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편지 한 장

대림 제3주간 목요일 (2003-12-18)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마태 1,18-24)

결혼 초 인천에 살때의 일이다. 지방에 있는 조카가 인천에 모 대
학에 입학하여 1년 반가량 함께 살은 적이 있다. 그런데 조카는 늘 정
의롭고 뜨거운 열정이 많아 운동권에 다니느라고 속을 많이도 태웠다.
부모님은 열심히 아들이 공부하는 줄 알고 있는데 허구헌날 시위 현장
마다 쫓아다니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 우리에게 믿고 맡긴 지방에
계신 부모에게 알렸다.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아이에게 더 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으니 학교를 그만 두게 하든지 아니면 데리고 내려 가
던지 택일을 하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뜨거운 여름 날 허겁지겁 아들을 만나려 올라와 열흘
을 머물렀지만 아들은 부모를 만나주지 않았다. 포기하고 내려가면서
아들에게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라는 편지 한장만을 남기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조카도 더 이상 우리와 함께 머물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조카는 운동권에서 나오기 위하여 인류대학에 새
로 입학하여 십여 년이 넘어서 올 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태어나게 된 경위가 상세히 전개되고 있다.
요셉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고 얼마나 갈등하고 고민 하였을 것인지
자신의 약혼녀가 성령으로 아이를 가졌으니 또 그 아이가 백성들을
죄에서 구원할 사람 이라고 하고 아이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라니
아마도 죽고 싶을만큼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나의 아내가 나의 남편이 결혼도 하기 전에 남의 아이를 가졌다면
보통 사람들은 아마도 당장 파혼을 하고 집안이 뒤짚어졌을 것입니다.
또한 신문이나 여성잡지에 설문조사를 보면 일반적으로 자신의 남편만은
바람을 절대로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접하는 신뢰심에 금이가는 일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게 다가올 것입니다.

자신의 아들만은 열심히 공부하리라 믿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미래가
불확실한 헛 일에 얽매이지 않는 현명한 아들임을 부모는 믿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더이상 방황하지 않
고 무사히 졸업하게 한 것은 아닐런지요

요셉의 굳은 신뢰심으로 구원의 빛이 아기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림시기를 보내면서 임마누엘의 사랑의
하느님이 자신과 함께 하고 계심을 얼마나 실감나게 삶속에서 믿으며
기쁨과 희망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오늘은 그냥 주어지는 날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입니다. 날씨가 춥지만 임마누엘의 하느님을
삶속에서 따스하게 느껴보는 하루를 소망합니다.

선교사랑방엘리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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