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이여!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오늘 이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불현듯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생각난다.
세례를 받아 근 40여년간을 성당에 다녔지만 그동안 성령세미나에는 단 한번도 참여해
본적이 없었다. 그건 아마도 제 마음안에 성령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
기어 죽어가던 환자가 치료의 기적을 받았다느니 걷지도 못하던 환자가 벌떡 일어나
걸어 나갔다는둥 도저히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기에 제마음안에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처음으로 성령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져 아니 일부러 기회를 만
들어 세미나에 참석해 봤습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마음도 설레이면서 나름대로 어떤 기적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참석을 해서 열심히 기도도 하고 신나는 성가도
불러보았지만 제 가슴에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허탈스럽거나 공허한 마음도 들지 않았으며 그냥 무덤덤 그 자체였다고
할까요.그 결과 이런 결론을 도출해 내게 되더군요. 기적도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에게 기적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요.
딱 한 가지 확인한 것이 있다면 제 아무리 스스로 마음이 쪼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생각
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돌아온 셈이지요.
성령세미나 ! 제가 그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만큼 거창하거나 무서운 일도 아니었으며
또 그렇게 터부시 하고 무작정 선입견을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신록 우거진 아름다운 곳에서의 가벼운 그렇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키우게 해 주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나이다. 했던
그 제자들의 반신반의 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영등포로 갈까요? 아니면 신도림으로 갈까요?
차라리 돌아 갈까요? 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저의 나약한 믿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마음 속으론 주님, 무엇이든 좀 기적을 보여 줘 보세요. 그럼 확신을 하고 믿게 되지 않겠
습니까? 하고 나는 보고야 믿겠다는 토마스의 솔직한 태도가 다 나쁜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필립보에게 “필립보야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 하지 말아라.” 하신 것처럼 물론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겪어보지도 않고 아니 경험해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무엇이든 직접 겪어보고 특별히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다.
하지만 주님! 제 안에 기복신앙적인 요소가 아주 배제되지 않았다만 제가 그 성령세미나에
꼭 어떠한 대단한 기적을 바라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애써 찾는 기적의 장소에 단지 한번 가벼운 마음으로 가 보고
싶은 적이었습지요?
주님!
제가 오늘 필립보처럼 꼭 보고야 믿는 단순한 믿음이 아닌 보지 않고서도 믿을 수 있는
그런 당신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은총 허락하여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