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1일 촛불집회 (한겨레 신문 참고)















부산도 광주도 제주도…118곳 ‘촛불’ 밝혔다
전국 곳곳서 촛불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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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항쟁 기념 1백만 촛불대행진 전국 상황.
10일 저녁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 118곳에서 50만여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등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전국의 시민들은 이날 촛불집회를 단순한 정치 집회가 아니라, 시민들의 거대한 거리 축제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밤 민주주의가 한바탕 꽃을 피웠다.


[전국 촛불문화제 4신]
“국민들 열망하는데 왜 그토록 귀 막는지”
거리행진 시민들, 아쉬움 접고 ‘내일’ 기약


■ 대구·경북 = 밤 11시 10분 대구 중구 한일극장 앞에 무대 5백여명의 시민들이 남아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문화제는 이제 마무리 단계다. 시민들은 록밴드 ‘극렬 파괴 기구’의 선창으로 <광야에서>를 합창하고 있다.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반바지를 입은 한 젊은 여성이 춤을 춰 분위기를 띄웠다. 곡은 끝났지만 시민들은 떠나지 않고 아쉬운듯 앵콜을 외친다. 밴드가 <젊은 그대>를 부르자 목이 터져라 함께 한다.

지친 밴드가 “더 이상 앵콜은 없다”며 주섬주섬 악기를 챙기자 누군가의 선창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시민들은 밴드의 반주 없이 어깨에 어깨를 걸고, 애국가를 부른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시민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못내 아쉬운듯 어린 아들을 무등 태운 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30대 남성도 내일을 기약하며 집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수십명의 시민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고 있다.

밤 11시께 마지막으로 촛불시위를 벌이던 안동을 마지막으로 포항, 영주, 문경, 의성, 울진, 예천, 김천, 경주 등 경북 9개 지역에서 타오르던 촛불도 모두 꺼졌다. 대구/박영률·박주희 기자 ylpak@hani.co.kr


 
 
■ 대전·충남·충북 = 충북지역에서는 오후 6시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을 시작으로 촛불 문화제 불길이 올랐다. 시민들은 이어 저녁 7시 충북도청 서문 앞 도로로 옮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면서 1천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은 1시간여만에 4천여명을 훌쩍 넘겼다. 시민들은 촛불 문화제 히트송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 1조>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시민 양준석(37)씨는 “1991년 강경대씨 사망 사건때 거리를 가득 메운 것을 봤는 데 오늘 또 그 같은 감동을 다시 본다”며 “국민들이 이렇게 열망하는 데 왜 그토록 귀를 막는 지 모르겠다. 오늘 이 함성을 청와대에서 제발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원 미원에서 온 농민 조관호(46)씨는 “광우병 쇠고기로 좀처럼 일손이 잡히지 않지만 이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면 그나마 마음이 편해져 매일 촛불을 들고 있다”며 “국민을 외면하는 대통령과 정부는 제발 그만 아웃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청 앞에서 집회를 한 시민들은 저녁 8시30분께부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거리 행진을 시작하면서 청주 최도심 성안길 등에 있던 시민들도 가세하면서 거리 촛불은 5천개 가까이 늘고 있다.


충북 청주의 촛불은 충북도청 앞 거리 집회에 이어 저녁 8시40분께부터는 청주체육관 앞 광장에서 중간 집회를 열었다.이 자리에서 4천여명의 시민들은 <솔아솔아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아침이슬> 등을 함께 부르며 축제를 즐겼다.


시민 이상식(40)씨는 “이런 즐거운 축제는 처음”이라며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등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톡톡튀는 우리 시민들은 이제 시위를 하나의 문화로, 축제로 즐기는 법을 아는 것같다”고 말했다.


