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첫 기적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혼인잔치에서 술이 떨어졌을 때 혼인잔치의 주인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그런데 그곳에 우리 주님께서 계셨고,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계신 어머니 마리아께서 계셨습니다. 혼인잔치에 술이 떨어지자 어머니께서는 예수님께 청하셨고,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셔서 혼인잔치를 축복하시고 풍요롭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첫 기적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것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기 위해 첫 기적을 행하신 것이고, 어머니 마리아의 청을 들어주시는 것으로 첫 기적을 행하신 것입니다.
2.1. 혼인잔치에 초대받으신 예수님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요한2,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 그 혼인잔치에 계셨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초대를 받았고, 예수님도 제자들과 초대를 받은 것으로 보아 가까운 사람의 혼인잔치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 카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실 것입니다.
① 어머니 마리아의 청
혼인잔치는 흥겨운 자리입니다. 잔치는 당시 풍속대로 1주일 이상이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미리 준비한 것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포도주 같은 것도 많이 사용했으므로 끝날 즈음에 포도주가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마리아는 그 집의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아 차렸습니다. 이 집안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안타까움을 해결하고자 예수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2,3) 예수님을 믿고 있기에 이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잔치 도중에 술이 떨어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잔치의 흥을 깨뜨리고, 잔치의 주인들을 당황스럽고 무안하게 만듭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이 어려운 상황을 원래의 기쁨으로 돌려놓기 위해 예수님께 청을 한 것입니다.
②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2,4)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의 청을 거절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때” 즉 “공적 임무를 드러낼 때, 자신의 영광을 드러낼 때”는 인간적인 부탁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호하게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때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정해놓으셨기에, 그 누구도 그 때를 변경시키거나 아버지의 명령을 철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예수님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 어머니의 요구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으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아주 부드럽게 청을 하셨는데, 예수님께서는 참 냉정하게 말씀하고 계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라는 표현은 “어떻게 어머니에게 그런 무례한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그리스인과 소아시아인들은 가장 친밀한 사람을 부를 때 “여인”이란 말을 썼다고 합니다. 즉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께 얼굴에는 웃음을 띠면서 어머니께 갖추어야 할 애정과 존경을 모두 드리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예수님의 답변은 무례하거나 꾸짖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답변은 어머니의 참견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걱정거리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아래에 있는 어머니를 “여인이여”라고 부르셨습니다(요한 19,26). 아이가 어머니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머니 이름을 부릅니다. “누구씨!” 그런데 이것은 사랑에서 나온 것입니다. 친할 때만,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내가 기억한다면 예수님과 어머니 사이의 관계와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③ 성모님의 확고한 믿음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예수님의 뜻에 맡길 뿐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청을 하느님께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5)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자기 청을 들어 주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청원을 드려서 거절당한 예는 성경 어디에도 없습니다.
2.2. 물을 포도주로 만드시는 예수님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일꾼들은 물을 퍼다가 과방장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참조: 요한 2,6-8).
① 일꾼들
이 일꾼들의 자세는 신앙인의 자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일꾼들에게 포도주가 떨어졌으니 예수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정결예식에 쓰는 돌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하시자 일꾼들은 아무 말 없이 물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사람에게 갖다 주어라 하고 말씀하시자 일꾼들은 그것을 갖다 주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저였다면 “예수님! 시방 뭔 소리 하시는 것입니까? 지금 필요한 것은 술이지 물이 아닙니다. 아무리 요즘 세상에 술에 물 타서 장사를 한다고 하지만 원액 100% 물로 장사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바보입니까?” 라고 항의했을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응답하는 삶. 내 생각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 그것이 바로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들의 자세입니다. 굳은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로 나아갈 때 주님께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을 통하여 나와 공동체에게 큰 기쁨을 주실 것이고, 마침내 구원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② 놀라는 과방장과 신랑
과방장은 잔치 기간 동안 음식을 관리합니다. 잔치집의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일꾼들이 물을 퍼온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요한2,10)
신랑도 당황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럴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포도주가 떨어졌었는데 지금 포도주가 넘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꾼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물을 퍼왔는데, 그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물은 예수님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③ 성모님의 행복
성모님께서는 이 혼인잔치에서 가장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이 잔치집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예수님께 이 어려운 상황을 바꿔 달라고 청했으며, 그 청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도 이 포도주를 맛보셨을 것입니다. 그 어느 포도주보다도 맛있는 이 포도주를 마시며,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셨을 것입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겸손하게 고백하신 어머니 마리아의 믿음에 하느님께서는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여인들 중에 복되시다”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 어느 여인의 아들이 물을 포도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모님의 기쁨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④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2,11).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지방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이 기적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바로 신적인 권능을 지니신 분임을 공적으로 드러내셨습니다. 이것을 보고 제자들은 믿음을 얻었습니다. 제자들은 단순히 눈앞에 펼쳐진 일만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이 믿은 것은 예수님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외아들이라는 점입니다.
⑤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시는 예수님
카나 혼인잔치가 있은 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와 형제자들과 제자들과 함께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셨습니다(요한2,12).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강변에 있었고, 카나에서 거기로 가는 것은 당연히 내려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잠시 동안 가족들과 함께 머무십니다. 그러나 그곳에 여러 날 머무르지는 않으셨습니다(요한2,12).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앞으로도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셔야 합니다. 예수님의 가족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들이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 십자가 아래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카나 기적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를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됩니다. 잔치집에 술이 떨어진 절박한 상황을 “나 몰라라” 하지 않으시고 예수님께서는 물을 술로 만드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예수님께만 매달릴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간절한 청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들어주십니다. 이것을 우리는 굳게 믿어야 합니다. 이것을 알고 있기에 어머니 마리아께서도 일꾼들에게“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예수님께 “예수님! 저 자녀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라고 간구해 주실 것이고, 예수님께서는 나의 절박한 상황을 가엾이 여기시어 나의 간청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나를 보고 계시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고, 알고 있어야 하고, 믿고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