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깨어서 불을 켜보니


6살 먹은 막내 딸아이가 이불속에서


양말을 붙잡고 혼자 울고 있었다.


성탄 자정미사를 다녀와서


밤늦도록 아이들과 축하파티를 해 준 그녀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아이가 울고 있으니…


“혹시 어제 먹은 케익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이불을 걷어내고 아이를 껴안았다.


“우리 데레사! 어디 아프니?”


아이는 울먹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만져 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럼 우리 데레사 왜 울고 있을까?”


아이는 드디어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너무도 당황했지만 끝까지 참았다.


“우리 데레사! 왜 울까? 무서운 꿈 꿨니?”



“엄마!..흑..엄마!


산타..산타..할아부지가


나에게 선물..선물.. 안줬어..흑흑…”




그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 산타할아버지가 준 것이라면서


케익과 학용품을 나이들에게 나눠 줬건만…


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데레사야! 어제 먹은 케익과 필통이


산타할아버지 선물이라고 했잖아.”




“아니야..흑흑..내가 산타할아버지한테


기도한 것은 인형이란 말야..흑흑”




그녀는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한참을 울더니 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타할아버지한테 인형을 선물 받으려고


얼마나 많이 착한일도 하고


언니들말도 잘 들었는데…


언니들이 때려도 울지도 않고,


내가 청소도 다 하고 그랬는데….


산타 할아버지 미워…”




그녀는 화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녀는 아이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남편은 멀리 일하러 갔기에


이번 성탄 때는 함께 하지 못했다.


또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에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사줄 형편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가 이렇게 실망해서 울고 있으니…,




“데레사야!


아마도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데레사 오줌을 자주 싸니까


오줌 쌌나 안 쌌나 확인하고서


아침에 선물을 주려고 하신 것 같구나.


어디 보자 오줌 쌌나…”


그녀는 아이의 요를 만져 보았다.




“엄마! 나 오줌 안 싸려고


어제 콜라도 안 먹었단말야…”




“그랬구나. 그럼 내일 아침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겠지.”




“엄마! 그럴까? 그럼 나 얼른 오줌 싸고 와야지.”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 다녀온 아이를 재운 그녀는 살며시 집을 나섰다.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서


옆 동네에 있는 인형가게로 향했다.


눈길을 걸으면서 그녀는 문득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외운 “성탄제”라는 시가 떠올랐다.




어두운 방 안에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셨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셨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마지막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산수유를 따오신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 했다.


그녀에게는 눈길이 눈길이 아니었다.


아마 그 아버지에게도 눈 속은 눈속이 아니었을 것이다…..




인형가게는 다행히도 밤새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좋아하는 예쁜 인형을 샀다.


그리고 다시 그 눈길을 돌아와


아이의 양말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아침에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잠을 깨겠지…. ”





 






이 글은 카테고리: 사랑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