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가리워진 안나의 무지로
당신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하느님이신 당신이
아무것도 아닌 안나 위해
알아듣도록 설명하시자니 힘드시지는 않으셨어요?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며 마음이 불편하시지는 않으셨나요?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이 바보가 무엇이길래’하시며
안나가 밉지는 않으셨나요?
끝없이 인내하시며 자상히 겸손되이 일러 주시는
하느님 당신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주님,
당신 말씀이 맞아요.
권위와 품위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의 예는 쉬워도
당신 처럼 볼품없이 오시면 안나가 알아 보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신 말씀 들어며 안나가 웃었는데 이해해 주실꺼죠?
왜 웃었냐구요?
“아마 딴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왔더라면 믿었을텐데” 하시며
무지한 안나가 안타까워 열심히 설명하시는 당신 모습이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거든요.
사실 안나가 정직하게 얘기하면
이 바보로 인해 당신을 아프게 하여 가슴이 너무 너무 아파요.
정말 미안해요.
예전에 안나가 지금 보다 더 철이 안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저렇게 바보 처럼 오시지 말고 좀 폼나게 오시면 잘 알아 볼 수 있을텐데 꼭 거지 같애.
숨바꼭질 하는 것 마냥 꼭꼭 숨어서는 안나를 애태우니 알아뵙기가 너무 힘들다.
사람들은 조금만 권위를 가져도 예전에 신경쓰며 품위를 보이는데 하느님께서 어찌 저리실까?
아이 바보.’ 불평하였습니다.
그리구요,
당신 생전에 안나가 살았더라면 어찌 했을까 생각하면 아주 끔찍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니 보아도 뻔하기에 말입니다.
주님.
당신은 이제 가난하게도 오시고 부유하게도 오시고
어른으로도 오시고 아기로도 오시며
생명을 가진 모든 인간 존재의 영혼 안에 오시기에
현존하시는 당신을 뵙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안나에게는 만나는 모든 이가 당신입니다.
그런다고 안나가 당신을 매번 잘 대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제는 혼란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가 권위를 가진 사람이던,
보잘 것 없는 사람이든 그 안에 살아계신 당신이 계시기에 말입니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