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20세기초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두 가지의 사건을 공통적으로 체험한다. 바로 1,2차 세계대전이다. 1914년과 1939년의 두 번에 걸쳐서 인류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이들 전쟁으로 인류는 인간이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고 무자비할 수 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자체로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자각하고 인간에 대하여 재숙고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인류는 전쟁이라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쉽게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되며, 아무런 가책이나 책임감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새로운 이해에 의한 결론과 구체적 실천을 보이게 된다.
즉, 그 사람의 사회적, 정치적 배경이나 위치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것이 강조되었으며,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존하기 위하여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합기구가 탄생하게 되고, 1948년 12월 10일에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실현을 통한 인권의 보장을 규정하는 세계인권선언(Unie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1)이 선포된다. 여기에서 제시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근거는 바로 인간의 인격성이다. 이 인격성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침해받을 수 없는 자신의 고유한 품위와 존엄성을 가진다.2)
인간에게 있어서 이러한 인격성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율성을 가진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로서의 인간이라는 창조사상에 의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 다른 어떤 누구와도 같지않은 유일무이한 개별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이러한 유일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창조때 자신에게 부여된 이 유일성과 개별성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판단과 의지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지는데, 만일 인간에게 자율성이 없다면 그에게 윤리적인 질타나 책임을 부여할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자율성은 인간에게 자신의 지향과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인간은 이 자율성에 의하여 내려지는 자신의 판단과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떠한 결과와 영향을 초래하건간에 그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이다.3) 그래서 인간이 가지는 자율성을 통한 자기결단의 능력은 하느님에 의해, 그리고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인간이 침해받을 수 없는 존엄성을 가진다는 의미도 지니는 한편, 창조때부터 계획된 하느님의 구원에로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가능성이 열려져 있음과 동시에 자신의 실존적인 선택에 대한 책임의 의무도 부과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인격에 있어서의 이러한 자율성과 책임의 부과라는 의미는 인격성에 “자기홀로”라는 고독의 의미와 함께 인격성을 가진 자신의 존재를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관계지향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4) 즉, 고독은 인간의 보편적 체험중의 하나로서 이를 통하여 인간은 자기완성, 즉 인격의 완성으로 나아가게 되는 첫 걸음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은 고독이라는 체험을 통하여 자율성과 자립성을 획득하여 인격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반면, 자기존재의 필연적인 불완전성과 나약함을 체험하여 자신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계는 타인도 자신과 같이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라는 의미에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조와 협력의 관계로 파악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은 자신에게 결여되어있는 것을 타인이라는 존재로부터 충족시키게 되므로 진정한 자기존재의 의미를 자기자신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이 고독의 체험이 타인과의 관계지향을 통한 자기완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소외감이나 고립, 박탈감으로 대두될 경우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뿐만이 아니라 자기자신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켜 쾌락과 혼돈이라는 도피처로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쾌락과 혼돈이라는 도피처는 인간의 인격성이 가지는 타인과의 관계 지향성을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의 파멸과 더불어 타인의 인격적 완성을 차단하게 된다. 특히 이 쾌락과 혼돈의 현상에 인간의 존재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의 인격적 완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간의 성(性)이 개입될 경우 그 파문은 더욱 심각하게 확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은 자신의 성에 대한 정체감 확립을 통한 타인에로의 개방이라는 관계를 지향하고 전제로 하므로 더 이상 자신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의 방종과 남용은 인간존재에 대한 가치와 의미상실이라는 위협으로 파악되어질 수 있으며, 여기에 경제적 요소가 개입되는 매매춘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 개인과 개인간의 문제에서 개인과 사회간의 문제로 심화된 형태로 대두될 수 있다. 인간이 가지는 인격적 존엄성과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 인격성의 완성에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볼 때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한 부분인 성(性)도 인격적 존엄성의 보존과 인격성의 완성에서 그 의미가 파악되어져야 하고 추구되어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매춘 현상은 이러한 성의 본질적인 의미를 도외시한 채 쾌락과 혼돈의 도피처로서 자리매김을 하여 인간존재의 의미와 가치인 인격적 존엄성의 보호와 인격의 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매매춘이라는 현상은 그 기원과 원인을 밝히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되고 지속되어 왔으며,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라고 일컬어 질 정도로 광범위한 현상중의 하나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서의 몇몇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경험과 그로인한 파급현상으로 독특한 양상을 띠고 발전되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렇게 광범위하고 난해한 문제인 한국의 매매춘 현상은 그것이 가지는 독특한 확산과 지속의 원인, 그리고 그 영향을 염두에 두면서 이 문제의 핵심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즉, 매매춘 문제에 있어서 그 본질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성(性)문제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연계속에서 파악되어 질 수 밖에 없다는 뜻에서 단순한 사회문제나 제도적 모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성이 인간 존재와 관련되어 그 존재의 완성이라는 지향에 가담하게 된다는 근원적인 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매매춘의 문제에 있어서 인간 존재의 성에 대한 고찰은 성적인 존재로 규정되어질 수 있는 인간의 인격적 완성을 위한 개인의 윤리적 의식에 대한 이해와 인간을 최종목적, 즉,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적 인간완성이라는 지향점에로 정향된 초월적 존재라는 면에서 파악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매매춘 현상은 이를 지탱해온 사회구조적 기반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귀한 품위와 존엄성을 가지고 인격성, 더 나아가 구원이라는 완전성에 도달해야 할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인격적 완성에 기여해야 할 성(性)의 올바른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지양되고 개선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