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신 시신
독일 태생의 종교화가이며 사제인 지거 쾨더가
‘The Folly of God(하느님의 어리석음)’이란
제목으로빛을 향한 예수님의 십자가 여정을 그린
그림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의
시신을 동굴 무덤에 안치해 놓은 그림이 퍽 인상적이다.
시신이 있는 동굴 내부는 어둡고 넓게 표현했다. 그런데
동굴 입구를 막은 돌 틈 사이로 한가닥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그 빛으로 미라처럼 아마포로 둘둘말린
예수님의 시신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조개 껍데기
속에 있는 진주처럼, 누에고치 속에 있는 번데기처,
발아하려는 씨앗처럼, 어머니 모태에 있는 태아처럼
새로운 생명의 창조의 힘이 시신을 에워싸고 있다.
그 그림의 제목은 ‘chrysalis(번데기)’였다. 한마리
나비는 이제 자신을 에워싼 번데기의 틀을 깨고 자유이
날아다닐 것이다.
우리는 삶의 여 속에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자신의 희망과 꿈과 계획이 모두 끝장났다고 절망는
때가 있다. 예수님의 시신이 있는 동굴 무덤 앞에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울고 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실패와 불안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무능하
무력한 존재였던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러나
돌아가신 줄로만 안 주님을 마리아가 만나게 되이
(요한 20,'18), 우리는 절망 한가운데서 무한한 랑의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던 창
출신의 마리아. 그러나 다른 모든 제자들이 두려움
도망쳤을 때 십자가 아래서 끝까지 예수님과 함께던
마리아. 이제 절망 속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에게 부한
예수님과의 맨 처음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만남
마리아를 얽어매는 모든 삶의 굴레를 벗어나게 할 것다.
홍승모 신부(인천 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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