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있습니까?

 

빈 방 있습니까?




때 




현대




장  소 




어느 성당




나오는 이들 




해설자(노래도 겸한다) 김선생, 이찬복, 유명진, 한영희, 서정미, 박덕구, 지경준




무  대 




연습장




막이 열리면




              캐스팅하는 날로서 초조한 가운데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무대 한쪽에 나타난 해설자 관객들을 향해 선다.




해 설 자     구세주가 인간의 몸으로 오신 날, 믿음으로 그분을 맞기 위해 이웃끼리 기쁨과 감사를 나누는 날, 그 거룩한 설레임이 있는 날. 그러기에 성탄절에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져가는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신비 속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기억들을 모아 소중한 추억의 장을 만들어 놓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사실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릴 이 짧은 연극도 제가 곱게 접어둔 추억의 장 가운데 한 부분이죠. 덕구. 덕구라는 아이와 성탄절. 제가 덕구의 성탄절이라 부르고 싶은 사건이 오늘 연극의 전부입니다. 그럼 우리 잠시 상념의 나래를 펴 몇 해 전으로 돌아가 보기로 할까요?




정    미     마리아는 누가되고 요셉은 누가될까?


명    진     (과장하며) 여관집 주인은 또 누가 될까?


찬    복     병정역은?


영    희     마리아 역은 정미겠지 뭐.


명    진      리들의 예상을 뒤엎고 영희를 마리아역으로 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 와르르 웃는다.)


영    희     비웃는거야?


명    진     아니, 아무도 비웃지 않았어. 우리들에겐 웃을 자유가 있으니까. 잠시 그걸 즐겼을 뿐이지.


영    희    저 능청하며 네가 바로 여관집 주인감이다.


             (어조를 바꿔)글쎄 우리 집엔 방이 없다니까요.


경    준     여관집 주인은 그렇다치고 요셉은 그럼 누가 될 것 같니?


영    희     (웃지도 않고 헛기침 한 후) 요셉역엔 경준이.


              (아이들 웃음소리. 단정적으로 말한다) 너 이상 요셉을 잘 해낼 아이                가 없다.


정    미     아, 선생님 오신다.




              김선생, 아이들 앞으로 나온다.




김 선 생     (아이들을 둘러보며 찬찬히 표정을 살핀다.)


              예상했던 대로 희비쌍곡선이 그어지겠구나. 연극에서 누가 주인공이냐 단역이냐가 문제되겠지만 그보다 이러한 선을 뛰어넘어 어느 역을 맡게 되든 훌륭히 잘 해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생기게 될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속에서 자신이 어느 세계속에 뛰어들게 되든 잘 해내게 하는 훈련으로 연극이상가는 게 없다. 연극은 몇몇 스타의 예술이 아니다. 그점에 주의하면서 희생 봉사 협동 사랑을 배우는 좋은 훈련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알았나?


아 이 들    


영    희     그런 거야 뭐 다들 알고 있죠. (아이들을 둘러본다.)


김 선 생    스탭은 어제 발표한 대로이다. 조명을 맡아하겠다던 태명이가 시골에 내려가게 되 영범이로 바꾸게 되었다. 그럼 이제부터 배역을 발표하겠다.


영    희      (가슴을 치며) 아휴 숨 넘어간다.


명    진      저 폼하며 네가 바로 여관집 주인감이다.


영    희      말을 말아야지. (입을 꽉 다문다.)


정    미     (낮게) 아이, 떨려. 넌 안 떨리니?


찬    복     떨어 봤자야 나 같은 게 뭐.


김 선 생     왜들 웅성거려?


영    희     (말을 하고 싶어 하다가) 아무 것도 아니에요.


김 선 생      그럼 발표한다.


영    희      더 있다 천천히 발표해도 괜찮아요.


김 선 생      참 너희들도 알다시피 여기엔 등장인물이 많아 일인 삼역까지도


              해야된다.


