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계미년(癸未年) 양띠 해에는 향복(享福)하소서!”
주임 신부님께서 새해 첫날 통상적으로 하는 덕담인 “복 많이 받으세요”라 하지 않으시고, 한자로 “향복”(享福)하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복을 많이 받는다고 한들, 그 복을 즐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우리들에게 찾아온 복을 못 알아봐서 놓치고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또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독서에서 이사야는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이사 60,1)고 말씀하십니다. 이사야는 하느님의 아들이며 빛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어 오시는 그분을 맞아들이라고 초대합니다.
과연 우리들은 이사야 예언자의 초대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맞아들일 준비를 갖추고 있는 가요? 아니 우리들은 사람이 되어 오신 그분을 알아보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마음 자세를 오늘 복음에 비추어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이방인인 동방박사들은 멀리 동방에서 찾아와 아기 예수께 경배합니다. 반면에 헤로데와 예루살렘 시민들은 메시아의 탄생 소식을 듣고 그저 당황할 뿐입니다. 심지어 헤로데는 아기 예수를 없애려고 합니다. 진정으로 기쁘게 맞이해야 할 사람들은 맞아들이지 못하고, 그분의 정체를 깨닫지 못한 이방인들이 주님을 경배했다는 사실… 오늘 복음은 정말 모순적인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스스로 들어온 복을 발로 차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필립2,5-7) 사실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우리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당신 아들을 보내시기까지 극진한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 우리들은 엄청난 축복과 은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복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아니 깨달아야 합니다.
주임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향복(享福)의 삶은 바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주님의 축복과 은총을 깨닫고 누리는 삶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계미년 새해에는 주님의 그 크나큰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