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의 어머니 회칙, 모성적 사명

 

제1장「구세주의 어머니」회칙에 드러난마리아의 모성적 사명


1. 회칙의 성립 배경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1987) 회칙은 1987년 3월 2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반포한 여섯 번째 회칙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마리아에 관한 가르침은 그의 교황명(敎皇名)이 지칭하는대로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명과 목적을 구현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교 재일치적 전망 안에서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안에 마리아의 장을 삽입하였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와 교회의 신비 안에 마리아를 현존시킴으로써 그의 동정성(童貞性)과 모성(母性)의 신비를 교회도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마리아의 모성을 통해 교회가 쇄신되고 일치되어 영원한 행복과 희망의 보증인 마리아의 신앙 여정을 통찰하게 하였다.


「구세주의 어머니」 회칙은 이러한 공의회의 요구와 교회를 인도해야 하는 교도책임자로서 교황이 교회의 사명과 이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 발표한 교도지침이다. 회칙은 그리스도 구원 사업에 있어 모성과 헌신으로 협력한 나자렛 동정녀의 자유로운 순종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일깨워 다가오는 2000년대 마지막과 3000년대 시작을 준비시키도록 하고 있다(2항, 3항). 마리아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로 백성들을 인도하기 때문이다.2)


회칙의 구조는 서문(제1항-6항)과 결문(제51항-52항)을 제외하고 제1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마리아(제7항-24항), 제2부 교회의 신비 안에 마리아(제25항-37항), 제3부 마리아의 모성적 중재(제38항-48항)로 구성되어 있다.


2. 회칙 안에 드러난 마리아의 모성


2.1. 마리아의 모성의 형상


2.1.1. 영원으로부터 성부의 구원계획 안에 내정된 모성


회칙은 구약의 예언적 진술들 속에서 이미 예언적으로 암시된 마리아의 모성을 보고 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영원으로부터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다(골로 1,12-14; 로마 3,24; 갈라 3,13;  2고린 5,18-29). 이 계획은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지만 아버지께서 구원 사업을 맡기신 분의 어머니이신 그 ‘여인’에게 특별한 자리가 부여된다(7항). 그래서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마리아의 모성은 이미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강생 안에서 당신 아들의 어머니로 ‘뽑으신 분’으로 현존한다.


구약성서에서 마리아의 신비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 깊이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구약 안에서 간절히 기대되고 있었던 메시아, 즉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예언들을 마주할 때, 메시아의 어머니가 함께 예언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약성서의 희망과 예언은 메시아라는 인물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 메시아가 누구인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 그 메시아와 더불어 메시아의 징표를 알려줄 어머니로서의 한 여인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3) 이러한 배경에서 회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을 인용하면서 죄에 떨어진 원조에게 약속된 ‘뱀에 대한 승리’(창세 3,15 참조), 이사야 예언자의 ‘동정녀 잉태’(이사 7,14)관해 언급하는 예언적 진술에서 마리아에 관한 간접적 시사를 발견하고 있다.


“자비하신 성부께서는 여인이 죽음에 이바지한 것처럼 여인이 생명에 이바지하기 원하셨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의 순명이 육화에 선행되기를 원하셨다.”4)


마리아가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어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인과적 또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고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영원으로부터 미리 예정된 것이다. 따라서 마리아가 역사 안에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고 그분의 특별한 동반자가 된 것은 하느님의 섭리 때문이다. 육화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행위’이다. 영원하신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친히 누구보다 먼저 강생의 신비 안에서 나자렛의 동정녀에게 당신 아들을 주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그에게 맡기셨다. 구원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주도권을 잡고 이를 관철시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성부께서는 영원으로부터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인류에게는 구세주를 그리고 구세주에게는 인류로부터 간택된 어머니를 주시려는 뜻을 계획하시었다. 그래서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말씀’의 어머니가 되도록 하셨다.5)




2.1.2. 신적모성(神的母性, Theotokos)


회칙은 구세사에 있어 마리아 독특한 위치와 역할은 마리아의 신적모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신적모성에 대한 완전한 진리를 기초로 해야지만 신앙 안에서 이것을 이해하고 생활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38항).


복음도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마르 6,8; 마태 13,55; 사도 1,4)임을 분명히 증거하고 있다. ‘예수의 어머니’라는 마리아의 호칭은 구원사업에 있어 마리아의 위치와 역할을 남김 없이 설명하는 호칭이다. 마리아는 지상에서 예수의 어머니이시고 이러한 마리아의 모성은 예수 그리스도 인성의 근거가 된다. 마리아의 신적모성은 그리스도의 신비로 드러난다. 하느님의 아들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참으로 우리 중의 한 사람이 되셨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하여 어머니의 신비가 교회의 신앙 안에 밝혀진다(40항).


마리아 만큼 하느님께 이끌려 이 신비 속에 깊이 들어갔던 분은 없다. 마리아는 성령의 능력에 의해 당신 동정의 품안에 아버지와 본질이 같으신 하느님의아들예수그리스도를잉태하시고,낳으셨기 때문에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다. 마리아 모성의 예외적 특성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이 모성의 품위는 인류 역사에 유일무이하고 일회적인 것이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마리아의 참여도 그 활동의 깊이와 서열에 있어 유일무이한 것이다.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하면 자연히 ‘하느님의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공경이라는형태로마리아의모성을찬양하게된다.마리아는“그리스도의신비”(Mysterium Christi)를 통하여 인류 안에 현존(現存)하신다(4항, 38항).



