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어느 노 신부님의 말씀..

어떤 신부님께서 시골 본당의 주임 신부로 계실 때의 일입니다. 그 신부님께서는 아침 저녁으로 성당에 들어가셔서 성체조배를 하셨는데, 그때마다 맨 앞에 앉아 계시는 연세 많으신 어떤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셨지요.

‘열심하신 할머니시구나.’

그런데 매일 그리고 똑같은 시간이 계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신부님께서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할머니께서 기도서나 성경책을 보면서 기도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또한 눈을 감고 묵상하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어떤 종이만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이상했지요. 그래서 그 날은 본인이 늘 하는 성체조배도 하지 않고, 할머니께서 왜 저런 행동을 하시는 지 유심히 처다만 보았습니다.

먼저 할머니는 빨간색 종이를 꺼내들고 한참동안 바라 보십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할머니는 그 빨간색 종이를 내려놓고는 검정색 종이를 꺼내드십니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 종이를 내려놓고는 하얀색 종이를 들어서 계속 바라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행동을 계속 반복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신부님은 너무나 이상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할머니에게 다가가신 뒤 이렇게 물으십니다.

“할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할머니는 짧게 대답하십니다.

“기도하지요.”

신부님은 다시 묻습니다.

“아니… 기도하는데 왜 그 종이만을 쳐다보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 이렇게 답하셨다고 하네요.

“신부님, 저는 글을 몰라요. 따라서 남들이 보는 성경책도 그리고 기도서도 볼 수가 없어요. 하지만 기도는 하라고 하고…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에 저만의 기도법을 찾았지요. 이렇게 빨간색 종이를 보면서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주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또한 검정색 종이를 보면서는 예수님의 죽음을 생각해요. 예수님의 장례식에 저 자신도 참석하면서 눈물도 흘리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이 하얀 종이를 보면서는 예수님의 부활하신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떠올려요. 하얀 옷을 입으시고 하얗게 빛나는 주님을 떠올리면서 그 기쁨을 저도 느껴보지요.”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앞서 그 할머니는 글도 모랐습니다. 또한 나이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그 할머니의 기도가 형편없는 기도라고, 엉터리 기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감사 기도는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시고 하신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무것도 모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도의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주님 앞에 나아가는 그 할머니의 모습은 비록 세상의 눈으로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지만, 주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바치고 있는 기도는 어떤 기도인가요?

슬기롭고 똑똑한 사람의 기도인가요? 아니면 철부지 같은 못난 사람의 기도일까요?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아..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빠심님의 새벽메일 중에서…

211.194.124.5 루실라: 좋은글과 묵상 나누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07/17-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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