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이 되고 싶은 아이

-루가 신부님의 글입니다-

「 “만일 여러분이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이 된다면, 어떤 것이 되고 싶은가요?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느날 선생님이 초등학교 1학년 수업시간에 질문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경쟁하듯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먹보 철호에게 발표를 시켰습니다.

“저는요, 냉장고가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냉장고 속에 가득찬 맛있는 과일이랑, 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예요.”

교실안은 온통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웃음 소리가 그치자, 이번에는 반에서 제일 똑똑한 희경이가 텔레비젼이 되고 싶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철호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짐작하며 희경이에게 텔레비젼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희경이는 반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아니예요. 선생님, 만약 제가 텔레비젼이 된다면, 부모님은 좀더 자주 저를 보실 것이고 더 열심히 돌봐 주실 테니까요. 그리고 부모님은 지금보다 훨씬 더 주의깊게 제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주시고, 제가 뭐라고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조용히 해!’ 하고 소리를 치실 거예요. 뿐만 아니라 갑자기 밖에 나가서 놀라거나,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자러 가라거나 하시지도 않을 거예요. 절대로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드시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도 희경이네 부모님은 희경이보다 텔레비전을 더 사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희경이를 사랑해서 그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뒷바라지도 하고, 마음도 쓰고, 일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희경이네 부모님은 희경이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희경이를 더욱 바라보지 않았고, 희경이와 함께 머무를줄 몰랐던 것입니다.

희경이는 오늘 하루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이야기하고 싶고, 자신의 고민도 이야기하고 싶고, 함께 방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싶어합니다. 이런 희경이의 마음을 부모님께서 아셨다면 더욱 희경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필요한 것” “참 좋은 몫”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빼앗아서는 안될 그것”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것은 예수님께 귀를 기울임이고, 예수님을 더욱 바라보기이고 예수님 안에서 머무르기입니다. 그렇습니다. 희경이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예수님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희경이가 텔레비전이 되고 싶었듯이, 예수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 싶어 하십니다. 자연 안에서도 그분은 얼굴을 내밀고 계시고, 사람들을 통해서도 자꾸 말씀하십니다. “○○야, 나 좀 바라봐.” “○○야, 내 말좀 들어볼래?” 하고 다가 오시는 예수님.. 그 예수님께, “예” 하면서 함께 머무를 줄 아는 사람은 참 좋은 몫을 택한 사람이고, 정작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 교구에 새 교구장님께서 오십니다. 전임 교구장이신 김창렬 바오로 주교님은 퇴임을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기도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목도 잘 할 줄 모릅니다. 그저 기도 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 나머지는 다 그분께서 알아서 해 주셨고, 그래서 오늘날 우리 교구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남은 일생도 기도 밖에 할 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서 마감하고 싶습니다.”

제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늘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도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권고합니다. 예수님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각 가정에서,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속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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