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을 불러놓고 안나는 눈을 감습니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아 눈을 감습니다.
등불이라,
등불은 지금 이렇게
태양이 중천에 올라 누리를 비추고 있으면
등불의 존재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되지요?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깊어지면 등불의 가치는
높아지지요?
그런데 주님,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등불은 자기의 가치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면 좋아하고,
태양 빛이 가득하여 등불이 외면을 당하면 삐칠까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교회가 당신 말씀을 거룩히 사신 분들을 드러내어
성인반열에 올려 놓고 저희가 공경하고 따르라 하셨습니다.
저희들에게는 표양을 본받으니 기쁨이 되지만
성인들에게는 어떨까 싶습니다.
안나의 좁은 생각으로는
그분들에게는 기쁨도 무엇도 아닐 것 같습니다.
외려 불완전 했던 자신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듯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광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구요.
그래서 지상 교우들의 엄청난 예우는
훌륭히 사신 다른 형제자매들의 몫이라구요.
자신에게는 당신의 사랑 외
그 무엇도, 정녕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이 만약 날 위해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계신다면
모든 성인성녀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님! 당신이 대신 전해주시겠어요?
등불도 외면을 당하던,
소용이 되어 어찌하던 등불로써 묵묵히 있을 것 같습니다.
기뻐 뛸 것도,
삐칠 것도 없이 묵묵히 존재 그대로 말입니다.
주님.
안나가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어도,
아니어도 묵묵하게 하소서.
당신만 계시면,
당신 곁에서 모든 것을 받아 안는 관대함을 주소서.
안나는 밴뎅이 속 같이 얄팍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