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교의사적인 전개(4)

 

3.6.    트리엔트 공의회


트리엔트 공의회 (1545-1563)는 중세 후기의 마술적 신앙 관행에 대해 전례의 개혁 (우선적으로 처벌과 계속적인 규제)을 통해서 대처하였고,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가르침을 수호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그런데 성찬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지 못하고 부분별로 다루었다. 즉 성찬례 안의 그리스도의 실재현존에 대해서 1551년에, 성찬례의 희생제사적 성격에 대해서는 11년 후인 1562년에서야 논의되었다.




거룩한 성체성사에 대한 교의 (1551)


1.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그의 영혼과 신성과 함께, 그래서 전체 그리스도가 참되게(vere), 실재적으로(realiter), 실체적(substantialiter)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그저 상징으로(in signo), 형상으로(in figura), 潛勢的으로(in virtute)현존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1)


2. 만일 누가 지존하신 성체성사 안에 빵과 포도주의 실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실체와 함께 존속한다고 말하거나, 빵의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포도주의 실체가 피로 되는 경이롭고도 유일무이한 변화, 가톨릭 교회에서는 아주 적절하게(aptissime) 실체변화 (transsubstantiatio)라고 부르는 변화를 부인하여서 그저 빵과 포도주의 형상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2)


3. 만일 누가 공경받아야 마땅한 성체성사에서 각기의 형상, 그리고 그 형상의 쪼개진 부분들 안에 전체 그리스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3)


4. 만일 누가 경이로운 성체성사 안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예식이 거행된 후에는 존재하지 않고, 그 이전도 그 후도 아니고 단지 영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영성체 후에 보관되거나 남아 있는 축성된 제병이나 그 조각 안에 참된 주님의 몸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4)


5.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의 우선적인 결실을 죄의 사함이라고 말하거나, 그 외에 다른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5)


6.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서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드러나게 흠숭지례를 받으셔서는 안된다, 그래서 특별한 외적예식을 통해 공경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거나, 칭찬할만하고 일반적으로 전파된 성교회의 풍습과 습관에 따라 (성체 안의) 그리스도를 성체거동을 통해 성대하게 운반하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공경받으시도록 공개적으로 현시해서든 안된다, 그렇게 공경하는 자는 우상숭배자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6)


7.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가 감실에 보존되어서는 안되며 축성 후에 즉시 참석한 이들에게 분배되어야만 한다고 말하거나, 성체를 환자에게 가져다 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7)


8. 만일 누가 성체를 영할 때 그리스도를 그저 정신적으로 모실 뿐 성사적으로, 실제적으로 모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8)


9. 만일 누가 명오가 열린 나이에 이른 남녀 신자 모두는 어머니이신 성교회의 지침에 따라 매해 적어도 부활 때 성체를 영해야 한다는 것을 거부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9)


10. 만일 누가 미사 때 사제 스스로 영성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60)


11. 만일 누가 단지 믿음만으로도 성체를 영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이 지존하신 성사를 부당하게, 죽음과 단죄에 이르지 않게 모시지 않기 위해서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공표하는 바이다: 중죄를 지어 양심의 가책을 받는 사람이 통회를 한다고 믿고 있더라도, 고해신부를 만날 수 있으면 영성체 전에 반드시 고해성사를 받아야만 한다. 누가 그 반대되는 것을 가르치거나 설교하거나 완고하게 주장하거나 공개적인 토론에서 변호한다면 즉시 파문될지어다. (DS 1661)




     양형 영성체와 어린 아이의 영성체에 관한 교의 (1562)


1. 만일 누가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서 혹은 구원에 필수적으로 양형 영성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1)


2. 만일 누가 거룩한 가톨릭 교회가 마땅한 이유와 숙고함이 없이 평신도들과 그리고 미사를 스스로 집전하지 않는 경우 사제들에게 한가지 형태의 영성체만을 허락하도록 했다거나 혹은 교회가 이렇게 함으로써 오류를 범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2)


3. 만일 누가 일부의 사람들이 잘못 주장하는 바 대로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대로 양형 영성체를 하지 않고 성체만을 영하면 모든 은총의 원천이며 창시자인 그리스도를 손상됨이 없이 온전히 모실 수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3)


4. 만일 누가 명오가 열리기 전의 아이들에게도 영성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4)