영    희      그럼 선생님 주인공 한 개 맡는 것보다 단역 몇 개가 더 빛나는게                 아닌가요?


김 선 생      왜 아니야. 그렇지


영    희      그렇긴 한데 난 꿈도 꾸지 않는게 낫겠지.


명    진     보나마나 여관집 주인감이야, 생각해 봐라. 너 같은 저음에 다른 역이 어울리기나 하겠나. 아무렴 너한데 마리아역이 주어지길 기대하니?


영    희     가만있어. 너한테 줄 역이 있어. 뭔지 알겠니? 가리옷 유다. 유다역엔 명진이!


명    진    


찬    복      가리옷 유다에 덕구를 시키면 어떨까?




              아이들 일제히 웃으며 덕구를 본다. 덕구는 멍청히 앉아 아이들과 선생님을 볼 뿐이다. 뭔가 잘못된 듯 메모했던 걸 다시 뒤적거린 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김 선 생      유명진(명진이 선생을 본다.) 목자1, 동방박사1, 로마병정1을 맡아 할                것.


명    진      세 개나요?


영     희     축하한다. 여관집 주인감이 세가지 역이나 맡아 하게 되다니. 이런 걸 보고 행운이라고 하는거야.


경    준    (무릎 위에 책을 놓고 보는데서 머리를 들고 아이들과 선생님을 본 후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찬    복     (명진이에게 악수를 청하며) 넌 아주 잘 해낼거야.


김 선 생     다음 이찬복, 찬복이는 목자2와 로마병정2와 동방박사2를 한다. 그래, 넌 2로 통일한다.


경    준      (목자3이 제게로 돌아오지나 않을까 하며 선생을 본다.)


김 선 생      한영희!


명    진      (진지하게) 혹시 마리아?


김 선 생     영희는 목자3과 동방박사3 로마병정3


영    희     잘못 부르신게 아니예요?


김 선 생      (메모한 걸 보며) 아니?


영    희      그렇지만 그건 남자역이잖아요?


김 선 생      옛날엔 남자만이 직업을 갖고 일하는줄 알았지. 그랬는데 요즘엔 남녀 구별없이 직업을 갖고 일하게 되었지.


영    희      직업과 이 역과 무슨 상관이에요?


김 선 생      남학생이 부족해서 영희에게 그 역을 맡긴 것만은 아니다.


영    희      (뾰로퉁해져서) 솔직히 말해서 자존심 상해요.


김 선 생      십년후에도 자존심이 상할까?


영    희      이 순간이 중요해요


김 선 생     그래, 이 순간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영희에게 어느 역을 맡겨 볼까?                마리아?


영    희     (머리를 내 저으며) 아니에요. 전 마리아와는 거리가 멀어요.


김 선 생      이 순간 영희는 마리아 이상가는 연기를 해 보였다.




              아이들 순간 숙연해진다.




김 선 생      다음 마리아역, 마리아역엔? (아이들 서로 얼굴을 본다.)


명    진     (낮게) 서정미일거야.


찬    복     정미밖에 더 있나?


김 선 생     그래 너희들이 알고 있는 대로 마리아역엔 서정미다.


아 이 들     축하한다. (박수를 친다.)


경    준      난 왜 아직 안 나오지? 남은 건 요셉과 여관집 주인인데


명    진      네가 바로 여관집 주인감이다.


경    준      내가 여관집 주인하면 요셉은 누가 해?


찬    복      일인 삼역도 하잖아.


경    준     일인 삼역할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이걸 동시에 할 수 있니?


찬    복     (머리를 긁으며) 그것도 그런데…


김 선 생      다음 여관주인, (거북해 한다) 여관집 주인은 박덕구로 한다.


명    진      뭐, 박덕구라고?


찬    복     말도 안돼


영    희     여자가 남자역도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 뭐


경    준      선생님, 잘못 들었는데요.


찬    복      다시 한 번 불러주세요.


김 선 생      여관집 주인역엔 박덕구!


