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2004-01-11)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루가3,15-16.21-22)
대전으로 남편이 발령이 나서 인천에서 내려오기 전 추운 겨울 날 친구가
서운하다며 저녁식사 초대를 하였습니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많은 만남인
지라 식사준비가 좀 덜되어서 도와주고 있었는데 두살짜리 예로니모가 전기
밥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니 신기하여 손을 데었나 봅니다. 아프다는
말도 못하니 얼마나 데었는지 느끼지 못하는 초보부모라 아이가 울음을 그
치기를 기다려도 그치지를 않아서 그만 식사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벌겋기만 했던 아이의 손이 풍선처럼 손바닥 전체가 마구 부풀어
올라서 끔찍한 손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서 통곡
을 하였습니다. 깨끗하게 치유가 되었지만 가끔씩 삶을 살다가 아이에게
욕심이 생기고 바램이 커질수록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모의 애끓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음을 느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셨을 때 홀연히 하
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내려오셨고 하늘에서 "너는 내가 사랑
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음성이 들려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한이없고 다함이 없는 희생과
사랑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식도 하느님이 주신 귀한 선물임을 느끼지
못하고 감사드리기 보다는 소유물처럼 남의 자식보다 뒤질세라 욕심만을 앞
세우고,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하며 사람냄새나는 자녀로 성장하
기보다는 공부 잘하고 말잘듣고 장래에 출세하기를 더 바라는 삶을 살기만을
바라지는 않는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이나 인생은 어차피 영원하지 않으니 하느님 품인 고향으로 돌아갈
때는 애지중지했던 자식이나 물질적인 금은보화나 세상의 그 어떤 온갖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식들도 소유물이 아니라 잘보살피고
관리하여 그분의 합당한 뜻에 귀하게 쓰일 수 있도록 힘써 임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삶에 지쳐서 포기하고 싶고 엉성하고 만족함이 없는 모습으로 살아갈
때마다 간절한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
다. 그 말씀으로 새로 힘을 얻으며 한없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으로 눈뜨게
되는 보잘 것 없는 자녀임을 고백합니다. 자신은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
끼며 삶으로 증거하는 마음에 드는 자녀의 삶인지 돌아봅니다.
 선교사랑방엘리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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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실라: 좋은말씀 감사드리며 거룩한 주일 되시기 바랍니다 [01/11-08:20]
엘리: 감사합니다. 한주간도 기쁨으로 살아가시기를 빕니다. [01/11-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