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에서 주된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분노이다.
에바그리우스는 ‘기도하는 사람의 상태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이
습관화된 상태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곳에서 날이 갈수록
나는 내 안에 분노의 가름대 같은 것이 있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수도원에서 살다보면
수도원의 삶은
정말이지 분노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수도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누가 예의가 없었다든지, 이기적이었거나 거칠게 굴었다든지 하는 등,
그래서 내가 화를 내고 적개심을 품게 되었다는 식으로
내 분노의 근거와 이유를 얼마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이 모두 상냥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게 처신한다.
정말 모두가 예의도 바르고 착하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내가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뒤집어 씌울 대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다보면 아마 분노의 원인은
이 사람 저 사람이 아니고 바로 내 자신임이 분명한 것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바로 내 분노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원해서 이 곳에 왔고,
아무도 이곳에서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화가 나고 기분이 언짢게 된다면,
이는 그 분노의 깊은 뿌리와 원천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