아 이 들      (너무 뜻밖이라는 듯 아이들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김 선 생      왜들 그래, 뭐 잘못 됐어?


명    진      잘못 됐다기 보다는요, (머리를 긁적인다.) 그냥 그러네요


김 선 생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이러면 이렇고 저러면 저렇고 제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지.


정    미    (당돌하게) 선생님께선 심사숙고하고 결정한 것이겠지만 여관주인역엔 박덕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덕    구     (아까부터 선생님과 아이들 입에서 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궁금히 여기며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려고 동요의 빛을 보인다.)


김 선 생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명    진     그건… (차마 말을 못한다.)


정    미      (살짝) 빨리 말을 해


명    진     걔를 무시해서가 아니라요 그 역은 좀 날카로운 인상이어야되지 않을까해서. 우리들 생각엔.


김 선 생      덕구가 그 역을 잘 해 내지 못할거란 말이지?


정    미      (영희에게) 덕구좀 봐. 제 얘기하니까 그래도 관심이 있는 모양이야


영    희     (싸늘하게) 개라고 여관집 주인을 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정    미     아까부터 썩 좋지가 않은 모양이야


영    희     (정미의 말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덕구를 한 번 힐끗 본다.)


김 선 생    (아이들의 표정을 읽으며 웃는다) 난 덕구 이상가는 인물이 없어 시킨 것 뿐인데. 투박하고 억세게 처리해야만 될 것 같아서 덕구를 시켰다고


찬    복    선생님의 그 의견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만약 만약의 경우 말입니다. 대사를 외우다가


정    미      공연 중 대사를 까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명    진      분장이 잘 될는지. 표정에 있어서는? 몸짓은?


김 선 생     (화가나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이들을 본다. 말이 없다) 박덕구


덕    구     (놀라서) 네!


김 선 생      여관집 주인역을 잘 해 낼 수 있겠나?


덕    구     


김 선 생     봐라, 덕구는 제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이것이 중요하다.


정    미      (안타까워하며) 하지만 선생님, 공연도중 대사를 잊는다면


김 선 생     정미야 넌 대사를 한마디 틀리지 않고 무대에 설 자신이 있니?


아 이 들      (자신이 없음을 인정하는 듯 침묵)


김 선 생      아 요셉역이 남았군.


명    진     그건 뻔하잖아요


경    준     (기다리든 지루함을 달래며) 아, 난 도매값이구나.


명    진      (경준의 어깨를 치며) 그래도 주인공이다, 야.




              아이들 모두 연습에 열심이다.




해 설 자      덕구로선 정말 뜻밖의 일이었죠.


              덕구의 십몇년 생애 중 가장 감격스런 날임엔 틀림없었죠. 덕구도 열심히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고 일주일이 되어갈 즈음엔 대본이 걸레가 다 되어갔죠.


덕    구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입운동을 한다.)


              글쎄 귀찮게 왜 자꾸 부르십니까? 같은 말을 몇번 반 반복해야 합니까? 우-우리 집엔 반이 없다고요. (방이라는 발음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해 한다.) 여기서 잘 안된단 말야 같은 말을 몇 번 반-반복 아, 반- 반복해야 합니까 우-우리집엔 반이 없어요. 없다고요.


동방박사      보시오, 별이 멈춰 섰습니다.


김 선 생     잠깐 더 감격스럽게 해봐. 지금 그 때로 돌아갔다 생각해 봐라 얼마나 감격스럽겠나.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진지해져서 해봐.


동방박사     (진지해져서) 보시오, 별이 멈춰 섰습니다.


김 선 생      아, 됐어. 이제 목동의 장면으로 넘어가자. 자, 준비됐나?


목    자1     (졸고 있던 중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김 선 생     (어조를 바꿔) 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니 다윗의 동네에 아기 예수가 탄생할 것이니 어서가 경배하도록 하여라.


목    자1     들어봐, 무슨 소리가 들리지?


목    자2    (졸고 있다가) 들리긴 뭐가 들린다고 그래?




