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마음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린다기에 갔더니 관은 없고,
상주가 돌아 가신 분의 영정만 안고 들어왔습니다.

친구 아버님은 어느 날,가족들이 모인 곳에서 당신의 시신을 병원에 기증하겠다고 하셨답니다.
놀란 자식들이 자신들을 생각해 마음을 돌리실 수 없느냐고 설득했지만
아버님의 뜻이 너무 단호해 따르게 되었답니다.

영정 사진 속에서 아버님은 무척 편안한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지아비가 그 길로 갔는데 나도 함께 가야지” 하며 친구 어머님도 시신 기증서에 서명하셨고,
또 부모님의 뜻을 받들기로 한 친구와 동생,가족 모두가 자신들의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미사중에 신부님께서
“마더 테레사와 다이애나 황태자비 가운데 어떤 분을 닮고 싶으냐?”고 묻자
모두 마더 테레사를 닮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두 분 가운데 어느 분의 처지로 태어나고 싶으냐?”고
묻자 다들 눈치만 살필 뿐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있는 듯합니다.
실천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것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그럭저럭 살게 된다고 궁색한 변명을 합니다.

파기니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과감히 당신의 생을 정리한 친구 아버님의 그림자를 찾습니다.

이제는 자기들도 내몸이 아니라
언제 다른 사람의 몸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술도 끊고, 몸도 마음을 잘 쓰고 성스러운 생활을 한 다음 주어야 한다며
소리없이 웃음짓던 친구부부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져 옵니다.

김현숙님의 <엄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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