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성탄 대축일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통해서 예수님의 성탄을 대외적으로 공적으로 알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2일과 8일 사이의 주일에 이 축일을 지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탄생하신 뒤 사람들에게 점차로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목동들, 동방의 세 박사들로 시작하여 성전에 머물고 있던 의롭고 독실한 시메온과 한나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인류의 구원자시라는 사실은 제자들에게,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리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점차적으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통해 나 또한 다른 한명의 동방박사가 되어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온 세상에 전하는 내가 되어야 합니다.
2.1. 동방박사들의 출현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2,2)하고 말하였습니다.
① 동방박사들
이 동방 박사들은 발타사르, 멜키오르, 가스파르라고 합니다. 그들은 학식 있는 사람들이며 아마도 별의 운행과 출현에 관해 잘 알고 있는 바빌론 사제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별의 기이한 현상 때문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그 별을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의 별로 보았고, “그분의 별”을 보고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러 온 것입니다.
고대 동양의 믿음에 따르면, 별들의 움직임과 인간의 운명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동방박사들이 보았던 그 별이 어떤 성좌 혹은 어떤 혜성이었는지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천 년 전의 별의 위치를 추적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천문학자들은 이천년 전에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직선으로 섰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별이 어떤 것이냐가 아니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고,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도록 이끌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② 그분의 별
이스라엘 백성이 요르단 강 유역을 점령할 무렵, 모압 왕 발락은 몹시 당황한 나머지 유프라테스 지장의 용한 점쟁이 발람을 초빙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저주를 퍼부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참조:민수기 22-24장). 그러나 발람은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여러 가지 축복을 베풀었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야곱에게 별이 떠오르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나리라”(민수24,17)는 축복입니다.
또한 이방인들이 황금과 유향을 갖고서 예루살렘에 조공을 바치러 오리라는 예언이 있습니다(이사60,6). 그러므로 성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축복과 예언의 말씀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2.2. 헤로데의 반응
당시 유다는 헤로데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방박사들은 헤로데에게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습니다(마태2,3) 사실 현재 유다 땅을 다스리고 있는 헤로데에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고 있으니 헤로데는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질문은 헤로데의 권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그런 존재감 없는 권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또한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를 헤로데를 생각하는 군중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① 당황하는 헤로데
자신이 왕임에도 불구하고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는 동방박사들을 만난 헤로데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헤로데는 순수 유다인이 아닌 이두메아인이었습니다. 그는 왕이 될 자격이 없었으나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황으로 인해 왕이 되었습니다. 헤로데 왕은 상당한 업적을 이루기는 했지만 공포와 독재 정치를 자행하던 이방인(이두메아인)이며, 로마의 호의에 의존해 있는 무절제하고 음탕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성전을 웅장하게 재건하였으며 백성들에게 많은 은전을 베풀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건한 유대인들은 그를 이방인 지배자로 간주하였습니다. 비록 그의 권력은 미약했지만 그는 로마인들이 허락해 준 왕이란 칭호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가족들까지도 죽여 버린 사람입니다. 로마의 통치하에서 강한 절대 권력을 갈망하던 유대인들 중에는 이런 헤로데를 메시아로 생각하고 추종한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건한 유대인들은 헤로데를 이방인 지배자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유다인의 임금로 태어나신 왕”과 “스스로 임금이 된 왕”은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겸손하신 왕이 십니다. 세상을 힘으로 통치하기 위해 오신 왕이 아니십니다. 세상에 평화를 주고, 구원을 주시는 왕이십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무자비한 짓까지 서슴지 않고 행하는 헤로데나 다른 왕들과는 전적으로 다르십니다. 동방박사들이 경배하러 온 왕은 바로 그런 왕이십니다. 내가 믿고 있는 왕이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②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메시아가 태어날 곳을 물어보는 헤로데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 보았습니다(마태2,4). 메시아께서 태어나실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동방박사들과는 달리 “아기 예수님”을 없애기 위해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가면을 썼습니다. “내가 아기 예수님을 찾는 이유는 경배 드리기 위함이오!”라고 거짓을 말하는 것입니다.
가끔은 “아닌 척”할 때가 있습니다. 본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다른 이들 때문에 아닌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면 “아닌 척”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될 수 있습니다.
③ 메시아가 태어날 곳은 유다 베들레헴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메시아가 태어날 곳을 “유다 베틀레헴”(마태2,5)이라고 말해 줍니다. 미카 예언서에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마태2,6)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의 뿌리는 옛날로,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3 그는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주 그의 하느님 이름의 위엄에 힘입어 목자로 나서리라. 그러면 그들은 안전하게 살리니 이제 그가 땅 끝까지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카 5,1.3).
