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뜻을 찾아서(1)

 



다른 형제들과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어두움이 세상을 덮어 앞을 볼 수 없는 이 밤과 같이 교회의 내일도 그렇게 어두웠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노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번뇌로 타올랐다. 그 번뇌는 어두움 속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한줄기 작은 빛속에서 사라졌다가 다시금 타올랐다.




“어두움은 세상 모든 것을 가리우지만, 그 어두움 속에서 발하는 작은 빛는 그 어둠을 뚫고 나를 비춘다. 그 어두움은 오히려 빛을 더 잘 드러내고, 보지 않아야 될 것들을 감추어준다. 그 어두움 속에서 내가 꼭 보아야 하는 것은 빛을 통하면 된다. 그러므로 이 어두움은 어둠이 아니요 오히려 빛이니, 결국 이 박해는 나의 신앙을 없애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신앙을 키우려고 나에게 닥치는 것이리. …….그러나 세상 어느 누가 자기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리오.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식의 목숨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 그 어느 남자가 자기 아내의 목숨을 걱정하지 않으리오. 천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천주님!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무거운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니 뜻밖에도 늦은 밤 그를 반겨주는 것은 부인과 아이들이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버님!”




“아니! 이 늦은 밤까지 안자고 무엇을 하였느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6살난 하상 바오로를 번쩍 들어서 품에 안았다.




“아버님을 기다렸사옵니다. 아버님께서 아직 안들어오셨는데 어찌 먼저 잠자리에 들 수 있겠습니까?”




“허허! 우리 바오로가 아버지를 기다렸구나.”




“그런데 아버님! 엘리사벳은 아버님을 기다리다 조금 전에 잠들었습니다. 저도 많이 졸렸는데 아버님을 뵙고 자려고 참았습니다.”




“그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방안에서는 어린 엘리사벳이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어린 엘리사벳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마도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그 어린 정정혜 엘리사벳이 훗날 기해박해 때 순교의 영광을 받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부인 유소사 체칠리아가 하상 바오로를 품에 안고 자신의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다.




“신부님은 잘 계시던지요?”




“아직까지는 잘 지내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일이 문제예요. 신부님의 거처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아버님! 그러면 신부님을 다른 곳으로 모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롤로야! 그게 그리 쉽지 않단다. 지금 조정에서는 신부님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러다가 발각이라도 되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 땅에 한 분밖에 안 계신 신부님이시란다.”




“그런데 서방님! 이곳도 그리 안전한 곳이 못되는 듯 합니다. 마재에서 박해를 피해서 서울로 왔지만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서방님만이라도 박해가 가라앉을 때까지 피하시지요”




“아마 그것은 천주님의 뜻이 아닌 것 같소.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천주님께서는 나한테 다른 것을 원하시는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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