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중요한 일(21)

기도를 드리면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것같이 생각될 때가 많다.
기도를 드리고는 있지만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것같아 보일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도 생활 뒤에 지나간 날들을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기도 안에서 뭔가 중대한 일이 일어났었구나 하고
어느날 갑자기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중요하고 은밀한 사건,
그리고 아주아주 현재적인 사건들은
어느 정도 일정거리에서만 체험될 수 있다.
내가 지금 설사 혼란스럽고
그저 시간이나 낭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라도
어떤 중요한 일이 현재 나에게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의 인생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의 인생 안에서도 정말 중요했던 사건들은
이런 식으로 일어났었던 것 같다.
한 예를 들어, 누가 누구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고 하자.
이 때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과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하지도 않고 또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훗날 헤어지거나
어떻게 되어 편지라도 쓸 수밖에 없는 어떤 상황이 되어서야
그 동안 둘 사이의 사랑과 관계를 새삼 사무치게 느끼고 알게 된다.
기도의 여정도 그런 것이다.

사도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했던 체험도 아마 그런 것이었으리라. 예수님께서 살아 생전에 사도들과 함께 계시던 동안에
사도들은 자신들에게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그들 곁을 떠나시고
같이 계시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예수께서 얼마나 그들과 함께 하고 싶으셨던지,
그리고 도대체 무엇을 함께 하고 싶으셨던지를 깨닫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엠마오로 가던 길에서 제자들이 했던 이 부활체험이
훗날 두고두고 제자들이 살아가야 했던
신앙의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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