          거룩한 미사성제에 대한 가르침 (1562)




1 장: 거룩한 미사 성제의 설립


성 바오로의 증언에 의하면 옛 계약에서는 레위 사제직의 무력함으로 인해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자비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안배에 의해서 멜키세덱의 품위를 따라서 다른 사제, 즉 성화되어야 할 모든 이를 완성시키시고 거룩함으로 이끌어 주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야만 했다(참조: 히브 10,14). 우리 하느님이시며 주님이신 분께서 성화되어야 할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 십자가의 제단에서 죽음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희생제물을 드리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죽음으로 자신의 사제직이 소멸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배반을 당하시던 밤 최후만찬에서 당신의 사랑하시는 배필인 교회에 (인간 본성이 필요로 하는대로) 가시적인 희생제사를 남겨 두셨는데, 그 안에서 단 한 번 십자가 상에서 바쳐질 피흘림의 희생제사가 재현되고(repraesentare), 그분에 대한 기억(memoria)이 세상 끝날까지 보존되며, 우리가 매일 범하는 죄의 사함으로 이끄는 그분의 구원의 힘이 적용된다(applicare)…(DS 1739)




2장: 가시적인 희생제사는 산이와 죽은 이를 위한 속죄의 제사


미사에서 봉헌되는 이 신적인 제사는 십자가상 제단에서 단 한 번 자신을 피흘려 봉헌한 그 그리스도께서 담겨져 있고 피흘림없이 봉헌되기에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이 제사는 실제적으로 속죄의 제사이며 우리가 “제때에 도움을 받기 위해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발견하도록” (히브 4,16) 이끈다. 왜냐하면 이 제사는 같은 희생제물이고 지금 사제를 통해서 봉헌하는 분과 과거에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한 분과 같기 때문이며, 단지 봉헌 방식이 다를 뿐이다. 피흘림의 제사의 결실을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풍성하게 받는다. 이렇게 피흘림의 제사는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DS 1743)




              거룩한 미사성제에 관한 교의 (1562)




1. 만일 누가 미사에서 하느님께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물이 봉헌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제물봉헌의 행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양식으로 건내지는 데에 있을뿐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1)


2. 만일 누가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는 말씀을 통해서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사제로 임명하시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사도들과 다른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희생제물로 드리는 것을 명하시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2)


3. 만일 누가 미사성제는 단지 찬미와 감사의 행위이거나 혹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단순한 기억일 뿐 속죄의 제사는 아니라고 말한다면, 혹은 미사성제는 단지 영성체하는 이의 유익에 소용될 뿐이라고 말한다면, 그리고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죄와 벌의 사함을 위해서, 보속을 위해서, 곤경 때문에 미사성제를 봉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3)


4. 만일 누가 미사성제가 십자가 상의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제사를 모독한다든가 경멸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4)


5. 만일 누가 성인공경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가 원하는대로 성인들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기 위해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5)


6. 만일 누가 미사 전문(典文)이 오류를 포함한다, 그래서 폐지되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6)


7. 만일 누가 가톨릭 교회가 미사에서 사용하는 예절, 제복, 외적인 표징들이 신심을 깊게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데에로 이끄는 길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7)


8. 만일 누가 사제 혼자만 영성체하는 미사는 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8)


9. 만일 누가 미사전문의 일부와 성변화를 위한 말씀은 조용히 말해야 한다는 로마 교회의 예식 규정은 단죄받아야 한다거나, 미사는 오로지 모국어로만 거행되야 한다거나, 그리스도께서 규정하신 것을 거스르기에 성작 안의 미사주에 물을 섞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9)




이상의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정문을 통해서 드러나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공의회는 종교개혁자들을 반대해서 성체 안에서의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수호한다: “만일 누가 거룩한 성사 안에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그의 영혼과 신성과 함께, 그래서 전체 그리스도가 참으로(vere), 실제적으로 (realiter), 실체적 (substantialiter)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단지 상징이나 (in signo), 형상으로(in figura), 潛勢的으로(in virtute) 현존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DS 1651). 이로써 공의회는 명시적으로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성체성사를 단지 상징으로만 보는 쯔빙글리와 성만찬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영적인 현존만을 주장하는 칼빈을 배격하였다.


