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심 주머닐

 

내 욕심 주머닐




때 




예수님이 나시던 날 저녁




나오는 이들




시  몬 (가난한 노동자), 샤리만 (시몬에게 빚을 지운 욕심쟁이), 미리암, 데레사 (시몬의 동생들), 필립보, 실비오 (목동들)




막이 열리면 




              베들레헴 어느 여관집에 사는 시몬의 집, 연기에 그슬린 듯 싶은 컴컴한 집. 왼편에는 판자로 된 출입문, 다른 편에는 시몬의 직업인 듯 자리를 짜는 틀, 두 개의 궤짝, 그리고 초라한 걸상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이다. 창 밑으로 하늘거리는 등잔불막이 열리면 시몬은 틀 옆에 앉아 있고 시몬의 누이동생 데레사가 등잔불 앞에 앉아 바느질 거리를 들고 있다. 그 옆에는 미리암이 앉아 성서들 뒤적이고 있고, 출입문 안쪽 걸상에는 샤리만이 거만하게 못마땅한 듯 앉아 있다.




샤 리 만      그럼, 똑똑히 잘라서 말해! 응? 내 빚을 갚겠다는 말이야, 못 갚겠다                는 말이야?


시    몬      (서먹서먹 송구스럽게) 못 갚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샤 리 만      갚겠다, 갚겠다. 말만 원…. 그러나 실제로 갚아야 갚는게 아닌가? 흥! 이자라도 똑똑히 갚아야 할 게 아니냐 말야! 응? 이자가 이제는 원금의 두 배가 됐어!


시    몬     글쎄, 아저씨. 저두 그 빚을 갚아 보자구 이렇게 밤중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데레사도 저렇게 삯바느질을 하느라고 눈 빠지게 애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샤 리 만      그까지 돗자리나 치고 바느질거리나 가져다가 밤낮 애써 봤자 돌아가신 임자 아버지가 진 빚을 갚게 될 날이 있을 줄 아나? 어림도 없지.


데 레 사      조금만 참아 주세요. 아저씨 애써 하노라면 어떻게 되지 않겠어요?


샤 리 만      어떻게 된다고? 어떻게 되긴, 빤한 이 베들레헴 바닥인데 무슨 수가 터진단 말이야?


시    몬      그러나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거여? 내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어?


시    몬      (말을 막아) 내 동생을 어떻게 로마 사람의 종으로 팝니까?


샤 리 만     아, 우리 유대 백성 전부가 지금 로마 놈들의 종이지. 별다른 건가? 팔면 파는 거지, 못 팔건 또 뭐야? 누구는 좋아서 팔려가고 그러는 줄 알아?


데 레 사      오빠….


시    몬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우리 데레사를 그 이방인에게 내 놓을 수는                없어요.


샤 리 만     (자기가 들고 온 가죽 주머니에서 부시럭부시럭 두루마기를 꺼내서 펴 보이며) 그럼 대체 이 차용증서는 언제 찾겠다는 말이야? 이걸 내 손에서 찾아가야 임자 자손들도 후에 편케 살 거 아냐?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시 후, 요셉, 문을 열고 들어선다)


요    셉      저어, 실례합니다. 잠시 묵어 갈 방을 구합니다만….


시    몬      저의 집 마구간이 비어있지만 누추해서.


요    셉      네…. 그 마구간이라도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면 괜찮겠습니다.


샤 리 만      (무뚝뚝하게) 근데 왜 왔소?


요    셉      아우구스투스 왕의 명령에 따라 호적을 하러요.


샤 리 만      아니, 이 집에 왜 왔느냔 말이오?


요    셉      네. 저어 기름이 있으면 조금 얻을까 하고 왔습니다. 돈은 드릴 수                 있는데.


샤 리 만      기름?


요    셉      네, 갑자기 제 아내가 배가 아프다구 하는구먼요. 불을 좀 켜야겠는               데요.


시    몬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합니다만, 저의 집에도 기름이 없습니다. (옆에 놓인 빈 종지를 들어 흔들어 보인다.)


요    셉      네에? 그렇습니까?


미 리 암      오빠, (잠시 생각하다가) 저기 등잔에 남은 걸 좀 나눠 드리면 되잖                아요?


시    몬      정말, 그럼 되겠군.


요    셉      아닙니다. 다른 집에 가서 얻어 보지요.


시    몬     아뇨, 이 기름은 오늘 저녁 동안은 넉넉하니까 드리지요. 그리고 이 밤중에 어디 가서 기름을 얻겠습니까?


요    셉      (기름을 받아들고) 아니, 이렇게까지….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먼요.


              (주머니에서 동전 한 닢을 꺼내며) 약소합니다만….


시    몬      원 천만에요. 그것 조금 드렸다고. 괜찮습니다.


데 레 사      돈은 무슨 돈이에요? 어서 가 보세요.


요    셉      그래도 그냥이야 어떻게….


미 리 암      아이, 아저씨두. 그 까짓게 뭘 대단하다구 그래요?


시    몬      (요셉의 등을 밀며) 어서 가 보십시오. 부인께서 편찮으신데.


