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성사-조직신학적 고찰(교회 직무란?)

 

4. 조직신학적 고찰




4.1.   교회 직무란?


  교회직무에 대해서 성서의 증언과 역사적 전개 상황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구약과는 달리 신약성서에서는 공동체와는 구별된 제의적인 ‘사제’(hiereus) 계층이 나타나지 않고, 성찬례 거행을 위한 특별한 권한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다. 세례받은 신자들 모두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성령이 거하는 성전이다. 다시 말하면 신자들 모두가 그리스도를 대리하고 (in persona Christi), 성령의 능력 안에서 행동한다.


(2) 신약성서 후대와 사도 이후 시대에 교회 직무가 형성되는데, 교계적 직무는 성찬례 거행을 위한 특별한 권한의 필요성에서가 아니라 가르침을 올바로 보존하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형성되었다(사목서간).


(3) 기도와 함께 행하여지는 안수가 서품식의 중심적인 예절이 되었는데, 이 예절이 결코 공동체와 분리되거나, 자동적으로 은총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것은 항시 교회 공동체의 행동과 부합하느냐는 점이었다.


(4) 이미 교부시대부터 구약성서의 사제직에 의존해서 교회 직무를 “사제”(hiereus)로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는 신약성서에 나타난 다른 의미의 사제 이해를 대부분 간과한 채 진행되었다. 즉 사제직을 일반 종교사회학에서 나타나는 의미의 사제상으로, 근접하기에 위험한 신에게 공동체를 대신해서 중재의 역활을 맡아 제사를 지내는 사람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5) 사제직의 본질을 미사 중에 성체와 성혈의 축성권과 죄 사함의 권한에 두는 견해는 축성의 말씀이 전체적인 성찬기도(anamnesis, epiclesis)의 일부라는 것을 간과한 채 따로 떨어진 능력의 말씀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방교회는 성찬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자세를 간직하여왔다.


(6)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서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서품된 직무사제직은 지위나 신분이라기 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봉사임을 강조하면서, 말씀의 교역자, 여러 성사와 성체성사의 교역자, 하느님 백성의 지도자라고 이해하였다.




신약성서에 대한 고찰과 초대교회 교부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교회 직무자는 (이단적 교설에 반대해서 올바른 가르침인) 복음을 신자들에게을 가르치고, (내외적인 파당과 분열의 위험에 직면해서) 그들이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화합하고 일치하도록 이끄는 사목자이며, 동시에 일치의 보증인과 표징으로서 일치의 성사인 성찬례를 거행하는 사제이다. 교회 직무자는 교회 공동체가 올바른 가르침 안에서 일치를 이루도록 이끈다는 의미에서 그는 교회를 대신해서(in persona ecclesiae) 행동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치의 봉사는 그리스도의 핵심적인 관심사에 속하며(요한17장), 그리스도가 십자가 상에서 이룩한 화해의 업적에 근거한다 (2 고린 5,11-21). 즉 교회 직무자는 그리스도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특별한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대리한다(in persona Christi). “사제는 특별한 방법으로 당신 백성의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되어, 성령의 힘을 받아 교회에 봉사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살고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1).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는 사람으로서 일치의 성사의 성찬례를 주례하는 사제가 된다. 이렇게 볼 때 교회 직무자는 특별한 방식으로 사제이기 때문에 성찬례의 주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참된 가르침을 전하고 사제적인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책임지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성찬례의 주례를 맡기에 특별한 방식으로 사제이다.


이러한 견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견해와는 일치한다. 공의회는 사제의 직무를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 “여러 성사와 성체의 교역자”, “하느님 백성의 지도자”라는 세 관점으로 요약하였다 (교회헌장 20항; 사제 직무 4-6항). 이 세 관점은 교회의 본질적인 행동을 얘기하는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Martyria), 선포된 말씀를 실현하고 생활하며 (Diakonia), 그리고 이 둘을 공동체 안에서 표징을 통해서 거행하는 것 (Leiturgia). 교회의 특별한 봉사 직무의 사명은 이러한 교회의 기본행동을 실현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1) 교회는 자신 스스로를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이미 주어지고 늘 교회 자신을 의문에 처하게 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기에, 교회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선포자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이 선포자는 자신의 직무 수행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대리한다. 물론 신자들도 세례를 통해서 복음을 선포해야하는 사명을 지닌다.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서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그러나 사제는 복음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권위있게, ‘교회의 이름’으로 공적이고 가르치고 선포하는 사람이다.


2) 교회의 본질은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신자들을 한데 모으고, 영감을 주며, 각자의 능력을 일깨워주고, 전체를 조정해주는 직무가 필요하다. 사제는 이렇게 공동체를 일치와 화합으로 이끄는 직무를 지니는데, 이를 일치를 위한 직무라고 표현할 수 있다.


3) 교회 공동체의 일치는 성찬례를 통해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성찬례는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 일치가 견고하게 되도록, 더 깊게 실현되도록 한다. 교회 공동체의 화합과 일치의 직무를 맡은 사목자가 교회의 중심적인 전례이며 일치의 성사인 성찬례의 주례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사제는 성찬례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현재 가톨릭 신학에서는 교회 직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를 본다면, 라너(K.Rahner)는 사제의 직무를 말씀에 대한 봉사에서2), 카스퍼 (W.Kasper)는 일치에 대한 봉사에서3), 그레사케 (G.Greshake)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대리하는 데에4) 촛점을 두고 고찰한다. 여기서 하나의 공통점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교회 직무를 축성권과 사죄권을 중심으로 보아왔던 협소한 관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우리의 견해는 이런 신학적인 견해를 종합한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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