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주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
하지 않습니까?” (마태 9,14-15)
아침 출근을 서두르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달려와 전화 수화기를
내밀었습니다. 선거철이 가까워지자 모당의 여론조사를 부탁하는 내용으로
평상시에는 전화 한번 없으면서 무엇하나 보여준 사랑도 없는데 모당에 대해
서 애정을 느낄리도 없는데 어찌 사랑한다는 대답을 들으려는지 참으로 어리
석게 느껴집니다.
직장에서 매일 보는 신문을 모아두었다가 부지런한 할머니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는 신문지에 곱게 야구르트 몇개를 싸고 사과와
귤을 비닐봉지에 가득 넣어서 손에 쥐어 주시며 굽어진 허리를 더욱 굽히시
고 눈이 붉어지시더니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버리
기 귀찮아 모아 두었다가 드리는 것 뿐인데요 하며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단식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고 독서에서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단식의 모습은 외형적으로 단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
며 이웃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에게 자유와 사랑을 베풀어주며 제 골육을 모
른체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단식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사순절동안 모든 지은 죄를 용서를 청하고, 단식과 금육으로 회개하고, 기
도하며 성서필사 등을 통하여 기쁜 부활을 준비하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하고
다급할 때만 단식하고 주님을 찾는 어리석은 신앙인입니다. 미지근한 마음으
로 형제 자매를 대하고 이웃의 작은 아픔을 적당히 외면한다면 단식을 자주
한다고 하더라도 외적인 하나의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가진게 많이 없고 소외되고 외로운 노년의 삶이지만 건강을 위해서 열
심히 신문과 박스를 모아 생긴 작은수입으로 손자에게 용돈도 쥐어주고 가난
한 노인들에게 점심도 제공하고 가끔 잔치도 베풀어주시는 할머니의 삶이 주
님 보시기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겨우내 얼었던 산골짜기 졸졸 흐르는 물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바다로 향해
흘러갑니다.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결코 큰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한 순
간에 강이 되고 바다로 흐를 수 없듯이 작은 일상속에서 차곡차곡 일어나는
착한 마음들이 때로는 위로가 되고 눈물이 되어 끝없이 마음과 마음에서 사랑
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입니다. 자신은 바리사이파 사람처럼 자주 단식하
면서 변화되지 않고 뜨겁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사람임을 통회합니다.

선교사랑방엘리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