청주 체육관에서 중간 집회를 한 시위대는 다시 거리 행진을 하며 청주 최대의 교통 밀집 지역인 사창 네거리 4차로에 앉아 촛불 문화제를 이어 갔다. 10시를 넘기면서 청주 중문 일대에 있던 대학생과 함께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고교생들의 합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청주 촛불문화제는 증평, 진천, 청원 등 청주 인근 지역의 시민까지 가세했으며, 충주·제천·단양·영동·옥천 등 농촌 지역에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 광주 = “서울에선 30만여명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답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10일 밤 10시30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사회자 백금렬(35)씨가 서울 소식을 전하자, “와”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 시민 2만여명은 이날 밤 10시40분 금남로를 출발해 3㎞ 떨어진 한나라당 광주·전남시도 당사 앞을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은 금남로 5가~유동 사거리~광주역 광장과 대인광장~롯데백화점 앞 길 두패로 나뉘어 행진해 광주역 인근 한나라당 시도당사 앞 길에서 만났다. 이날 촛불문화제 주변에 정복을 입은 전·의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민들은 “미친 소”하는 선소리에 “반대한다”고 화답하거나, 80년 5월에 불렀던 훌라송 가락에 맞춰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노래하며 행진했다. 행진단 선두에는 풍물패를 따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노동자들과 전남대·조선대 대학생들이 섰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과 유모차를 끄는 주부,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가 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5·18민중항쟁부상자회 이지현(55)씨는 “광주에서도 21년 전 6월 항쟁 때처럼 시민들의 함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정길 6·15공동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는 “광주 시민들이 6·10항쟁 21돌을 계기로 국민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열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하루빨리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서민·중소자본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2만여명은 11일 새벽 0시17분 한나라당 광주·전남시도당 건물 앞길에서 ‘한나라당 반대´, ’미친소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펼침막을 태우는 화형식을 벌인 뒤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광주/안관옥·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인 뒤 거리시위에 나선 5000여명의 시민들이 공업탑교차로 앞에서 ‘고시 철회. 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hani.co.kr


[전국 촛불문화제 3신]
전주 여고생 “밥심으로 사는데, 미 쇠고기 어떻게 먹나”
전국 곳곳서 자유발언 · 문화공연 뒤 거리행진 진행 중


■ 부산·울산·경남 = 부산에서는 이날 저녁 7시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 백화점 옆과 중앙로 간선도로 일대에서 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광우병 부산시국회의는 애초 쥬디스태화 백화점 옆길에서 행사를 진행했으나 민주노총 소곡 노동자들을 비롯해 행사 참가자들이 급격히 불어나자 저녁 8시께부터 근처 중앙로 간선도로로 이동한 뒤 8차로 도로를 완전 점거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


촛불 행사 참가자들은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6·10 항쟁 20여년이 지나 우리는 또다시 독재 타도를 외치게 됐다”며 “6월 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이 나오기 전까지 촛불을 계속 밝힐 것”을 결의했다. 자유토론에 나선 동의대 2학년 문 아무개씨는 “먹기 싫은 것 먹기 싫다고 외치는 것 뿐인데 이명박 정부는 왜 이를 귀담아 들으려고는 안 하고 경찰병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태극기가 조기로 걸리고, ‘광우병 쇠고기 전면 재협상’ ‘공기업 민영화 반대’ ‘4·15 학교자율화 폐기’ ‘의료 민영화 반대’ 등 구호가 적힌 만장도 내걸렸다.


촛불 행사에 앞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원로, 종교인 등 100여명은 행사 주변 거리를 돌며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시작해 밤 10시반께부터 서면로터리를 점령한 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신동명기자 tms13@hani.co.kr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가진 뒤 오후 9시10분께부터 거리시위에 나섰던 시민 5000여명은 공업탑교차로~울산시청 정문~태화교차로 10여㎞를 오가며 2시간여 동안 ‘울산시민 함께 해요’ ‘고시 철회 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갔으나 3000여명의 시민들은 집회가 열렸던 울산대공원 동문 앞 잔디밭까지 함께 했다. 이들은 잔디밭에서 애국가를 부른 뒤 11시께 해산했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평화적인 거리시위를 지켜보았고 교통 경찰관들은 거래행진을 도우는 등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13일 촛불시위에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전북 전주서 대규모 촛불집회 열려 = 전북지역 1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전북대책회의‘는 10일 오후 7시 전주시 경원동 관통로 사거리에서 시민, 학생, 농민, 노동자 등 3천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시 철회.전면 재협상 촉구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전주/연합뉴스

 

■ 광주·전남·전북 = 전북도민 1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 민중서관 사거리에서 시민과 학생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규모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을 멈춰라”며 고시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했다. 가족 단위로 참가한 시민, 교복을 입은 학생, 21년 전 6월항쟁을 경험한 386 출신 회사원, 대학생, 노동자, 주부 등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노동환(44)씨는 “오만한 정부에 국민의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회사 직원들과 함께 모여서 집회 현장에 왔다”며 “21년 전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고,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최형재(45)씨는 “21년 전 6월 항쟁때는 직접 참여해 마이크를 잡고 발언도 했는데, 학생과 시민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니 민주화 투쟁을 했던 당시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한 전주 성심여고 한 학생은 “우리는 공부를 하기 위해 밥심으로 사는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 먹을 수가 있느냐”며 “안전한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 중간에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래가 나왔고, 진행자가 파도타기를 유도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민주노동당 소속 오은미 전북 도의원 등이 유행가를 개사해 노래를 부르는 등 분위기를 돋구웠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판소리를 한 전북도립국악원 고양곤씨가 시민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전북도립국악원 단원들이 북 등을 치며 흥을 유도했다.


