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버리며
주님,
내 안의 작은 구유에
아기의 모습으로 누워 계신
당신 앞에 앉아
오늘은 당신의 존재에
그저 감사하게 살고 싶으네요
온전히 맡긴채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걸어 볼래요.
주님,
일년이 또 흘러가고 있는 자리에서
후회라는 말 적고 싶지 않아
지그시 눈감고 행복했던 기억만
떠올려 보렵니다.
성실히 살아보려고 안간힘 썼던
시간속에서 허망함을 알 수 있으며
이런 시간들을 당신께 바침으로
새로운 기쁨을 누릴 수 있었네요.
주님,
그동안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가슴에 빼곡이 쌓아두었던 것은
교만함과 욕심들로 실체를 드러내어
나를 꽁꽁 묶어 힘든 세월 견뎌왔건만
비움의 지혜를 가르쳐 준 당신이 있었기에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답니다.
껍질을 벗기고, 부질없는 집착과
욕심의 단단한 덩어리를 녹여주시어
그속에 깨끗이 닦아놓은 주님 사랑
담아 놓는 순간 기쁨의 눈물로 채우셨나이다.
주님,
비움과 버림은 사라짐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한
시작과 희망임을 깨닫게 하소서.
소박한 사랑이든
샘물같은 지혜이든
당신으로 부터 온 것이라면
기꺼이 담아 두겠나이다.
주님,
빈마음으로 살아 가는 행복이
얼마 큰 자유이고 기쁨인지
알았나이다.
하지만 온전히 비울 수 없는
나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내 마음 안에 만들어 놓은
어설픈 구유에서 탄생하신 주님께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없어
보물이라 생각해서 내어 놓으니
쓰레기 같은 오물임을 깨달은 순간
미안해 하는 나에게
평화로이 잠든 당신을 볼 수 있게 하였나이다.
주님,
아무 것 가지지 않고
보잘 것 없는 나의 구유에서
하늘의 영광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내 겸손함으로 가장 낮아지게 하시고
섬기는자 되어 당신의 종으로 살게 하소서.
세상의 욕심을 잊게 하시고
하늘을 바라보며
늘,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인도하소서.
어떤 유혹일지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물리칠수 있으리다.
비우고 버리어 새로운 출발에
임할 수 있도록 굳센 믿음 주소서. 아멘
-로사의 아침 묵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