              눈을 비빈다




목    자3    (살며시 일어나며) 그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김 선 생     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노니 다윗의 동네에 아기 예수가 탄생할 것이니 어서가 경배하도록  하여라.


목    자2     잘못 들은게 아니야?


목    자1    한 사람이 잘못 들은 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목    자2    (머리를 끄덕인다.)


목    자3    (생각에 잠겨) 다윗의 동네라- 그럼 베들레헴이잖아. 맞았어. 성경에 그런 얘기가 있었어. 예언자의 예언이 있었어. 다윗 동네에 한 처녀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우리 메시아 아니야?


목    자1    (놀라며) 아니, 우리가 그렇게도 기다린 메시아가 다른 사람아닌 아   기라고?


목    자2    (아직 뭐가 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일러주신


              말씀이


목    자3     틀림없이 하느님께서 천사를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신 거야.


              난 그렇게 믿어


목    자1     나도 그렇게 믿어


목    자2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목    자3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서둘러야지


목    자1     가는거야?


목    자3    베들레헴까지는 멀지 않으니까 단숨에 뛰어가기로 하세.


목    자1    가서 경배하자.


목 자 들     어서가 경배하자.


김 선 생      됐어. 많이 좋아졌다. 좀 더 감동적으로 해 준다면 여기선 더 바랄게 없겠다. 그럼 다음은 껑충 건너 뛰어서 여관집 장면으로 넘어가기로 할까? 자, 여관집 장면이다. (아이들 준비해 있다가 몸짓을 바꾼다.)


요    셉     여관마다 호적하는 사람들로 넘쳐 흐르고 있으니 가는데 마다 쫓겨   날 수밖에 


마 리 아     (요셉을 조용히 바라본다.)


요    셉     이 여관에 들어가 부탁해 보는 수밖에 없겠군. 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우린 더 찾아- (말을 잇지 못하고 마리아를 본다.)


마 리 아     (힘에 겨운 듯 머리를 떨군다.)


요    셉      이 여관집 주인에게 부탁해 보기로 합시다.


마 리 아     어딘가 우리를 위한 집이 있을 것도 같은데


요    셉      여기가 바로 그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 계십니까? 주인 계십                니까?


주    인      (잽싸게 나와 선다) 아, 빈 반 없어요.


요    셉      죄송스럽습니다만 아내가 만삭이돼서


주    인      (그들을 본다.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


               글쎄 사정이 딱하오만 지금 우-우리집엔 손님들이 꽈악 찼어요. 우리 유대인만 있는 줄 아세요. 로마병정도 있고 또또또(더듬는다) 다른 사람도 있어요. 하여튼 당신네들한테 줄 반은 없습니다.


요    셉      곧 해산을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어떻게 좀 편의를 봐 준다면 고맙겠습니다.


주    인      글쎄 왜 같은 말을 반- 반복(더듬는다) 하게 합니까


              우리집엔 반- 반이 없다구요 (아이들 조그맣게 킥킥거리며 웃든 웃음이 왈칵 터져 버린다.)


김 선 생      조용. 덕구야 거기가 잘 안되는구나 방과 반복이


덕    구      같은 말을 몇번씩 반 반복


김 선 생     반 복


덕    구     반 반복


김 선 생     글쎄 우리 집엔 방이 없어요 없다구요.


덕    구      (따라서 한다.)


아 이 들      (웃는다)


김 선 생     방 이


덕    구     반, 반이


김 선 생     방이


덕    구     반, 반이


김 선 생     다시


덕    구     글쎄 우리 집엔 반- 반이


김 선 생     (짜증스럽게) 좋아 됐어. 오늘 연습은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아 이 들     오늘 연습 끝


덕    구      (혼자 연습하다가 잘되지 않음에 짜증이 나는지 꽥꽥 소리지른다.)


김 선 생     (덕구를 보고 있다가 어깨를 다독거려 주고 나간다.)