이날 밤 9시40분께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거리 광장과 도교육청 앞을 거쳐 전북일보 앞까지 고시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행진을 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 대구·경북 = 밤 10시를 넘어선 시간,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과 중앙로 네거리에 3천여명의 시민들이 남았고, 두개의 무대에선 자유발언이 한창이다. ‘땅과 자유’ 등 모임에서 온 사람들은 수십명씩 촛불을 앞에 놓고 시국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자유발언이 끝없이 이어진다. 주제는 광우병 소에서 교육문제, 대구의 현안인 앞산터널 반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한 40대 시민은 “오늘이 끝이 아니고 재협상이 될때까지 참석하겠다”고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쓰레기를 비닐봉투에 주워담기도 한다. 4차선 중에 2차선 길을 막고 집회를 하고 있지만 큰 빌딩 주차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앉지 않고 차량이 지나가면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는 등 교통흐름을 방해않으려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6월항쟁 때도 거리에 나왔다는 황동우(43·자영업)씨는 “6월항쟁 때는 비장함만 이었다면 지금은 경쾌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분위기가 좋다”며 “오늘이 끝이 아니며 재협상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에서는 경주, 포항 등 8곳의 촛불집회가 마무리 됐지만 8시에 행진을 시작한 안동에서는 아직 3백여개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대구/박영률 박주희 기자 ylpak@hani.co.kr

 

■ 대전·충남 = 저녁 6시부터 대전역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촛불문화제는 묵직한 분위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 1조>가 주최쪽의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오자 문화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민 이현주(48)씨는 “모처럼 대전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행렬을 보니 시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겠다”며 “시민의 열망이 이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왜 못들은 척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촛불을 높이 들었다.


자유발언이 끝나고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소리로다, 소리로다, 분노의 소리로다>공연에서 미국소가 나와 한국민들의 높은 위생정신에 놀라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울부짖을 때 촛불시민들은 웃음과 박수로 환송했다.


우금치의 길놀이를 따라 거리행진을 한 시민들은 이날 밤 10시 은행동네거리에서 시민거리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는 14일 토요일 집회를 지금까지의 대전역 광장이 아닌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앞 남문광장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대전의 촛불문화제는 밤 9시부터는 거리행진으로 이어졌다. 대전역~은행동 갤러리아백화점 동백점까지 1㎞ 구간은 시민들로 인산인해였다. 중앙로 3차로의 1차로를 차지한 촛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날 촛불을 든 시민들이 5천여명을 훌쩍 넘었음을 보여줬다.


한편, 충남지역의 촛불집회는 천안의 아라리오 광장에서 충남교사 500여명이 시국선언을 하고 참석하는 등 15개 시·군에서 벌여져 고시철회와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 금남로에 모인 촛불 = 6.10 항쟁 21주년인 10일 저녁 광주 금남로에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국 촛불문화제 2신]
대구 유모차 주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창원 2천여명 운집 ‘엄청난 사건’…문화제·행진도


■ 대구·경북 = 대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갈수록 인파가 늘어나면서 6·10항쟁 당시보다 더 많은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도 뒤늦게 참여해 초를 나눠주는 장소를 묻는 등 참여인파는 갈수록 늘어 6천여명에 이르렀고, 문화제를 마친 뒤 오후 8시30분부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전농 경북도연맹 농민들은 근조 국민건강권이라고 쓴 대형상여를 준비해서 곡소리를 내면서 거리를 행진했다.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석한 성영주(34)씨는 “3살, 6살 남매를 데리고 참석했는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며 “쇠고기도 문제지만 교육문제 등을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는데 화가 나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2·28공원에서 국채보상공원을 지나 반월당, 동성로 등 대구 도심 3.3km를 돌았다. 4차선 중 2개 차선을 막고 행진을 해 교통이 막혔지만 길이 막힌다고 짜증내는 사람들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손을 흔들며 격려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9시 30분께 시민들은 다시 한일극장 앞으로 집결했다. 영천에서 온 구정우 (45)씨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무시 정치를 하는 데 화가났다”며 “오죽하면 4시반에 출근해서 나가는 버스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대구/박영률·박주희 기자 ylpak@hani.co.kr


