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이야기
< 작자 / 한스 크리스챤 앤더슨 >
나오는 이들
전나무, 큰나무1, 2, 산들바람, 햇빛, 동네소녀1, 2, 붉은 구름, 황새, 참새, 신사, 부인, 남자아이, 여자아이, 동네부인들과 신사들, 몇 명의 아이들, 생쥐1, 2, 늙은 쥐, 인부1, 2
막이 열리면
< 제 1막 >
– 제 1 장 –
한낮의 숲속 키가 큰 나무들 속에 어린 전나무가 있다.
전 나 무 (목을 죽죽 위로 뽑으며 힘껏 발돋움을 해본다.)
큰 나 무1 아가야, 그리 애 쓸 것 없단다.
아주 작고 어리지만 무척 잘 생겼구나.
전 나 무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힘겨운 소리를 끙끙대며 발끝을 들고 돋음 질 해본다.)
큰 나 무2 네가 자라는 것을 기뻐해라. 그리고 감사하렴.
그 때 곱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등장한다.
전 나 무 치, 그런 말씀 마세요. 난 어서 커버리구 싶단 말이에요.
산들바람 어린 전나무야, 네가 작고 예뻐서 나는 너를 이렇게 껴안을 수 있단 다.
전 나 무 어제는 요아래 사는 얌체 같은 토끼가 내 위를 펄떡이며 뛰어다녔다 구요.
햇빛이 거만하게 들어선다.
산들바람 하지만 넌 어리고 작아서 아직도 너를 꺽어내지 않잖니?
전 나 무 그런 말씀 마세요. 햇빛은 온종일 나를 모른척하구 큰나무들 하고만 놀다 간다구요.
햇 빛 (전나무에게 다가서며 거만하게) 아이구, 이 둔한 녀석아. 한낮에 네 어린 잎을 덮어주는 것이 큰나무들이라는 것을 모르는구나.
전 나 무 어리다구 얕보지 말라구요.
동네 여자아이들이 재잘대며 들어선다.
전 나 무 그 조그마한 참새두 나를 모른척 한다구요.
햇 빛 이제 우리는 저녁이 와서 떠나야겠다. 이 숲속에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하렴.
햇빛과 산들바람 퇴장
소 녀1 어머 아주 예쁜 전나무다
소 녀2 아주 작은데
소 녀1 그래, 우리가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넘어볼까?
전 나 무 (음칫한다.)
소 녀2 어, 저기 붉은 구름이 온다. 저녁이다. 서둘러 집에 돌아가야겠어.
아이들이 퇴장, 붉은 구름이 등장
전 나 무 아~ 나는 언제 크게 되나. 아래 동네 꼬마들이 넘어뛸 수 없게 말이야. 에이 속상해
붉은구름 (허겁지겁 전나무에게 다가서며 호들갑스럽게) 휴 저쪽 숲속을 지나쳐 오는데 친구들이 나무꾼들에게 찍혀서 산 아래로 실려갔어.
전 나 무 (호기심 어리게) 어디로 간걸까?
붉은구름 그걸 모른단 말야?
전 나 무 응. 어서 커야지. 그럼 알 수 있을거야.
붉은구름 (전나무를 지나며) 아휴 맙소사
전 나 무 (붉은 구름이 지나간 것을 모른채) 어디로 갔을까? 그래 아침 일찍 바다를 날아온다는 황새아저씨에게 여쭤봐야지
무대 어두워진다
– 제 2 장-
환한 숲속 전나무와 큰 나무들이 있다. 참새들이 짹짹이며 숲속을 난다.
황 새 나를 찾았니?
전 나 무 예. 아주 궁금한게 있어 여쭤보려구요.
황 새 (의젓하게) 그러렴. 뭐든지.
전 나 무 나무꾼들이 베어가는 큰나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황 새 (갸우뚱하며) 글쎄다.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래! 바다를 날 때 전나무 냄새를 맡았단다.
전 나 무 (의아해하며) 바다요?
황 새 그렇단다. 바다를 떠 다니는 배들이 많은데 배마다 큰 돛대가 있단다. 거기서 바로 전나무 냄새가 나던걸.
전 나 무 (기뻐하며) 그래요
황 새 그렇게 훌륭하게 쓰여지니 축하한다. 잘 있으렴.
전 나 무 네, 아저씨. 그래 어서 자라야 해. 그럼 바다를 나는 거야. 바다는 어떻게 생겼을까?
넋이 나간 듯한 전나무 곁으로 참새가 다가선다.
참 새 얘, 너 뭘 그리 중얼거리니?
전 나 무 나는 크면 바다로 간다. 황새 아저씨가 말씀하셨어.
참 새 어휴 이런 바보. 나는 너희가 크면 어디로 가는지 봤는걸
전 나 무 (의아해하며) 그래? 어디서 봤니?
참 새 (으시대며) 지난 성탄 때 아랫동네 창틀을 들여다 보았더니 집안에 있더 구나.
전 나 무 거기서 뭘하지?
참 새 울긋불긋한 단장을 하고 먹을 것들도 달아매고 작은 촛불도 많이
켜 있던데
전 나 무 (매우 흥미로워하며) 그래? 아주 멋지겠구나. 그런 다음 어떻게 되든
참 새 그 다음에는 볼 수 없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나두 몰라.
전 나 무 어서 빨리 그 때가 왔으면
그 때 바람이 다가와 전나무에 입맞추었으나 전나무는 귀찮아 한다.