이렇게 공의회는 성찬의 음식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고수하였다. 그러나 상징과 실재가 서로 대립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본다면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대교회의 실재상징, 즉 ‘상징 안에서의 참된 현존’에 관한 이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2) 공의회는 본질의 변화에 대한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실체변화’(transsubstantiatio)란 개념을 사용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개념에 대해서 조심스러움을 드러낸다. 현양된 주님의 성사적 현존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존재방식(DS 1636)이라고 전제하고,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을 실체변화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고 정확하다”(convenienter et proprie)(DS 1642) 혹은 “아주 적절하다”(aptissime)고 말한다(DS 1652).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서 공의회는 실체변화라는 개념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고, 더 적합한 표현에 대한 탐구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하겠다.


고대교회에서는 성찬의 음식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것이 성령을 통한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고 있었고 그래서 성찬례에서 성령의 도래를 청원하는 기도인 epiclesis가 중요시 되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대교회의 이 확신을 존재론적 차원에서 옮겨서 표현했다고 하겠다 즉 오직 하느님만이 존재의 영역에서 한 실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공의회는 성찬례가 희생제사라는 것을 수호한다: “만일 누가 미사에서 하느님께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사가 봉헌되지 않는다고 한다면…파문될지어다”(DS 1751). 그러나 공의회는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반복’이나 ‘보충’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배척하고 둘 사이의 동일성을 확고하게 수호한다. 미사성제는 십자가상 희생제사와 동일한데, “왜냐하면 이 제사는 같은 희생제물이고 지금 사제를 통해서 봉헌하는 분과 과거에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한 분과 같기 때문이며, 단지 봉헌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피흘림의 제사의 결실을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풍성하게 받는다”(DS 1743). 그리고 공의회는 그리스도에 의한 희생제물의 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명시적으로 히브리서 (10,14)를 인용하면서 미사는 “단 한 번의” 십자가상 희생제사를 “재현하고(repraesentare)”, “기억(memoria)”하는 것이며, 십자가 제물의 힘을 “적용한다 (applicare)”고 규정하였다(DS 1739 이하).


트리엔트 공의회 이전의 스콜라 신학에서도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기억(memoria)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밖에도 베드로 롬바르두스(+1160)는 미사는 십자가 희생제사의 “재현”(repraesentatio)이라고 하였고(IV Sent. d.12c.5),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applicatio passionis Christi ad nos)으로 보았다(Post. super Jo. 61,6).




공의회는 이렇게 제물과 제물 봉헌 사제의 동일하다고 말함으로써 미사와 예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재현”, “기억”, “적용”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로써 공의회는 중세 후기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았다. 그러나 미사가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사”(DS 1751), 교회가 바치는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한 속죄의 제사(DS 1753)란 표현은 개혁자들에게 여전히 걸림돌로 남게 되었다. 또한 공의회는 미사가 제사라는 것을 말라키아 1,11의 깨끗한 곡식 예물에 비유하였는데(DS 1742), 이는 미사가 희생제사적 성격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기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독립된 제물 봉헌 행위에 있는 것처럼 오해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4) 평신도의 성혈배령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 공의회는 ‘同伴說’을 확인하면서(DS 1733),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서 혹은 구원에 필수적으로 양형 영성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격하였다 (DS 1731). 트리엔트 공의회는 몸과 피는 한 인격체로서의 자신을 헌신하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나타낸다는 본래적인 의미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하겠다. 몸과 피를 단지 인간의 한 부분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던 것이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양형 영성체가 필수적이라는 과격한 주장을 배격한 것이지 평신도의 성혈배령을 원칙적으로 금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교황 비오 4세(1559-1565)가 마인쯔, 퀠른, 트리어, 살쯔부르크, 그란 교구에 평신도들에게 성혈 배령을 허용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평신도의 성체성혈 배령이 일반적으로 실천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평신도의 성혈배령은 종파 간의 결정적인 구별점으로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서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Bayern)이나 니더하인(Niederrhein) 지방의 가톨릭 신자들은 스스로 성혈배령을 거부하였다. 1584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1572-1585)는 평신도의 성혈배령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사건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의 전개 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즉 공의회 문헌은 여백을 남겨두는 결정을 하였지만 공의회 이후에는 한 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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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교의사적인 전개(4)에 1개의 응답

  1. guest 님의 말:

     

    3.6.    트리엔트 공의회

    트리엔트 공의회 (1545-1563)는 중세 후기의 마술적 신앙 관행에 대해 전례의 개혁 (우선적으로 처벌과 계속적인 규제)을 통해서 대처하였고,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가르침을 수호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그런데 성찬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지 못하고 부분별로 다루었다. 즉 성찬례 안의 그리스도의 실재현존에 대해서 1551년에, 성찬례의 희생제사적 성격에 대해서는 11년 후인 1562년에서야 논의되었다.


