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에 널리 전파되었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오늘 예식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과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동시에 기념합니다.
당신 자신을 완전히 비워 낮추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써
우리를 어둠의 세력에서 구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합시다.
말씀의 초대
이사야서에 수록된 네 편의 ‘주님의 종’에 관한 노래 가운데 세 번째 편이다.
이 노래에는 온갖 모욕과 박해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주님의 뜻대로 수난을 받아들이는 주님의 종이 소개된다.
이 종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이다(제1독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은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하느님 아버지께 철저히 순종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높이시고 가장 뛰어난 이름을 주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온 누리에 드러내신다(제2독서).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주님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잘 보여 준다.
고난 중에서도 예루살렘 여인들을 위로하시고,
당신을 죽이려는 이들까지 용서하시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시는 모습이 그려진다(복음).
제1독서
<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0,4-7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23,1-49
○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예수님을 고소하기 시작하였다.
● “우리는 이자가 우리 민족을 선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말합니다.”
○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빌라도가 수석 사제들과 군중에게 말하였다.
●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 수석 사제들과 군중은 완강히 주장하였다.
“이자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이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곳곳에서 백성을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습니다.”
○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더니,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그분을 보고 싶어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일으키시는 어떤 표징이라도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헤로데가 이것저것 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그 곁에 서서 예수님을 신랄하게 고소하였다.
헤로데도 자기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전에는 서로 원수로 지내던
헤로데와 빌라도가 바로 그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은 이 사람이 백성을 선동한다고 나에게 끌고 왔는데,
보다시피 내가 여러분 앞에서 신문해 보았지만,
이 사람에게서 여러분이 고소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을 보면 그도 찾지 못한 것이오.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을 받아 마땅한 짓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니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 “그자는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
○ 바라빠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였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풀어 주고 싶어서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에게 다시 이야기하였지만, 그들은 외쳤다.
◎ “그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빌라도가 세 번째로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에게 말하였다.
●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그래서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 그러자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이 큰 소리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다그치며 요구하는데, 그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를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풀어 주고, 예수님은 그들의 뜻대로 하라고 넘겨주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끌고 가다가, 시골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잡아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였다.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
보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배어 보지 못하고
젖을 먹여 보지 못한 여자는 행복하여라!’ 하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 사람들은 ‘산들에게 ′우리 위로 무너져 내려라.′ 하고,
언덕들에게 ′우리를 덮어 다오.′ 할’ 것이다.
푸른 나무가 이러한 일을 당하거든 마른나무야 어떻게 되겠느냐?”
○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다른 두 죄수도 처형하려고 예수님과 함께 끌고 갔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두 죄수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그분의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이 제비를 뽑아
예수님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다.
백성들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빈정거렸다.
●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말하였다.
●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그분을 모독하였다.
●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 다른 죄수가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 그러고 나서 그 죄수가 예수님께 간청하였다.
●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해가 어두워진 것이다. 그때에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시 묵상>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백인대장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 “정녕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셨다.”
○ 구경하러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을 함께 따라온
여자들은 멀찍이 서서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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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3/24)
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에 널리 전파되었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오늘 예식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과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동시에 기념합니다. 당신 자신을 완전히 비워 낮추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써 우리를 어둠의 세력에서 구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합시다.
말씀의 초대
이사야서에 수록된 네 편의 ‘주님의 종’에 관한 노래 가운데 세 번째 편이다. 이 노래에는 온갖 모욕과 박해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주님의 뜻대로 수난을 받아들이는 주님의 종이 소개된다. 이 종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이다(제1독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은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하느님 아버지께 철저히 순종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높이시고 가장 뛰어난 이름을 주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온 누리에 드러내신다(제2독서).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주님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잘 보여 준다. 고난 중에서도 예루살렘 여인들을 위로하시고, 당신을 죽이려는 이들까지 용서하시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시는 모습이 그려진다(복음).
제1독서
<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0,4-7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23,1-49 ○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예수님을 고소하기 시작하였다. ● “우리는 이자가 우리 민족을 선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말합니다.” ○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빌라도가 수석 사제들과 군중에게 말하였다. ●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 수석 사제들과 군중은 완강히 주장하였다. “이자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이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곳곳에서 백성을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습니다.” ○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더니,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그분을 보고 싶어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일으키시는 어떤 표징이라도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헤로데가 이것저것 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그 곁에 서서 예수님을 신랄하게 고소하였다. 헤로데도 자기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전에는 서로 원수로 지내던 헤로데와 빌라도가 바로 그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은 이 사람이 백성을 선동한다고 나에게 끌고 왔는데, 보다시피 내가 여러분 앞에서 신문해 보았지만, 이 사람에게서 여러분이 고소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을 보면 그도 찾지 못한 것이오.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을 받아 마땅한 짓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니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 “그자는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 ○ 바라빠는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였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풀어 주고 싶어서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에게 다시 이야기하였지만, 그들은 외쳤다. ◎ “그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빌라도가 세 번째로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에게 말하였다. ●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그래서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 그러자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이 큰 소리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다그치며 요구하는데, 그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반란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자를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풀어 주고, 예수님은 그들의 뜻대로 하라고 넘겨주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끌고 가다가, 시골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잡아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였다.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 보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배어 보지 못하고 젖을 먹여 보지 못한 여자는 행복하여라!’ 하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 사람들은 ‘산들에게 ′우리 위로 무너져 내려라.′ 하고, 언덕들에게 ′우리를 덮어 다오.′ 할’ 것이다. 푸른 나무가 이러한 일을 당하거든 마른나무야 어떻게 되겠느냐?” ○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은 다른 두 죄수도 처형하려고 예수님과 함께 끌고 갔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두 죄수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그분의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이 제비를 뽑아 예수님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다. 백성들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빈정거렸다. ●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말하였다. ●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그분을 모독하였다. ●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 다른 죄수가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 그러고 나서 그 죄수가 예수님께 간청하였다. ●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해가 어두워진 것이다. 그때에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시 묵상>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백인대장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 “정녕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셨다.” ○ 구경하러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을 함께 따라온 여자들은 멀찍이 서서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이렇게 조롱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셨다면 어땠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실 수도 있는데 왜 너무도 무력하게 수난과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셨을까요? 이를 잘 묵상해 보고자 비유 하나를 들겠습니다. 법정에 선 한 살인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고 직전에 있는 이 사람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사입니다. 그는 살인자의 잘못한 점만을 바라봅니다. 두 번째는 변호사입니다. 검사와 대조적으로 살인자의 좋은 면을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의 직업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판사입니다. 그는 법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사람 자체를 판단하며 그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청중입니다. 이들의 시선은 제삼자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닙니다. 그저 호기심과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살인자를 둘러싼 시선 가운데 어떤 시선을 지니고 계실까요? 하느님께서는 검사, 변호사, 판사, 청중과는 다른 시선을 지니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시선은 마치 살인자의 어머니가 지닌 마음과도 같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따질 틈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당장 자기 자식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아들이 죽게 된다면, 차라리 자신이 대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죄인들의 죽음을 바라시지 않고 오히려 살기를 바라시는 마음으로, 아무 죄도 없으시면서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채 묵묵히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