■ 부산·울산·경남 =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2시간여 동안의 촛불집회를 마친 5천여명의 시민들은 오후 9시10분께 거리시위에 나섰다. 집회 참석자들은 사회자가 ‘오는 13일과 14일 다시 보자’고 했으나 대부분 집으로 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열을 형성해 공업탑교차로를 지나 시청 방향으로 행진을 계속하면서 ‘고시 철회. 명박 퇴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2~3㎞ 이상 이어진 가운데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집회장소 주변엔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행진 도중에 야간 자율학습과 학원을 마친 중고교생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시위대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거리시위를 벌이던 조창민 현대자동차 사무국장은 “과거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잔업 거부를 했을 때는 항의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잔업거부를 한 뒤 노조 집행부 사무실로 걸려오는 항의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쇠고기 재협상을 하는 길 외엔 거센 민심을 잠재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도 시민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 앞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린 탓에 노동자 400여명으로 문화제가 시작됐으나, 저녁 8시30분께에는 2천여명으로 참가자가 늘어났다. 이날 경남 19곳에서 한꺼번에 촛불문화제가 열린 점을 감안할 때, 창원 한곳에서 2천여명이 모인 것은 ‘엄청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촛불문화제는 참신, 발랄하게 ‘진짜 문화제’답게 진행됐다. 용남, 남산, 대암 등 창원지역 3개 초등학교 2~4학년생 6명으로 이뤄진 어린이노래패 ‘도담다담’은 겁도 없이 무대에 올라 가사를 개사한 동요 ‘부메랑’ ‘송아지’ ‘화난 강’ 등 세곡을 내리 불렀다. 이들은 인터넷을 뒤져 찾았다며 광우병에 걸리기 쉬운 음식 열가지를 순서대로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발표한 ‘위험음식’은 설렁탕, 햄버거, 라면스프, 젤리, 과자, 갈비탕, 스케이크, 갈비, 쇠고기맛 조미료, 냉면 등이었다. 이들은 무대에서 내려가기에 앞서 “대운하는 위험합니다. 정치인들은 대운하를 만들지 마세요”라고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가 부르지 않아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줄을 이었다. 시키지 않아도 앞에 나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여학생들도 잇따랐다. 일부 시민은 서울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구호와 노래를 배워왔다며 창원시민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세살, 다섯살 된 딸을 데리고 나온 주부 이나미(39)씨는 “어느 부모도 교통사고 확률이 낮다고 아이들을 도로에서 놀도록 방치하지 않을텐데,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으라는 이명박 대통령은 부모의 마음을 너무도 모른다”며 “투쟁도 구호도 아직 낮설지만 이명박 정부가 너무 싫어 거리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만들어 우리나라를 정치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이명박 대통령께 박수를 보낸다”고 비꼬았다.


창원시민 문경희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 못한다. 국민을 섬긴다더니 미친소를 섬긴다”며 “국민 허락 없이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 동읍에서 농사를 짓는 김순재(44)씨는 “어머니가 사람들 앞에 나서지 말라고 했는데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안전한 먹거리는 농민들이 책임지고 생산할테니, 광우병 쇠고기는 도시사람들이 책임지고 막아달라”고 말했다.


마산시에서 온 여대생 김주경씨는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인데 촛불이 뭐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물대포를 쏘냐”며 “정작 남대문이 불탈 때는 뭘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요즘 기름값이 칫솟아 온 국민이 고생하는데, 왜 멀쩡한 길을 막아 3분이면 갈 길을 세시간이 걸리도록 못가게 했느냐”며 이날 서울 광화문 거리를 컨테이너로 막을 것을 비난했다.


저녁 9시께 촛불문화제를 평화적으로 마친 시민들은 상남시장까지 1시간여 동안 거리행진을 한 뒤 밤 10시께 해산했다. 울산/김광수,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 광주·전남·전북 = 광주 오월의 광장에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이 켜졌다. 저녁 7시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시작된 문화제엔 시민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축제로 활활 타올랐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전북 전주에서 분신해 숨진 고 이병렬씨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돼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춤·민요·판소리·랩송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광주문화방송 국악 프로그램 ‘얼씨구학당’ 진행자 백금렬·지정남씨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행사의 흥을 돋웠다.


