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의 인효론(人效論, ex opere operantis)
성사(聖事)의 유효성과 이에 따른 성사의 은총은 성사 집전자의 성덕(聖德)이나 의도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인데, 인효론의 개념에는 이 밖에 성사 수령자의 신앙이 성사 은총을 받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성사의 유효성과 은총은 성사 집전자의 의도나 성덕에 좌우되지 않고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인 성사적 예절에 내재하는 힘에 의하여 주어진다는 이론을 사효론(事效論)이라 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성사의 유효성을 판가름하는데 있어서 사효성(事效性)을 위주로 하나 그렇다고 하여 인효성(人效性)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성직자가 성사를 집전하는데 있어서 교회의 의도에 따라 교회에서 규정한 절차를 어김없이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성덕과 신앙이 성사 수령자에게 주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사 수령자의 의도면에서 볼 때 성사의 은총이 그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의 신앙 상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목의 성패는 성사의 인효성을 발휘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성사는 사효적으로(ex opere operato) 수령자에게 은총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성사의 효력이 집전자의 성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트리엔트공의회는 성화의 사효성(事效性)을 재천명하였습니다(Denz. 1608). 만일 이 세상에 합당하게 성사를 거행할 수 있는 사제만 성사를 거행한다면 성사를 거행할 수 있는 사제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제가 교만하여 겸손을 받아들일 수 없고, 사제가 옹졸하여 용서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는 겸손과 용서를 이야기 해야만 합니다. 도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바르게 살아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효론에 의하면 성사의 예절은 집전자의 의도보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정해놓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객관적 의도가 성사 집전자를 강요하며 성사의 효력을 나타냅니다. 즉 교회가 정해 둔 객관적인 절차와 사물이 구원의 은총을 실제로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사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집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사의 표징을 통하여 전달하고자하는 은총이 전달되도록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예식을 집행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