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변태가 됩시다











바오로의 매일묵상

[2004/2/28]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복음(루가 5,27-32)

이 일이 있은 뒤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길을 가시다가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 오너라” 하셨다.
그러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
레위는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고 예수를 모셨는데
그 자리에는 많은 세리들과 그 밖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의 율법학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예수의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당신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것입니까?” 하고 트집을 잡았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묵상

요즘 신기하게도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자주 옵니다.
그런데 이녀석들이 작당을 하였는지 하나같이 내용이 구슬프고 힘듭니다.
집사람하고 마음이 안맞아서 자주 싸운다느니,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느니,
외롭다느니, 남편이 사고를 냈는데 합의금이 엄청 나와서 그거 갚느라 허리가 휘어진다느니…
자기들 얘기만 하기가 좀 그랬는지 제게도 묻습니다.
“넌 혼자 살면서 외롭지 않니? 빨리 장가 가라.”
‘이 자식이, 소개나 해주면서 그딴 소리 해라!’
“너 일하는 거, 그걸로 생활은 되니?”
‘속 쓰린데 염장 지르니?’
그냥 웃고 말지만 속으로는 욕 나오죠…ㅎㅎㅎ
그런데 말입니다. 녀석들 모두 하느님을 믿는다는 녀석들입니다.
저와 가치관이 달라서일까요? 가끔은 그 친구들이 이해가 안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애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것들이 모두 힘들고 지친 고통스러운 얘기들 뿐이니 말입니다.
어쩌다 기분 좋은 얘기 할라치면 모두다 자기들이 잘나서인듯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레위는 예수님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세리’라는 직업은 부정직한 사람, 죄인으로 통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천대받고 미움받아 마음의 상처가 곪을대로 곪은 사람이었던 것이죠.
즉 복음의 끝부분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아픈 병자인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부드럽고 따스하게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 오너라”하시며 그를 초대하시니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모든 것’이란 그가 그동안 아파했던 마음의 상처들을 의미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이제는 기쁨만이 존재합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과거의 그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천대하고 미워할 것입니다.
그 때마다 그는 상처를 또 받겠지요.
그러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한은 그 상처는 곧 아뭅니다.

하루를 마감하며 기도를 하거나 일기를 쓸 때 그런 말씀 많이 하시죠?
‘하느님, 오늘도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도 주님께 봉헌하오니……’
왜 항상 주님께 고통만 드립니까?
고통 뒤에 주실 기쁨을 소망하며 주실 기쁨을 미리 봉헌하시면 어떨까요?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학대와 고통을 받으시고 끝내는 십자가에 못박히십니다.
우리가 요즘 겪는 힘듦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가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예수님은 어제도 오늘도 “나를 따라 오너라”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시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당장 예수님을 따라가도 모자랄 판에 왜 과거의 상처를 애써 짊어지고 가시려 하십니까?
과거의 상처는 모두 두고 따르십시오.
그리고 살다 살다 또 입게 되는 상처들…
그 때마다 오히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좀 뭣한 얘기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마조히스트적인 변태(?)가 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중에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받는 학대와 고통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변태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번 사순 시기를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라는 촉구이기도 합니다.

기도

예수님, 나의 손에 지금 채찍이 놓여져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니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더 쳐라. 네가 나를 때림으로써 나는 너희를 구원하는 기쁨을 얻는다.”
예수님, 지금 제 손에는 못과 망치가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손에 못을 대고 망치로 치니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쪽 손에도 박아라. 그러므로써 난 너를 구원하는 마지막 은총을 베푼다.”

주여, 용서하소서. 감사하나이다.

Written by Pa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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