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앵베르 주교님, 그리고 다블뤼 주교님.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나 좋아하는 곡으로, 이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BWV 846 중 전주곡 1번 다장조에 샤를 구노가 가락을 붙인 것입니다. 원곡을 구노 스스로가 발표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노의 생전에 무수한 편곡과 가사가 붙은 곡이 출판되었습니다.
1853년 구노의 장인 피에르 치머만이 구노의 연주를 바이올린(또는 첼로), 피아노와 하모늄을 위한 곡으로 편곡하여 〈S. 바흐의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 1번에 의한 명상(Méditation sur le Premier Prélude de Piano de S. Bach)〉이란 제목으로 출판하였습니다. 같은 해에 이 곡은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 〈생명의 책(Le livre de la vie)〉을 가사로 하여 출판되었습니다. 지금의 Ave Maria로 시작하는 라틴어 성모송이 가사로 붙게 된 것은 1859년에 들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구노(1818-1893)와는 연관이 없는 베르뇌 주교님(1796-1839) 또는 다블뤼 주교님(1818-1866)과 연관시켜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다블뤼 주교님이 구노의 친구였고, 구노가 파리음악원을 졸업한 후에 로마에서 종교음악을 공부하고 있을 때, 다블뤼는 신부 서품을 받고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가 되어 중국으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돼 순교하셨는데, 친구의 순교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잠겨, 다블뤼 주교님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 〈아베 마리아〉였다는 것입니다.
구노가 바흐의 수많은 곡 중에서 이곡을 택한 이유는, 바흐가 첫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가 죽은 후에 쓴 곡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으며, 바흐가 그랬듯 구노도 음악으로 그 큰 상실감을 간신히 견뎌낼 수 있었다는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1859년에 나왔고, 다블뤼 주교님은 1866년 3월에 순교하셨으니 그 연관성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구노와 다블뤼 주교님은 나이가 같고, 또 같은 신학교에서 생활한 것은 사실입니다. 구노는 1843년에 파리 외방 전교회 신학교 성당의 악장이었으나 1848년에 그곳을 떠나 음악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다블뤼 주교님은 1841년에 사제 서품을 받으셨으니 둘의 연관성은 찾기가 힘이 듭니다. 그리고 신자라면 누구나 순교 소식에 비통해 했겠지만 아베마리아는 1859년에 이미 완성된 곡이었고, 다블뤼 주교님의 순교는 1866년이니 연결고리가 없음은 분명합니다.
또한 구노가 조선교구 2대 교구장이신 앵베르 주교님과 절친이며, 주교님의 순교를 비통해 하며 아베마리아를 작곡하였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앵베르 주교님은 1796년 3월 23일 생으로 구노보다 나이가 많고, 1839년 9월21일 순교하셨기에 작곡 시기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곡이기에 순교자들의 순교를 슬퍼하면서 아베마리아와 연결 지으며 순교정신을 본받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노가 다블뤼 주교님이나 앵베르 주교님을 위해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