요    셉      정말 고맙습니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며 나간다.)


샤 리 만      (아까부터 못마땅한 듯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주제에 인심은                다 쓰는군.


미 리 암      불쌍한 사람 좀 도와 준 게 뭐가 그리 나쁜가요?


샤 리 만      뭐야? 흥 임자가 왜 못 사는지 아나? 사람이란 제 분수를 알아야 해. 남의 생돈 가져다 쓴 빚은 못 갚으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푹푹 기름이나 부어 주고, 그나마 없는 걸 등잔에서 나눠주다니, 그게 정신이 있는 짓이야?


데 레 사      아저씨 그분이 하도 난처하시니까 나눠 드린 거 아니에요?


샤 리 만     난처한 사람이 그 사람뿐이냐? 남의 빚을 쓰고 못 갚은 자신들은 난처하지 않단 말인가?


데 레 사      (더욱 부드럽게) 아저씨가 그 일로 화내실 거야 뭐 있으세요?


샤 리 만     에이!(화가 치밀어 못 살겠다는 듯 차용증서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일어서며) 내 딱 잡아 말하겠어. 내일 낮까지, 가타부타 말을 해 줘! 데레사를 달라는 사람이 있을 때 내어 주던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갚던가!(샤리만 홱 나가버린다.)


시    몬      (인사를 하려다가 꽝하고 문이 닫히자, 돌아서 앉으며 다시 일을 시                 작한다.)


미 리 암      아!(한숨을 쉬며) 왜 저렇게 못 살게 굴지? 보기 싫은 늙은이 같으                 니….


데 레 사      (잠시 생각하다가) 오빠.


시    몬      응?


데 레 사      샤리만 아저씨가 하자는 대로 해버리면 어떻겠어요?


시    몬      응?


데 레 사      샤리만 아저씨가 하자는 대로 해버리면 어떻겠어요?


시    몬      네가 로마 사람에게 가겠다는 말이야?


데 레 사      할 수 없지 않겠어요?


미 리 암      안돼. 언니. 언니가 가면 나두 따라 갈거야.


시    몬      데레사야. 세상에는 할 일과 못할 일이 있다. 지금 그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데 레 사      (눈물짓는다.)


미 리 암      아이, 언니…. 그 욕심꾸러기 아저씨가 없어졌음 좋겠어.


시    몬     데레사야, 우리 함께 애써 일한다면 무슨 길이 열릴게다. 정성을 다하면 하느님께서도 알아주실 게 아니니?


데 레 사      저는 미리암을 굶기는 것, 그리고 오빠가 고생하는 걸 볼 수 없어요.


시    몬      얘, 그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일이나 하자.


데 레 사      정말, 이 땅 위에 슬픔을 없애 줄 메시아는 오실까요?


미 리 암      오빠, 메시아가 빨리 오면 좋겠지?


시    몬     미리암, 우리 유대 사람. 아니 온 세계 사람들이 기다리는 게 그분 아니냐? 그 외에 작은 것들이야 문제가 안되지.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에서 벗어나는가 그게 문제야. 메시아를 기다리는 바람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살겠니?


데 레 사     (손을 모으고) 오! 구세주여, 어서 오소서. (와락 문이 열리면서 샤리만이 허둥지둥 달려 들어온다.)


시    몬      (놀라) 아니, 아저씨 무슨 일이십니까?


샤 리 만      (와들와들 떨며 헐떡거릴 뿐 말을 못 한다.)


데 레 사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


샤 리 만      에이그! (손만 젓는다.)


시    몬      아니 무슨 일이신가요?


샤 리 만      (겨우)가, 강도….


미 리 암      네? 강도요?


시    몬      강도를 만나셨어요?


샤 리 만     (찢어진 옷깃을 보이며) 이것 봐!,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아주 흉악한 놈이야. 저쪽 다리를 건너는데 불쑥 나오지 않아. 죽는 줄 알았어.


시    몬      거 큰일 날 뻔하셨군요.


샤 리 만     에이그! (다시 몸서리친다.) 세상이 이렇게 험악해서 어떻게 살아? 응? 이 베들레헴  거리 한복판에서 강도를 만나다니.


시    몬     뭐 잃으신 것은 없으세요?


샤 리 만    글쎄. (옷속을 뒤적이다) 아!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빼앗겼군. (그러다가 사태가 크게 벌어진 걸 알고 고함) 주머니를 뺏겼어! 이를 어쩌면 좋아.


데 레 사     주머니에 돈이 많이 들어 있었나요?


샤 리 만     돈보다 더 큰게 들었지. 모두가 차용증서니까. (비명) 아이구! 이젠 다 살았다. (다시 강도를 생각하고) 그 놈이 냅다 칼을 이렇게(손을 휘휘 내두르며) 내젓는 통에 그만 정신이 빠졌었지. 아이구! 이 일을 어쩐담!


데 레 사      아저씨,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셨다면서 그만한게 다행이에요.


샤 리 만      다행? 그 주머닐 잃고서 내가 세상을 살아서 뭐 하게. (울 듯이) 그것은 내 목숨하고도 바꿀 수 없는 주머니였는데….


