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평화가 너희와 함께
주간 첫날 저녁(안식일 다음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요한20,19). 하지만 제자들의 마음은 평화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닫아 놓고 숨어 있는 상황에 갑자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에 가득찬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구멍 난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의 상처. 유령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손과 발, 옆구리가 구멍이 나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는 평화를 말씀하십니다. 그 평화를 주시기 위해 수난과 죽음을 당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셨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하루 종일 시장에서 일한 돈으로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떡을 사 주시고, 먹는 것만 바라보아도 흐뭇해하시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굶은 아이가 “엄마는 안 먹어?”하면 “엄마는 많이 먹었단다.”하시며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시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주시는 떡으로 배부르게 되고, 어머니의 땀 냄새 나는 무릎에서 기뻐하며, 편히 쉬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머니의 모습은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그 어머니가 주시는 떡은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닮았습니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바뀝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습니다(요한20,20). 이제 제자들은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로 가득 차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쁨에 가득 찬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20,21)
이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의 신분은 파견 받은 주님의 제자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파견 받은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간직하고, 그 평화를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기쁨을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일을 하면서 불평과 불만 속에 있으면 안 됩니다. 예수님의 일을 하면 기쁨이 솟아나야 하고, 예수님의 일을 하면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통 근심 걱정과 불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 해도 밀려오는 두려움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바닥이 투명한 곳에서 아래를 보면 누구나 두려움이 몰려오게 됩니다. 안전한 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떨립니다. 그런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성령을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