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본질

 

2. 죄의 본질


      1) 성서에서 본 죄


       (1) 구약성서 


   구약성서는 인간의 공통적인 윤리 의식을 하느님과의 관계에 비추어 이 관계에 어긋


는 행동을 죄로 판단하고 있다. 즉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어기거나 그 길을 따르지 않


는 것, 계약에 불충실하는 것,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나 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동들을 죄악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죄는 하느님께 대한 반역이요(민수 14,9 ; 신명


28,15-44 ; 1사무 12, 14), 하느님께 대한 불경이며(2사무 12,10 ; 이사 1,4), 하느님께 대한


불충 또는 부정이다(이사 24,5 ; 호세 3, 1).


      (2) 신약성서 


   신약성서는 인간에게 죄를 뉘우치고 마음과 생활을 고치도록 요구한다. 예수께서는


죄를 예식규정의 위반으로 보지 않고 마음의 거짓에서 보고 있다(마르 7, 1-23). 탕자의


비유(루가 15, 11-32)에서 죄는 하느님과의 배은망덕한 결별로서 인간 존재의 참된 의미


를 완전히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도 요한과 바오로의 기록에서 죄는 빛의 거부


(요한 3, 19-20 ; 8, 12 ; 에페 5, 8-14), 진리의 거부(요한 8, 44 ; 로마 1, 18 . 25)이며, 따


라서 죄는 어둠과 거짓말과 상통한다. 그것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범법(1요한 3, 4 ; 2데


살 2, 3 . 8)이고 불순종( 에페 5, 6)이다. 사도 바오로는 여기에다 하느님께 마땅히 돌려


야할 영광의 거부 역시 죄로 첨가하고 있다.




   성서에서 말하는 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죄는 무엇보다도 생


명의 하느님, 창조주이시고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떠나는 인간의 행위로서, 인간 스스로


죽음과 비구원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죄는 인간과 하느님 사이를 갈라


놓는 것이다. 둘째, 하느님을 떠난다는 것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불충실하고 그분께 불


경하는 행위들을 의미하며 이러한 것들이 곧 죄이다. 셋째, 하느님을 섬긴다는 것은 하느


님을 닮은 인간인 이웃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하느님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자비를 베풀어


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또


한 죄와 관련된다. (마태 25, 31-45 참조. 최후심판 이야기)




     2) 죄의 신학적 고찰


   첫째, 죄는 올바른 관계를 파괴하고 서로를 유리시키는 관계단절의 표지이다. 성서에


도 분명히 나타나듯이, 죄는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사물


과의 관계에서 성립되며, 이 관계의 파괴나 단절을 통해 하느님을 등지거나 이웃을 등지


는 행위 또는 사물과의 관계에 있어서 올바른 위치를 지키지 못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죄는 인간을 소외시키고 서로를 유리시키며, 죄를 범한 이로 하여금 자유를 상실하고 자


기 모순에 빠지도록 한다. 즉 죄로 말미암아 인간은 자기의 근원이며 목적인 하느님으로


부터 유리되고 하느님을 지향하는 자기 자아를 상실하게 되며 이웃과는 반목하게 되고


자연으로부터는 보복을 받게 된다.


   둘째, 죄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을 사로잡고 자유를 빼앗으며 관계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력으로 작용한다. 죄는 단순히 관계를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불화와 불신을 조장하고 악의 정신에 사로잡히도록 하며 마침내는 인간을 죽음의


구렁텅이에로까지 몰아넣기 위하여 그 세력을 팽창해 나간다. 따라서 죄의 세력을 거슬


러 그 맥을 끊지 않는다면 죄악은 점점 더 번창하게 된다. ‘원수를 사랑하라'(마태 5, 44


; 루가 6, 27-36) 또는 ‘악을 선으로 갚아라'(로마 12, 18-21)는 말씀은 이와같은 죄의 세


력을 끊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요청인 것이다.


   셋째, 죄는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난다. 죄는 단순히 표상이나 세력만이 아니라 인간을


사로잡고 인간 생활을 파괴하는 실제적인 행동들이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가져온다'(야고 1.15)는 말씀처럼 죄인의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지게 마련


이다. 죄의 유형 역시 죄가 어떠한 행동으로 그 모습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


라서 죄의 다양성은 그 행위의 성격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죄는 관계의 단절인 동시에 행위로 드러나면서 하나의 세력으로 이 세상에 존


재하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죄는 3중적 해악을 가져온다.


즉, 하느님을 거스르고, 이웃과 인간 공동체를 거스르고, 죄인 자신을 거스르는 해악이


그것이다.


    ① 하느님께 대한 거부로서의 죄


    죄는 우선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하느님과 그분의 계획에 대한 거부이다. 죄는


단순히 인간실존의 절박한 문제들을 외면하고 인간이 자신을 폐쇄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은혜로이 제공하시는데 그것을 거절하는 것으로서 여기에 죄의 본


질이 있다 하겠다. 즉 ‘죄는 영신적 인격체의 심부에서 하느님이 친히 건네오시는 말씀


을 외면하는 현행적이고 인격적인 거절’인 것이다.


   ② 죄의 사회적인 성격


   많은 죄들이 우리 이웃들에게 직접․간접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 사랑하지 않는 죄와


불의, 그리고 악 표양과 죄의 협력까지도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가져온다. 사회의


악한 풍조와 악 조건을 조장하고 지속시키는 것, 또는 악에 물든 사회 환경을 극복하려


는 투쟁에 소홀히 하는 것등, 이 모두가 사회적 죄의 범주에 속한다.  그리스도교인은


그리스도 신비체의 한 지체로서 죄를 범하게 되면 그 신비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


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 지체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다른 지체들도 고


통을 받기 때문이다(1고린 12, 26 참조). 따라서 죄로 인하여 병중에 있는 지체들은 은총


의 생활을 해치며 다른 지체에 도움을 줄 수 없을 뿐더러 신비체 건설에 해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신비체에 있어서 죄의 결과는 본질상 사회적 차원을 갖는다.


   ③ 죄의 개인적인 성격


   죄인이 자신의 죄로써 자기 자신을 추구하고 보다 용이한 길을 선택한다 하여도, 그


의 마음의 심오한 곳에는 교활하고 정신적인 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으며 그의 참된 행


복과 그의 최종목적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신에 의해서 지정되지 않은 목적에


서는 자신의 행복과 목적을 발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범죄로써 자신이 선


택한 다른 목적으로 방향을 바꿈으로써 신의 최종목적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관


점에서 죄는 자기의 충분한 성장과 완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완성을 향해가는 존재가 죄


로 인해 그 발전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참된 소명을 저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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