< 제 2 막 >
– 제 1 장 –
어느 가정의 마루, 남녀 아이와 부인이 의자에 앉아 성탄장식을 만들고 있다. 그 때 신사가 제법 큰 전나무를 안고 들어선다.
아 이 들 와, 성탄나무다 (나무에게로 달려든다.)
전 나 무 (휘청거렸으나 기분이 좋다.)
남자아이 아빠 고마워요
부 인 올해는 멋진 성탄나무를 구해 오셨군요
신 사 그래. 올해는 아주 운이 좋았어. 멋진 놈을 골랐으니 말이야.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기 전나무를 무대 중앙에 둔다.
여자아이 엄마, 어서 성탄장식을 해야겠어요.
부 인 그래, 하지만 서두르지 말아라. 가지가 상한다.
아이들 성탄장식을 달기 시작한다.
– 제 2 장 –
다 장식된 전나무 꼭대기에는 금별이 반짝이고 아주 멋지게 서 있 다.
전 나 무 (매우 흡족해 하며) 정말 내 모습이 멋져 보일거야. 그리고 참새들도 저 창으로 들여다 볼지 몰라. 아, 등이 좀 아픈걸. 하지만 이쯤이야
그 때 신사와 부인, 아이들외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유쾌한 분위기로 왁자기껄 들어선다.
동네아이 와, 멋지다
아 이 들 와! (환호성)
부인네들과 신사들이 담소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전나무에게 달려들어 금별 외에 선물과 장식을 떼어낸다. 전나무는 이리저리 휘청이며 진땀을 뺀다.
전 나 무 어휴 (땀을 닦는다.)
아 이 들 (이제 전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물을 풀고 나서 서로 어울려 노래와 춤을 춘다.)
< 제 3 막 >
텅빈 무대, 어둡고 침침하며 이것저것 몹쓸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굴러 다니는 것이 창고나 아니면 지붕밑 방쯤 되어 보인다. 어둡고 구석진 곳에 금별을 단 전나무가 서 있다.
전 나 무 (두리번대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나는 여기서 무얼해야 하나? 벌써 여러 날이 지났어. 여기는 친구가 없어.
생쥐들이 찍찍대며 전나무에게로 다가선다. 전나무 주위를 뱅뱅돈 다.
전 나 무 그만해, 어지러워.
생쥐들 전나무옆에 서며
생 쥐1 밖은 몹시 추운데 여긴 아늑하지?
전 나 무 햇빛도 바람도 없어 가슴이 답답해 와.
생 쥐2 너는 어디서 왔니?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은 어디지? 선반에 먹을 것을 쌓아둔 곳을 아니?
전 나 무 나는 그런 곳은 몰라도 햇빛이 들고 새들이 노래하는 숲속은 알아.
전나무는 생쥐에게 옛날을 생각하며 기쁜 얼굴로 얘기하고 생쥐는 부러운 듯이 얘기하는 모습만이 보인다.
생 쥐1 너는 정말 멋진 곳에 있었구나.
생 쥐2 그런 것을 다 봤으니 얼마나 기쁘니? 우린 늘 어두운 곳에서 지내
전 나 무 (아쉬워하며) 사실 기쁠때였어. 하지만 그 때는 잘 몰랐어.
나이든 쥐가 들어선다.
늙 은 쥐 얘들아, 거기서 뭘하니?
생 쥐1,2 재미있는 얘기를 듣고 있어요.
생 쥐2 얘는 전나무에요
전 나 무 안녕하세요?
늙 은 쥐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니?
생 쥐1 숲속에 있었던 얘기를 했어요.
생 쥐2 전나무는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행복했었데요.
전 나 무 (풀 죽은 목소리로) 그 때는 그걸 몰랐어요.
늙 은 쥐 정말 어리석은 소리구나(귀찮은 듯 빠른소리로) 혹시 식량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전 나 무 모르는데요
늙 은 쥐 얘들아 더 들을 것도 없다. 어서들 가자
늙은 쥐를 따라 생쥐들 퇴장
전 나 무 이제 생쥐들마저 오지 않을거야. 그래 조금 참자. 얼마 안있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거야
< 제 4 막 >
이른봄의 마당. 여자아이들이 고무줄을 하고 놀고 있다. 그 때 전나무가 무대로 던져진다. 전나무 잎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
전 나 무 (몸을 비틀거리며 넘어간다.) 아이구구구구 (몸을 추수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 오랜만이야 (숨을 들이쉬며 크게 내쉰다. ) 햇빛도 바람도 모두 만나는구나. 이제부터 즐거운 생활이 시작될거야. (기지개를 펴본다.)
놀던 아이들이 전나무에게로 다가선다.
아 이1 야, 이것 봐, 아직 금별이 있어
아 이2 어디?
아 이1 (금별을 떼어내며) 이렇게 흉해진 나무에 아직도 이 별이 달려 있구 나.
아 이2 어머 정말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금별을 보고 나서 주저앉아 공기놀이를 한다.
전 나 무 그래, 좋은 때는 다 지났어. 하지만 다시 열심히 살아보겠어.
인부들이 들어서 전나무를 양쪽에서 잡아 당긴다.
전 나 무 아이구, 제발 놔주세요.
공기놀이 하던 이이들은 금색별을 서로 빼앗으려 무대위를 돌며
달려 다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