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틀간을 성지에서 지냈다.
토요일 죽산성지와 베론 성지를 다녀와
주일에는 수리산 성지에 갔었다.
죽산 성지에서의 감동이 잔잔히 남아있기에 몇자 적어 본다.
묵상음악이 조용하게 흐르는 성당 안은 수도원 같은 분위기이다.
미사가 시작되면서 부터 신부님의 말씀은 나의 영혼을 깨운다.
세속에 젖을 대로 젖은 나의 영혼에 일격을 가하신다.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온갖 일에 마음을 두며
정작 마음쓰고 닦아 내야할 내 영혼을 방치하고
눈에 보이는 일에만 마음쓰며….
내가 맞은 돌을 다시 되돌려 던지기에 바쁜 나날로 몇달을 보냈다.
매사가 서운하고 불만스럽던 이웃들과의 관계를
내 안에서 찾으려기보다는 밖에서만 찾으려 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못을 빼어 자신의 손에, 발에 박으라는
신부님의 말씀은 강하게 내 머리를 친다.
무엇인가 무디어진 나의 양심을 주님 안에 내어 놓는다.
그렇다. 일그러져 추할데로 추해진 나의 영혼을 본다.
깨어 있지 못해 으르렁 거리는 사자의 밥이 되었던 날들 안에
나에게 상처받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용서를 청한다.
내 기준으로 잣대질하여 판단하기도 하고
앙큼하게 앙갚음하는 마음으로 지껄여 대던
말과 행동들에 부끄러움이 밀려 온다.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며 취한 모든 행동들…
하느님 마음에 들게 살도록 노력하기보다
사람들을 더 의식하며 살아가기에
더욱 힘들게 어렵게 살아 온 날들을 본다.
특히 은총을 받아 뭔가 잘 살겠다고 지내온 지난 몇달은
나의 얄팍한 신앙의 모습에서 나를 더욱 추하게 만들고 말았다.
요즘 독서에 나오는 주님의 종의 노래를 생각하며 나를 되돌아 본다.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지 않았으며
욕설과 참뱉음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돌렸으며
나의 소리는 밖으로 밖으로 퍼져 나갔으리라…
나의 희생과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못을 빼어
남에게 박지 말고 자신에게 박으며 높이 들려지는 것에
서슴치 말고, 높이 달린 나를 보고 주님께서
“날 닮았다” 하시는 그 말을 듣는 신앙인이 되라는
신부님의 말씀은 아직도 내귀에 쟁쟁하게 남아 있다.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목숨까지 바친 이름모를 순교자들의 빛을 받아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살아 가겠다고 다짐하며
신앙 안에서 도약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긴다.
어제는 첫번째 실천으로 구역식구들과 함께 수리산 성지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묘를 참배하며
“이름 모를 순교자여, 새 빛 되소서!” 하고 285장의 성가를 힘차게 불렀다.
내려오면서 구역의 온 식구가 함께 꽁당 보리밥과 동동주를 맛나게 먹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은총의 시기인 사순절도 막바지에 이르러 성주간이 시작된다.
교만함을 겸손함으로 이기심을 이타적으로 바꾸어
진정한 사랑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