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어느 시골 본당에서 신부님께서 미사 후에 수녀님들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마침 금요일이었습니다. 식탁에 앉자 자매님이 음식을 내왔는데 닭고기 요리였습니다.
신부님은 무척 당황했습니다. 금요일인데다가, 사제가 금육을 안 지키면서 신자들에게는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수녀님들께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매님! 오늘 금요일인데 왜 닭고기를 요리했습니까? 지난 번 예비자 교리 때 금요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가르쳐 드렸지 않습니까?“
그 자매는 얼마 전에 영세 받은 후 사제관에서 봉사를 해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신부님! 금요일에 네발로 다니는 것은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고요. 그런데 닭은 두 발인데요.”
신부님은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네 발을 말씀하셨지만 그 자매님은 두 발 달린 것은 금요일에 가능하다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몰라서 지키지 않는 사람과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안지키면서 남에게는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예수님은 안식일도 지키지 않으셨고, 정결례도 지키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율법의 혁명자로 생각했을까요?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가르치러 오신 분으로 생각했을까요? 예수님의 반대자들은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회의 암과 같은 존재이다. 그분이 더 활보하시면 우리 사회는 기강이 무너진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의미를 바로 잡고 심화시키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의 말씀을 없애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
예수님은 율법을 없애러 오신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구약은 하느님이 예수님을 보내시어 인류를 결합시키는 신약의 예비이며, 그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로마3,21.10,4). 실물이 나타나면 이제 그림자는 존재를 감추고 사라져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파괴가 아니라 건설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이 명하는 도덕을 조금도 파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가져다 준 개혁은 넓고 또한 깊은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말해 두는데, 천지가 없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율법은 일 점 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율법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완전이 보충되어 완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법은 모세의 율법이라는 좁은 의미에 국한 되어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율법이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보여주시면서 율법을 완전하게 만드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계명 중에 하나라도 스스로 어기거나, 어기도록 남을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다.
조그마한 일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을 행하지 않는 것은 복음의 완덕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완전한 義에는 자기의 의무를 완전히 수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계명을 지키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멸망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을, 당신 아들까지 내어 주시면서 구원하신 그 사람을 잘못 인도하여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어느날, 대흥동에서 어떤 신자분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이었는데 저를 붙들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 저희가 금요일에는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금육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지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금요일에 고기를 더 먹습니다. 신자들끼리 모여도 고기집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금요일이니 간단하게 먹자고 해도 어떠냐고 그럽니다.
자매들이 이렇게도 말합니다.
“뭐 신부님들도 드시는데 어때요?”
…
그 자매님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가장 작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사랑이신 주님!
오늘 이 말씀을 가슴에 새겨보면서 제가 지키는 계명 중 그 의미를 상실하고 형식적으로 지키는 계명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제가 지키는 계명 중에 나도 모르게 남을 어기도록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의로 어기게 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도록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 당신 나라에서 당신의 영원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