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외로우셨구나
제겐 부모님이 안계십니다. 어머니가 아홉살때 돌아가시고 할머니손에서
자란 터라 어머니에 대한 추억도 그리 많지 않지요.
아버지가 지난해 7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리면 쓸쓸한 집이
생각납니다 홀로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던
아버지…… 타지에서 일하던 저는 주말이면 집으로 내려가곤 했습니다
찾아갈때마다 방청소를 해놓고 오늘은 상을 푸짐하게 차려 아버지를 호강
시켜드려야 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코가 빨개진채
돌아오는 아버지를 보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술좀 그만 드시라고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밤에 잠을 잘수가 없어서 그래 그것도 이해 못하니? 그렇게 주말마다
아버지와 티격태격 했지요 술취한 모습이 아닌 맑은 정신으로 나를 반겨주는
아버지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하지만 제가 다시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때면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며 제모습을 안타까이 바라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낭뇨로 쓰러지셨습니다
돌보는 이가 없었던탓에 술로 나날을 보내 온 아버지는 3개월이라는 길지않는
투병생활 끝에 그렇게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처음엔 믿을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구나
언제 얼굴을 보지 이제 언제….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한동안 우울증을 앓으며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슬플때면 홀로 잔을 기울였고 하루 이틀 버릇이 되어 갈 즈음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랬었구나 아버지도 외로우셔서 술을 드셨던거구나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렇게도 좋아히시는 술을 못 먹도록 아버지와 다툰것이 지금 제겐 아픈상처로
남습니다 너 결혼 못시키고 죽으면 어떻하냐고 걱정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그런 걱정거리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을까요
제 곁에 아버지가 계신것 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다는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 이 딸을 용서 하세요 이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착실하게 키워주신
은혜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게요 (좋은생각 5월호에서 발췌)
“부모님도 외로움과 쓸쓸함을 알고 계신답니다 올 한가위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날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