2.1.3. ‘그리스도의 동반자’로서의 모성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다는 것은 존재론적으로 말씀의 위격 안에서 두 본성의 결합(Unio hypostatica)이라는 실재에 종속된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구원사업에 있어 아드님의 ‘고귀한 동반자’(同伴者, socia)가 되셨다6).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그리스도의 인격과 그분의 일, 그리고 그분의 사명에 대한 완전한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39항).


마리아 모성의 본질은 ‘믿음’이다. 마리아는 믿었기에 그리스도 신비 안에 참으로 현존하게 되었다. 마리아는 지성과 의지의 완전한 순종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셨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자신의 전인간적, 여성적 ‘자아’로 응답하였으며, 성령의 활동에 자신을 완전히 개방하였다. 천사로부터 마리아에게 전해진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강생의 신적 신비는 마리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리고 특별히 영보 때에 하느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였고, 그 말씀을 ‘지키고, 마음속에 간직하며’(루가 1,38.45; 2,19.51) 사셨기 때문에 구원사업에 있어 아드님의 ‘고귀한 동반자’가 되셨다. 마리아는 마지막까지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모성으로 참여함으로써 동정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사셨다. ‘주님의 여종’으로서 온전히 신부로 일관한 마리아의 자세는 모성의 가장 근본적 차원을 이룬다(39항).




2.1.4. 영적모성(靈的母性)


마리아의 모성은 단순히 예수를 낳고, 젖을 먹인 육적인 인연을 넘어선다. 예수께서는 육적인 인연으로만 이해된 마리아의 모성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킴으로써 발전하는 신비로운 영적 인연으로 설명하셨다(루가 11,28 참조). 마리아의 모성은 예수가 전한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부성(父性)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모성이다.7)


마리아는 예수께서 당신의 메시아적 사명 기간 중에 계시하신 모성의 다른 차원을 깨닫고 받아들이셨다. 이 모성의 차원은 처음부터 마리아에게 속했지만 당신의 눈과 정신에 당신 아들의 메시아 사명이 더 분명해져 갈수록 어머니로서 자신도 당신 아들 곁에서 당신의 ‘역할’이 될 ‘새로운 모성’에 열린자세를 보여주셨다(20항).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생활 안에서 구체화시켰다. 마리아는 언제나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는(루가 2,19; 51) 신앙의 구체화를 실천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켰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과 그 말씀을 자기 생활에 ‘구체화’시키는 것으로 해서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었다. 이 두 가지 요소와 부합하려면 하느님의 주도권과 인간의 응답이 필요하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기 생을 개조시킬 만큼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일시적인 응답은 충분치 못하다. 마리아의 제자 신분은 이런 조건들을 모두 채웠다. 마리아는 바로 이러한 참된 제자로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일생동안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협력하였다.8) 그 결과 마리아의 모성은 새롭게 변화되었다. 가나의 사건(요한 2,1-11)은 마리아의 모성의 새로운 차원, 새로운 의미를 아주 분명하게 설명해 주며 십자가 밑에서 이 모성이 예수에 의해 확인된다(요한 19,25-27 참조). 예수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관계에 대한 진리와 현실을 장엄하게 확인하시고 이 관계를 강조하신다. 여기서 인간들에 대한 마리아의 모성은 명확하게 표현되고 확정되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 신비의 한 가운데서 개개인 모두와 전인류에게 어머니로 주어진 것이다(39항).




2.1.5. 교회의 전형과 협조자로서의 모성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받아들여 세례성사로써 하느님의 자녀를 낳아 그들에게 불멸의 생명을 줌으로써 어머니가 된다. 교회의 모성은 교회가 하느님과 맺는 친밀한 결합의 표지이며 도구가 되게 한다. 교회는 마리아에게서 자신의 모성을 배운다. 교회는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신(로마 8,29) 분의 어머니를 모범으로 자신의 생활과 사명의 신비를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신앙과 사랑과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에 있어서 ‘교회의 전형’이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회는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자기 신랑에게 충실한 동정녀로 머문다. 이러한 동정은 특별한 영적 열매의 근원이 된다. 즉 이 동정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성의 근원이 된다(43항).


이 모범적인 마리아와의 관계 때문에 교회는 그분과 가까이 있으며 그분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마리아는 교회의 모델로 현존하신다. 그러나 마리아는 단순히 교회의 모델이자 전형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모이신 교회의 아들 딸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는데 협력하시기 때문이다. 교회의 모성은 하느님의 어머니의 모델과 전형으로써만이 아니라 또한 그분의 ‘협조’로 이루어진다. 교회는 마리아의 협력, 즉 마리아가 고유하게 지니는 ‘모성의 중재’(母性的 仲裁, Mediatio Materna)로부터 그 모성을 풍부히 얻는다(44항).




2.1.6. ‘일치의 표징’으로서의 모성


회칙은 마리아의 모성을 ‘교회일치’의 표징으로 보고 있다. 교회의 다양한 전통에 의해 마리아의 모성은 찬미받으신다.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 및 동방의 교회들은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에 대한 사랑과 찬미 안에 깊이 결합되어 있다. 교회의 다양한 전통들에 의해 이루어진 이러한 찬미의 보화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일치의 길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가 우리로 하여금 신적 모성의 신비를 엿보게 한다면 하느님 어머니에 대한 묵상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강생의 신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3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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