에프라타는 이스라엘의 작은 부족에 불과하였지만 이 부족에서 다윗 왕이 나왔습니다(1사무엘 17,12). 하느님께서는 별 볼일 없는 것들, 부족한 것들을 가지고도 충만하게 당신의 구원의 손길을 펼치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약하고 부족한 것들을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④ 동방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물어보는 헤로데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렀습니다. 그 이유는“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하게 알애내고 싶어서이고, 아이를 찾거든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몰래 불렀다는 것은 자신에게만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의 나이와 출생 장소, 더 나아가 아이까지 찾아서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로데는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마태2,8)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위선의 극치입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헤로데는 서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헤로데가 원하는 것은 경배가 아니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헤로데는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이제 찾기만 하면 됩니다. 동방박사들을 이용하여 먼저 메시아를 찾아내고 경배 대신 칼을 들이 밀면 자신의 왕권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도 헤로데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조용히 형제자매들을 불러 다른 이들에 관한 소문을 알아내고, 그것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바로 헤로데의 모습입니다. 또한 마음이 없으면서도 누가 볼 때나 누구에게 말할 때는 마치 마음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헤로데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말과 행동들, 그리고 생각들까지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웃으면서 진심으로 형제자매들을 대할 수 있게 됩니다.
2.3. 별을 따라가는 동방의 박사들
동방박사들은 헤로데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습니다. 아마 자신들이 왕께 경배를 드리러 온 것처럼, 헤로데도 유다인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왕께 경배를 드리려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제 동방의 박사들은 예루살렘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습니다(마태2,9-10).
① 별을 보고 기뻐하는 동방의 박사들(마태2,10)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습니다. 별은 아기 예수님께로 인도한 지표였습니다. 중요한 곳을 가리키는 별. 나 또한 별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별이 되어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합시다. 그리고 예수님을 기쁘게 해 드립시다.
2.4. 경배 드리는 동방박사들
동방의 박사들은 마구간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께 엎드려 경배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습니다(마태2,11).
① 볼 눈이 있는 사람과 볼 눈이 없는 사람
동방박사들은 복됩니다.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구간의 주인은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동방의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만일 마구간의 주인이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면 주인은 자신의 누추한 집을 기꺼이 아기 예수님께 드렸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산모가 아이를 낳는데 어떻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지 않았을까요? 볼 눈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 이면에 있는 깊이 있는 가치를 알아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내 집을 예수님께 내어 드릴 수 있고, 그래야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 동방박사들의 예물: 황금
옛날이나 지금이나 황금은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전례 안에서도 중요한 제구는 모두 금으로 도금이 되어 있습니다. 황금은 \’임금의 상징\’이기에 동방박사들은 갓 태어나신 온 세상의 임금이신 아기 예수님께 황금을 선물을 바쳤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세상의 임금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③ 동방박사들의 예물: 유향
향을 피운다는 것은 곧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유향처럼 감미로운 향기를 뿜고 백합처럼 꽃피어 향내를 풍기어라. 찬미의 노래로 주님을 찬송하고 그분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여라.\”(집회 39,14). 향의 연기가 위로 피어오르듯 우리들의 기도도 하느님 앞으로 올라갑니다.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 기도와 찬미를 바치는 마음으로 유향을 예물로 드렸습니다.
④ 동방박사들의 예물: 몰약
구약시대에는 사제나 왕에게 부어주는 기름에 몰약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몰약은 \’메시아와 왕의 특별한 향기\’로 통했습니다. 그러므로 동방박사들은 예수님께서 왕이심을, 메시아이심을 드러내기 위해 몰약을 드렸던 것입니다. 또한 몰약은 시체에도 쓰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몰약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⑤ 내가 드릴 예물
내가 주님께 드릴 선물은 바로 황금과 같은 순수한 믿음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이고, 의로운 내 삶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삶을 살아가 주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며,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는 마음을 드리는 것입니다.
2.5. 천사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동방박사들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린 동방의 박사들은 이제 헤로데에게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장소와 위치를 알리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마태2,12)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습니다.
① 헤로데의 음흉한 생각을 꺽어 버리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헤로데의 음흉한 생각을 꺾어 버리십니다. 가끔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데 상대방은 그런 나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헤로데가 자신들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다른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② 나도 모르게 형제자매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됨
그런데 동방박사들의 처음 생각처럼 그렇게 순수한 행동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해가 될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방을 위한다면 좀 더 현명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본당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본당의 일을 모두 배우자에게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결정되지도 않는 이야기나, 대충 전달된 이야기들은 배우자의 입을 통해 “결정되고, 완전한 것으로 탈바꿈”하여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사랑한다면 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내 옆에 있는 형제자매들의 부족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 옆에 있는 이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모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봉사하다가 생긴 사소한 갈등이 “아무 생각 없이 떠든 내 말을 통해서” 한 사람의 영혼을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③ 의도적으로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림.
또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순수한 사람들, 단순한 사람들을 복잡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의도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뒤에서 말을 만들어 주저앉히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고,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착각을 합니다. 마치 헤로데처럼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