    거룩한 성체성사에 대한 교의 (1551)

    1.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그의 영혼과 신성과 함께, 그래서 전체 그리스도가 참되게(vere), 실재적으로(realiter), 실체적(substantialiter)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그저 상징으로(in signo), 형상으로(in figura), 潛勢的으로(in virtute)현존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1)

    2. 만일 누가 지존하신 성체성사 안에 빵과 포도주의 실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실체와 함께 존속한다고 말하거나, 빵의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포도주의 실체가 피로 되는 경이롭고도 유일무이한 변화, 가톨릭 교회에서는 아주 적절하게(aptissime) 실체변화 (transsubstantiatio)라고 부르는 변화를 부인하여서 그저 빵과 포도주의 형상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2)

    3. 만일 누가 공경받아야 마땅한 성체성사에서 각기의 형상, 그리고 그 형상의 쪼개진 부분들 안에 전체 그리스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3)

    4. 만일 누가 경이로운 성체성사 안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예식이 거행된 후에는 존재하지 않고, 그 이전도 그 후도 아니고 단지 영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영성체 후에 보관되거나 남아 있는 축성된 제병이나 그 조각 안에 참된 주님의 몸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4)

    5.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의 우선적인 결실을 죄의 사함이라고 말하거나, 그 외에 다른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5)

    6.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서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드러나게 흠숭지례를 받으셔서는 안된다, 그래서 특별한 외적예식을 통해 공경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거나, 칭찬할만하고 일반적으로 전파된 성교회의 풍습과 습관에 따라 (성체 안의) 그리스도를 성체거동을 통해 성대하게 운반하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공경받으시도록 공개적으로 현시해서든 안된다, 그렇게 공경하는 자는 우상숭배자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6)

    7. 만일 누가 거룩한 성체가 감실에 보존되어서는 안되며 축성 후에 즉시 참석한 이들에게 분배되어야만 한다고 말하거나, 성체를 환자에게 가져다 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7)

    8. 만일 누가 성체를 영할 때 그리스도를 그저 정신적으로 모실 뿐 성사적으로, 실제적으로 모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8)

    9. 만일 누가 명오가 열린 나이에 이른 남녀 신자 모두는 어머니이신 성교회의 지침에 따라 매해 적어도 부활 때 성체를 영해야 한다는 것을 거부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59)

    10. 만일 누가 미사 때 사제 스스로 영성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660)

    11. 만일 누가 단지 믿음만으로도 성체를 영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이 지존하신 성사를 부당하게, 죽음과 단죄에 이르지 않게 모시지 않기 위해서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공표하는 바이다: 중죄를 지어 양심의 가책을 받는 사람이 통회를 한다고 믿고 있더라도, 고해신부를 만날 수 있으면 영성체 전에 반드시 고해성사를 받아야만 한다. 누가 그 반대되는 것을 가르치거나 설교하거나 완고하게 주장하거나 공개적인 토론에서 변호한다면 즉시 파문될지어다. (DS 1661)


         양형 영성체와 어린 아이의 영성체에 관한 교의 (1562)

    1. 만일 누가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서 혹은 구원에 필수적으로 양형 영성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1)

    2. 만일 누가 거룩한 가톨릭 교회가 마땅한 이유와 숙고함이 없이 평신도들과 그리고 미사를 스스로 집전하지 않는 경우 사제들에게 한가지 형태의 영성체만을 허락하도록 했다거나 혹은 교회가 이렇게 함으로써 오류를 범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2)

    3. 만일 누가 일부의 사람들이 잘못 주장하는 바 대로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대로 양형 영성체를 하지 않고 성체만을 영하면 모든 은총의 원천이며 창시자인 그리스도를 손상됨이 없이 온전히 모실 수 없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3)

    4. 만일 누가 명오가 열리기 전의 아이들에게도 영성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34)



