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구조상 아랫입술이 윗입술의 배나 튀어 나온 안나 할머니.
입을 다물고서 촛점없는 시선으로 먼곳을 아련히 바라 보시는게 일과인 듯한 할머니.
무표정하기도 하고 깊이를 짐작할 수 없기도 한
그 눈이 가 닿는 곳은 어딜까 가끔 궁금하지요.
때론 할머니랑 나란히 앉아서 그 방향으로 같이 따라가 보지만 알 길이 없더라고요.
눈이라도 지그시 감으면 영락없는 도사의 얼굴입니다.
그만큼 넉넉해 보이고 편해 보이면서도
뭔가 세상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
무욕, 무위, 빈 마음 뭐 그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안나 할머니는 불편한 손을 의지로 조절하기 힘들다 보니
손톱이 길어도 누군가 깎아주지 않으면 손톱이 파고드는 불편과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합니다.
몇번 손톱을 깎아 드렸더니
할머니 침 맞을 차례가 되자 손톱깎기부터 내밀었어요.
많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그 모습에 옆의 할머니들
“침 놔주기도 바쁜 양반한데 손톱을 깎아 달래니,쯧쯧..”
무안해 하시는 안나 할머니께
“손톱 깎아 드리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예요.” 하고 달래 드리는 마음
짠하기만 합니다.
손의 방향이 비정상적으로 틀어져 있어 손톱 깎기 쉽지 않다 보니 그만
“앗 차!”
손톱 옆 살을 찝고 말았어요.
금새 피가 방울 방울.
“어쩌나 —”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니까…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도사 같은 안나 할머니 한 말씀.
“침 맞은 셈 칠껴.”
헌데 평상시 말씀 없으신 안나 할머니의 그 다음 말씀에
난 그만 웃고 말았지만 마음 한 모퉁이의 알싸함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도 이쁘게 생겨서 남자들이 줄줄 따라 다녔으면 좋을 틴디…”
“할머니 그러셨어요?”
“그럼.”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모든 감정 깊은 평정의 모습안에 침묵으로 담고 사셨구나.
인간의 감정 별 다를게 없음을 알면서
왜 때론 무심결에 비적용의 범주를 만드는겐지요.
순간 순간 아이러니컬한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그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음을 체험하곤 한답니다.
나의 모남이 이럴진데 그 누굴—
도처에 포복해 있는 나의 무심함과 모남 앞에서 말입니다.
내게 속의 말씀을 하시는 할머니를 뵈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요.
말과 침묵 사이에 사랑의 꽃이 피어 나는 듯한…
응축된 말과 침묵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가운데
그 말들은 한송이 한송이 사랑의 꽃이 되어
할머니와 나 사이에 뭉글 뭉글 피어나는듯한 그런 생각.
그 순간 그곳은 불과 몇마디 말이 오고 갔을 뿐인데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만개.
그 꽃이 아름답게 피어 나길 바라는 마음과 합하여져서 말입니다.
세상의 어느 한모퉁이가 그날의 그 꽃들의 벙글어짐으로 환해 졌을거예요.
분명 아름다워 졌을거예요.
세상이 이런 기운으로 가득 찼으면 참 좋겠어요.
님들의 주위에도 사랑의 꽃들이 만개하길 기도 드리며…
이 헬레나: 사랑을 실천하신 자매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흐믓하네요
자주 들어오셔서 좋은 글 부탁 드려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주님안에 기쁨찾는 나날 되시기를 기도 합니다 [09/06-23:47]
프란 : 마음이 따스한 분인것 같네요. 늘 행복하시길 [09/07-00:25]
최 마리아: 헬레나자매님.
이곳에 들어 오면 도처에서 자매님의 흔적을 발견하곤 하지요.
그런 자매님이야말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늘 한답니다. 은혜로운 주일이시길…
프란님의 마음이 무엇보다 따스해서 그렇게 보이는건 아닐까요? [09/07-1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