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통고

울 본당 (반월 통고의 어머니 성당 남성 부회장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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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통고

배추가 요즘 귀하신 몸이 되었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의 대상인 배추. 배추도 고통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배추7고, 배추통고라 칭하고 묵상 합니다.

제1고(苦) 밑동이 잘려나감을 묵상 합시다.

농부가 잘 자란 배추 밑동을 큰 칼이나 낫으로 그동안 양분을 주고 존재의 근거지가 되었던 뿌리를 여지없이 잘라 냅니다.

우리도 하느님께로 가기 위해서는 세상의 연을 과감히 잘라내야 합니다. 돈, 음주, 흡연, 도박…. 잘라내야 할 것이 아주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셨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달려 나갔듯이 우리도 그런 결단이 필요 합니다.

제2고(苦) 단으로 묶여짐을 묵상 합시다.

생면부지의 낯설고 못생긴 배추와 2개, 3개씩 단으로 묶여지니 답답하고 불쾌 합니다.

성당이란 울타리로, 소공동체로, 각종 단체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내 목소리를 낮추며 상대에 대해 존경과 배려의 마음을 우린 얼마나 가졌는가? 나중심의 사고와 언행은 남에겐 비수가 될 수 있음을…

제3고(苦) 겉 껍질이 벗겨짐을 묵상 합시다.

화려하게 푸르름을 자랑하던 겉잎이라도 흙이나 먼지, 농약 등을 머금고 있는 겉껍질은 벗겨져 버려 집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것은 겉모습 뿐. 화려한 겉모습은 온갖 더러운 것에 싶게 노출되어 오염되기 십상입니다. 좀 부끄럽지만 예수님 앞 이라면 이런 겉옷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4고(苦) 배 갈라짐을 묵상 합시다.

날선 칼로 배추를 반으로 쪼개어 썩은 것, 병든 부분을 도려냅니다.

겉은 멀쩡해도 우린 내면에서 썩고 부패한 생각들을 수시로 합니다. 이런 내면의 병듦을 치유해야만 진정 하느님 편 사람이 아닐까요.

제5고(苦) 소금에 절여짐을 묵상 합시다.

뻣뻣하던 잎들도 소금 한줌에 풀이 죽어 버립니다.

잘난 척, 똑똑한 척, 고고한 척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남을 우수이 여기던 우리들.. 정말 예수님 앞에서도 그럴까요? 겸손한 모습으로 나를 죽이며 살자고요.

제6고(苦) 갖은 양념에 버무려 짐을 묵상 합시다.

시뻘건 양념에 버무려 집니다. 맵고, 짜고, 쓰라린 이 통증…

우리 인생도 그렇지요. 고춧가루처럼 매운 눈물을 흘릴 때도, 마늘처럼 얼얼한 실패를 맛 볼 때도, 생강처럼 쓴 시련, 젓갈처럼 냄새나는 경험들을 하며 삽니다. 간혹 설탕처럼 달콤할 때도 있지만… 이런 양념들이 어우러져 훌륭한 김치가 되듯이 우리 인생도 맛나지지 않을까요?

제7고 항아리에 담겨 땅에 묻침을 묵상 합시다.

이제 김치를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습니다. 아무도 배추를 장사 지낸다고 하진 않죠. 배추만 그렇게 믿을 뿐…

이렇게 장사(?)지내진 배추는 3일후 30일후 3개월 후 천상잔치 만찬 상 가장 가운데에 놓여 진다는 사실을 배추만 빼고 다 알지롱.

단, 인생 험하게 산 맛없는 김치들은 김치찌개, 김치전 (돼지고기나 밀가루 같은 다른 족속들과 어울려)으로 연옥 불구경해야 합니다.

끝. 2010.10. 첫 날 유정하 비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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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통고에 1개의 응답

  1. 이헬레나 님의 말:

    한참을 웃었습니다 재치있는 글솜씨와 적절한 비유로 우리의 삶을 정리해주신 글을 읽으면서
    반성이 되었지요 주말아침 신앙생활도 사회생활도 부모노릇 자식노릇 모두 다…
    열심히 해야한다고 새롭게 다짐해봅니다
    저녁노을처럼 언제나 기쁨과 아쉬움과 행복을 전해주시는 모니카자매님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즐건 하루 보내세요 감사+ 감사해요^*^

  2. ^*^ 님의 말:

    요즘 배추는 ……가끔은 귀한 존재가 되네요..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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