              거룩한 미사성제에 대한 가르침 (1562)


    1 장: 거룩한 미사 성제의 설립

    성 바오로의 증언에 의하면 옛 계약에서는 레위 사제직의 무력함으로 인해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자비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안배에 의해서 멜키세덱의 품위를 따라서 다른 사제, 즉 성화되어야 할 모든 이를 완성시키시고 거룩함으로 이끌어 주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야만 했다(참조: 히브 10,14). 우리 하느님이시며 주님이신 분께서 성화되어야 할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 십자가의 제단에서 죽음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희생제물을 드리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죽음으로 자신의 사제직이 소멸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배반을 당하시던 밤 최후만찬에서 당신의 사랑하시는 배필인 교회에 (인간 본성이 필요로 하는대로) 가시적인 희생제사를 남겨 두셨는데, 그 안에서 단 한 번 십자가 상에서 바쳐질 피흘림의 희생제사가 재현되고(repraesentare), 그분에 대한 기억(memoria)이 세상 끝날까지 보존되며, 우리가 매일 범하는 죄의 사함으로 이끄는 그분의 구원의 힘이 적용된다(applicare)…(DS 1739)


    2장: 가시적인 희생제사는 산이와 죽은 이를 위한 속죄의 제사

    미사에서 봉헌되는 이 신적인 제사는 십자가상 제단에서 단 한 번 자신을 피흘려 봉헌한 그 그리스도께서 담겨져 있고 피흘림없이 봉헌되기에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이 제사는 실제적으로 속죄의 제사이며 우리가 “제때에 도움을 받기 위해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발견하도록” (히브 4,16) 이끈다. 왜냐하면 이 제사는 같은 희생제물이고 지금 사제를 통해서 봉헌하는 분과 과거에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한 분과 같기 때문이며, 단지 봉헌 방식이 다를 뿐이다. 피흘림의 제사의 결실을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풍성하게 받는다. 이렇게 피흘림의 제사는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DS 1743)


                  거룩한 미사성제에 관한 교의 (1562)


    1. 만일 누가 미사에서 하느님께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물이 봉헌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제물봉헌의 행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양식으로 건내지는 데에 있을뿐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1)

    2. 만일 누가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는 말씀을 통해서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사제로 임명하시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사도들과 다른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희생제물로 드리는 것을 명하시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2)

    3. 만일 누가 미사성제는 단지 찬미와 감사의 행위이거나 혹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단순한 기억일 뿐 속죄의 제사는 아니라고 말한다면, 혹은 미사성제는 단지 영성체하는 이의 유익에 소용될 뿐이라고 말한다면, 그리고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죄와 벌의 사함을 위해서, 보속을 위해서, 곤경 때문에 미사성제를 봉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3)

    4. 만일 누가 미사성제가 십자가 상의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제사를 모독한다든가 경멸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4)

    5. 만일 누가 성인공경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가 원하는대로 성인들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기 위해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5)

    6. 만일 누가 미사 전문(典文)이 오류를 포함한다, 그래서 폐지되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6)

    7. 만일 누가 가톨릭 교회가 미사에서 사용하는 예절, 제복, 외적인 표징들이 신심을 깊게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데에로 이끄는 길이라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7)

    8. 만일 누가 사제 혼자만 영성체하는 미사는 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8)

    9. 만일 누가 미사전문의 일부와 성변화를 위한 말씀은 조용히 말해야 한다는 로마 교회의 예식 규정은 단죄받아야 한다거나, 미사는 오로지 모국어로만 거행되야 한다거나, 그리스도께서 규정하신 것을 거스르기에 성작 안의 미사주에 물을 섞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 (DS 1759)


    이상의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정문을 통해서 드러나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공의회는 종교개혁자들을 반대해서 성체 안에서의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수호한다: “만일 누가 거룩한 성사 안에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그의 영혼과 신성과 함께, 그래서 전체 그리스도가 참으로(vere), 실제적으로 (realiter), 실체적 (substantialiter)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단지 상징이나 (in signo), 형상으로(in figura), 潛勢的으로(in virtute) 현존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파문될지어다”(DS 1651). 이로써 공의회는 명시적으로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성체성사를 단지 상징으로만 보는 쯔빙글리와 성만찬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영적인 현존만을 주장하는 칼빈을 배격하였다.