미 리 암      그럼, 아까 그 강도의 칼에 찔려 버리시지 뭣하러 도망치셨어요?


시    몬      미리암. 그런 말하면 못 써. 아저씨, 걱정 마세요. 제 차용증서는 다시 써 드리면 되잖아요?


샤 리 만      (눈이 번쩍) 다시 써 줘? 이런 사람! 정말인가, 시몬?


시    몬      네, 그럼요. 뭐 그런 차용증서를 잃어버리셨다고 진 빚을 안 졌다고                 할까요?


샤 리 만      어디 딴 놈들이야 모두 시몬같이 착한 사람들이라고. 내가 증서를 잃었단 소식을 들으면 좋아라구 할 걸?(생각하다가) 암, 그럼 나라도 좋아하지, 좋아하고 말구. 그러니 세상은 도둑놈의 심보야. (그러는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샤리만 깜짝 놀라 방구석으로 간다.)


시    몬      누구요?(목자 필립보와 실비오 들어온다.) 오, 필립보! 아니 실비오까지. 이거 웬 일인가? 이 밤중에….


필 립 보      이상한 소문 못 들었나?


데 레 사      이상한 소문이라뇨? 강도가 들었다는 소문 말인가요?


실 비 오      쉿! 메시아가 나셨대.


시    몬      (뛸 듯이) 뭐라고 필립보? 메시아가 나셨어?


필 립 보      메시아가 나셨다구. 성내에 들어가면 구유에 누운 아기 메시아를 볼 부 있을 거라구. 그래서 모두 이 성내로 몰려 들어와 마구간을 뒤지고 있어.


시    몬      뭐, 마구간을 뒤져?


데 레 사      오빠!


시    몬      그래. (잠시 생각하다가) 이 옆집 주막에도 마구간이 있는데 누가 와                있어.


필 립 보      정말이야?


미 리 암      맞아요. 오빠, 아까 그 아저씨가 마구간에 들었어요.


샤 리 만      (가까이 나오며) 아니, 누가 났어?


데 레 사      메시아가 나셨대요.


샤 리 만      메시아라니?


시    몬      구세주 말이에요. 우리를 이 어둠과 슬픔 속에서 건져 주실 메시아                말이에요.


샤 리 만      구세주….


필 립 보      자,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도 찾아봐야지.


시    몬      그래, 나랑 같이 가세. (두 사람 뛰쳐나간다.)


샤 리 만      (입속으로) 메시아….


미 리 암      데레사야. (감격하며) 메시아가 나타나다니. 오. 하느님!


샤 리 만      데레사야. (은근히) 메시아는 너희들같이 착한 사람들에게만 오시는                 거겠지?


데 레 사      아저씨, 우리가 뭐가 착하다고 그러세요? 그동안 빚을 못 갚아드려 아저씨를 얼마나 괴롭혔는데요.


샤 리 만      (머리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세상에 너희들처럼 착한 사람은 없을 거야. 세상에 나처럼 욕심꾸러기는 또 없을 거구….


데 레 사     아저씨(단정하듯) 아니에요. 세상에 마음이 본래 나쁜 사람은 없다구 언젠가 오빠가 그랬어요.


미 리 암      그래요, 아저씨.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닮아서 착하대요.


샤 리 만      그래. (고맙다는 듯) 정말 그럴까?


데 레 사      네, 그런데 사람이 가끔 욕심을 부려 인정 없이 사나워지고 그러는 건, 맑은 하늘에 구름이 가리듯 죄에 가려서 그런 거래요.


샤 리 만     그래, 미리암아, 아까 내 서류 주머닐 빼앗아간 강도가 있듯이 내 욕심 주머닐 빼앗아 갈 사람은 없을까? 바람이 하늘의 구름을 몰아내듯, 내 마음의 죄를 쫓아내 줄 바람은 없을까?(은은히 천사의 음악이 들려온다.)


데 레 사      아저씨, 그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에요. 새로 나시는 메시아가 우리를 그렇게 해 주실 거예요.


샤 리 만      (문득) 얘,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니?(유심히 듣다가) 천사의 노래 같은데,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노래다. (문이 와락 열리며 시몬이 뛰어 들어온다.)


시    몬      (고함) 데레사! 미리암! 메시아가 나타났어.


미 리 암,


데 레 사      네? 오빠, 정말!


시    몬     그래. 바로 우리 옆집에서야! 저 마구간에서 메시아가 나셨단 말이야. 지금 들판에서 목자들이 모두 몰려왔다. 그리고 동방 박사들이 낙타를 타고 아기 메시아께 경배하러 왔어. 자, 나가보자. 같이!


미 리 암      네. (뛰어가려고 하다가) 아저씨두 함께 가요. 네?


샤 리 만      나두? (용기가 안 나는 듯) 나두 가 볼 수 있어?


시    몬      (문간에서) 가 볼 수 있구 말구요. 아저씨도 같이 가세요. 모두 메시아께 선물을 드리고 경배해요.


샤 리 만     (혼자말로) 난 무슨 선물을 하지? 내게 있는 건 더러운 욕심뿐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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