덕    구     반이 없다구요, 반이 .. 여기가 잘 안된단 말야




해 설 자     시간은 날아가듯 흘러갔습니다. 연습도중에 생긴 에피소드도 많았지요. 긴장한 탓으로 먹은게 소화되지 않아 설사를 하는 아이, 꿈에서도 요셉과 마리아를 보는 아이, 대사를 잠꼬대로 말하는 아이(웃으며) 이러다 미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로 열심이었죠. 드디어 공연날이 되었습니다. 자, 그럼 무대를 함께 보실까요?




요    셉      호적하는 사람들로 여관집마다 꽉 들어찼으니….


              마지막으로 이 여관 집주인에게 부탁해 봅시다.


마 리 아     (서 있는게 몹시 힘이 드는 듯하다.)


주    인     (말할 기회를 보고 서 있다가 입을 연다.) 글쎄..


요    셉      혹시 빈 방이 있으시다면 저희들에게


주    인      글쎄 우-우리 집엔 반이 없어요, 없다고요.


김 선 생     (한쪽에 서서 마음을 조인다)


요    셉     아무 방이라도


주    인      글쎄 같-같은 말을 몇번 반-반복하게 합니까?


요    셉      알겠습니다. 여보, 갑시다. (한숨을 내 쉰다.)


주    인     (표정이 슬퍼진다.)


김 선 생      (어찌할 줄을 몰라한다.)


주    인      반이 없어요. 없다구요. 우리집엔 반이… 반이 없어요


요    셉      알겠습니다. 여보 갑시다.


주    인     (울상이 된다.) 잠깐만!


요    셉     (놀라워 하며) 네?


주    인      우리집엔 반이(울음이 쏟아질 것 같다) 반이 .. 있… 있긴 있는데.. 반이


               없다구요.


요    셉      아, 네. 여보 갑시다.


김 선 생      (덕구를 향해 손짓을 한다.)


요    셉      (마리아와 같이 힘없이 나간다.)


덕    구     (자제심을 잃고) 에이, 가지마세요. 우-우리 집에 반이 있어요. 진짜 좋은 방(정확하게 발음을 한다)이 있다구요.


명    진      (무대 뒤에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있다) 거 보세요. 덕구시키지 말라고                했잖아요.


찬    복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김 선 생      막을 닫아! 문경희 선생, 막 좀 닫으세요.


              (객석으로 나와) 죄송합니다. 조명실 불을 끄세요. 불을 끄라고요. (객석을 향해) 정말 죄송합니다.


해 설 자      무대와 객석 모두 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를 움켜잡고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덕구가 불쌍해 손수건을 적신 사람이 있기도 했지요. 제가 알기로는 목자3의 영희가 제일 슬퍼했을 겁니다. 저음의 남자 같았던 그에게 그렇게 깊은 동정심이 있을 줄은 몰랐었지요. 그런데


덕    구    (무릎을 꿇고 앉아 울고 있다.) 하느님 제가 연극을 망쳐놨어요. 용서해 주세요. 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거짓말을 한다는 게 우-우리 집엔 반이 있거든요. 그건 하느님도 아시지요. 전 정말 예수님이 우-우리집에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수님이 우-우리집에서 태어나신다. 생각 좀 해보세요(환희에 가득차) 얼마나 기쁠 것인가요. 나는 예수님이 좋아요. 예수님을 사랑해요. 제가 연극을 망쳐놔서 선생님하고 친구들이 속상해 하겠지요. 속상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한참 생각한 후) 전 아무래도 연극하는 데는 맞지 않는가 봐요. 그래도 한 번 해 본거 그게 어디에요.




해 설 자    덕구는 무릎을 꿇은채 그날 밤을 무대 위에서 지새웠습니다. 가끔은 울며 가끔은 웃으며 덕구는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친 덕구가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것은 흰눈이 소복하게 내린 성탄절 아침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덕구의 성탄절이죠. 성탄절 노래를 부르면서 이 연극을 마치려합니다. 다 같이 부르기로 할까요?




              성탄 노래 함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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