    이렇게 공의회는 성찬의 음식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고수하였다. 그러나 상징과 실재가 서로 대립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본다면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대교회의 실재상징, 즉 ‘상징 안에서의 참된 현존’에 관한 이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2) 공의회는 본질의 변화에 대한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실체변화’(transsubstantiatio)란 개념을 사용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개념에 대해서 조심스러움을 드러낸다. 현양된 주님의 성사적 현존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존재방식(DS 1636)이라고 전제하고,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을 실체변화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고 정확하다”(convenienter et proprie)(DS 1642) 혹은 “아주 적절하다”(aptissime)고 말한다(DS 1652).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서 공의회는 실체변화라는 개념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고, 더 적합한 표현에 대한 탐구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하겠다.

    고대교회에서는 성찬의 음식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것이 성령을 통한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고 있었고 그래서 성찬례에서 성령의 도래를 청원하는 기도인 epiclesis가 중요시 되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고대교회의 이 확신을 존재론적 차원에서 옮겨서 표현했다고 하겠다 즉 오직 하느님만이 존재의 영역에서 한 실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공의회는 성찬례가 희생제사라는 것을 수호한다: “만일 누가 미사에서 하느님께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사가 봉헌되지 않는다고 한다면…파문될지어다”(DS 1751). 그러나 공의회는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반복’이나 ‘보충’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배척하고 둘 사이의 동일성을 확고하게 수호한다. 미사성제는 십자가상 희생제사와 동일한데, “왜냐하면 이 제사는 같은 희생제물이고 지금 사제를 통해서 봉헌하는 분과 과거에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한 분과 같기 때문이며, 단지 봉헌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피흘림의 제사의 결실을 피흘림없는 제사를 통해서 풍성하게 받는다”(DS 1743). 그리고 공의회는 그리스도에 의한 희생제물의 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명시적으로 히브리서 (10,14)를 인용하면서 미사는 “단 한 번의” 십자가상 희생제사를 “재현하고(repraesentare)”, “기억(memoria)”하는 것이며, 십자가 제물의 힘을 “적용한다 (applicare)”고 규정하였다(DS 1739 이하).

    트리엔트 공의회 이전의 스콜라 신학에서도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기억(memoria)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밖에도 베드로 롬바르두스(+1160)는 미사는 십자가 희생제사의 “재현”(repraesentatio)이라고 하였고(IV Sent. d.12c.5),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applicatio passionis Christi ad nos)으로 보았다(Post. super Jo. 61,6).


    공의회는 이렇게 제물과 제물 봉헌 사제의 동일하다고 말함으로써 미사와 예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사가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재현”, “기억”, “적용”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로써 공의회는 중세 후기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았다. 그러나 미사가 “참되고 본래적인 희생제사”(DS 1751), 교회가 바치는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한 속죄의 제사(DS 1753)란 표현은 개혁자들에게 여전히 걸림돌로 남게 되었다. 또한 공의회는 미사가 제사라는 것을 말라키아 1,11의 깨끗한 곡식 예물에 비유하였는데(DS 1742), 이는 미사가 희생제사적 성격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기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독립된 제물 봉헌 행위에 있는 것처럼 오해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4) 평신도의 성혈배령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 공의회는 ‘同伴說’을 확인하면서(DS 1733),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서 혹은 구원에 필수적으로 양형 영성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격하였다 (DS 1731). 트리엔트 공의회는 몸과 피는 한 인격체로서의 자신을 헌신하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나타낸다는 본래적인 의미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하겠다. 몸과 피를 단지 인간의 한 부분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던 것이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양형 영성체가 필수적이라는 과격한 주장을 배격한 것이지 평신도의 성혈배령을 원칙적으로 금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교황 비오 4세(1559-1565)가 마인쯔, 퀠른, 트리어, 살쯔부르크, 그란 교구에 평신도들에게 성혈 배령을 허용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평신도의 성체성혈 배령이 일반적으로 실천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평신도의 성혈배령은 종파 간의 결정적인 구별점으로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서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Bayern)이나 니더하인(Niederrhein) 지방의 가톨릭 신자들은 스스로 성혈배령을 거부하였다. 1584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1572-1585)는 평신도의 성혈배령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사건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의 전개 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즉 공의회 문헌은 여백을 남겨두는 결정을 하였지만 공의회 이후에는 한 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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