시민들은 이날 80년 5·18민중항쟁의 상징적 공간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한민국 헌법제1조>, <진도아리랑> 등을 함께 부르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규탄했다. 소리꾼 윤진철씨 등 국악인들이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창작 판소리와 민요를 걸쭉하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행사장엔 이명박 정부를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2급 지체장애인인 정지수(69·광주시 서구 쌍촌동)씨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것 같아 화가 나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며 “재협상만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자로 나선 미국인 조지 카치아피카스(전남대 연구교수)씨는 “쇠고기 협상이 미국의 이익을 챙겨주려는 의도로 진행됐다”며 “80년 광주가 독재에 맞섰듯이 이제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촛불을 들자”고 말해 열띤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가족이나 연인끼리, 친구들과 약속하고 나온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행사장을 지켰다. 광주일고생 30여 명은 몸에 태극기를 두른 채 연단에 나와 “2엠비 아웃, 닥치고 재협상”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 광주시의원 윤난실(43)씨는 “그동안 서울의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는 분위기였던 광주에서 오늘 6·10 항쟁 21돌을 계기로 금남로에 대거 모였다”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광주의 열기를 보고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주변 알림판에 ‘방빼’, ‘개념없는 짓 그만해’ 등을 적은 스티커 수백장을 붙였다. 금남로 곳곳엔 ‘한반도 대운하 저지’, ‘미친소 수입 반대’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이날 금남로 일대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촛불을 손에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노동자 3천여 명은 오후 6시 광주공원에서 미리 집회를 연 뒤 금남로로 거리행진을 했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이날 1만여 개의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과 나눠 먹었다. 전남대 교수 145명과 조선대 교수 105명도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에 반대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개별적으로 금남로로 향했다. 이날 시민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3㎞ 떨어진 한나라당 광주·전남지부 사무실 앞으로 가 ‘미국소 수입협상’ 등이 적힌 펼침막을 불태울 예정이다.금남로 주변에는 경찰 5개 중대가 배치됐지만,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전남 지역에서도 여수·순천·목포 등 18개 시·군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문화재가 열렸다. 각 지역 농촌의 농민들도 모내기를 끝내고 여수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3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규탄했다. 광주/안관옥·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 제주 촛불문화제, 정부 규탄 구호 = 10일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국 촛불문화제 1신]
울산 현대차 잔업거부…오토바이 1천대 행진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 100여곳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려 거리시위와 행진으로 이어졌다. 교수들과 교사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랐다.


■ 부산·울산·경남 = 부산에선 1만여명이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원로, 종교인 100여명은 서면 일대를 돌며 삼보일배를 벌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4만여명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으며, 총파업과 함께 운송 저지투쟁을 예고해 놓고 있다.


경남에서는 20개 시·군 가운데 13일로 예정해 놓고 있는 의령을 뺀 19곳에서 50~1천여명 규모의 촛불문화제가 열렸으며, 창원 등 10곳에서는 거리행진도 벌였다. 5천여명이 모인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주간조 노조원 1만8천여명이 쇠고기 재협상과 회사 쪽의 금속노조 중앙교섭 참여를 촉구하며 오후 5부터 예정된 2시간의 잔업을 거부했으며, 이 가운데 1천여명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울산대공원 동문 앞에서 열린 촛불대행진에 참여했다. 교사 2322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 대구·경북 = 대구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학교에서 출발해 2.5㎞의 거리행진을 한 대구교대생 800여명을 비롯해 영남대, 경북대 등 대학생들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전국 농민회와 한농연 소속 농민 등 3천여명이 촛불문화제를 연 뒤 도심지 3.3㎞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경북에서도 포항 등 9곳에서 2천 여명이 참석해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거리행진도 벌였다.


■ 대전·충남·충북·강원 = 대전에서는 대전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연 뒤 충남도청까지 1.8㎞ 의 거리행진을 벌였다. 충남대생 등은 ‘대전 지역 대학생 행동의 날’로 정해 서대전시민공원에서 6월항쟁 기념식을 연 뒤 거리행진으로 대전역 집회에 합류했다. 청주에서도 사창 사거리 등에서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충남 14곳과 충북 5곳에서 촛불을 밝혔다. 강원에서는 춘천 등 12곳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 광주·전남·전북·제주 = 광주에선 금남로 삼복서점 앞에서 1만여명이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노동자 2천여명은 광주공원 앞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행진해 합류했다. 전남대생들은 동맹휴업을 하고 참여했으며, 전남대 졸업생들도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동참했다. 전남대 145명, 조선대 105명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목포대 순천대 등 교수들도 시국선언문을 서명을 받고 있다. 여수에서는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과 시민 등 35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전남 22곳 시·군 가운데 16곳에서 8천여명이 참여했다. 전북에서는 전농 전북도연맹과 전북한우협회 소속 1천여명이 전주 다가공원에서 농민대회를 열고 집결하는 등 관통로 민중서관 사거리에서 1만여명이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었으며, 군산 익산 정읍 3곳에서도 규탄집회가 열렸다.

제주에서는 6·10항쟁 이후 처음으로 구성된 제주도민비상시국회의가 시국선언을 한 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합류했으며,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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