사이면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천  사      (미소지으며) 거짓말이라뇨?


노  인       (원망스럽다는 듯) 오늘 하느님께서 직접 저희 집을 방문하시겠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잖습니까?


천  사      (웃으면서) 오늘 하느님께서는 세 번이나 당신을 방문하셨는걸요.


노  인      (놀란 듯이 묻는다) 세 번이라구요?


천  사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걸인의 모습으로, 두 번째는 노파로, 세 번째는 청년으로. 당신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하느님께 해 준 것입니다. 당신은 이 계명을 충실히 지키셨습니다. 항상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하실 겁니다.


노  인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중얼거린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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