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제15주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 파견하시면서 파견된 사람의 자세와 파견된 사람의 임무를 말씀해 주십니다. 이렇게 파견된 제자들은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가르치며 마귀들을 쫓아 내고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파견된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파견된 사람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먼저 파견된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파견된 열두 제자는 특별히 재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다른 이들과는 구별되는 어떤 능력이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 너무도 평범해서 남들에게 뭔가를 전하는데 부족함을 느낄만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안정된 삶의 자리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특별한 사람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부르셔서 당신 사업을 완성하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1독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에 등장하는 아모스 예언자는 그가 어떤 예언자 집단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본시 예언자가 아니다. 예언자의 무리에 어울린 적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목자요 돌무화과를 가꾸는 농부다. 나는 양 떼를 몰고 다니다가 주님께 잡힌 사람이다.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가서 말을 전하라고 하시는 주님의 분부를 받고 왔을 뿐이다.”
그러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어떤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 그분께서 하라 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부르심을 받고 파견된 사람인데 나는 지금 그분의 부르심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거부하고 있다면 빨리 그분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파견된 사람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뽑을 때는 어떤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뽑힌 사람은 무조건 자신의 사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농사꾼 아모스 예언자는 하느님의 덫에 걸려서 남부 왕국의 평온한 생활을 버리고 북부 왕국에서 불의를 고발하고 하느님을 대변하여 예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부 왕국의 사제 아마지야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 와서 콩나라 팥나라 하고 있으니 아마지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모스는 농사꾼이고 아마지야는 고귀한 신분인 사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하기에 아마지야에게는 아모스의 비판과 단죄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닌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지금 중요한 것은 남부 유다 왕국의 한 농사꾼이 지금 북 이스라엘에 와서 그것도 성소의 책임자 아마지야 사제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모스는 하느님께 잘못 걸려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도 좀 그럴듯한 사람을 보낼 것이지 뭐하러 농사꾼은 보내서 이리 고생시키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이나 고관이나 재력 있는 폼나는 사람을 보냈다면 좀 먹혀들어가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농사꾼을 보내셔서 당신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누구를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말씀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파견된 사람은 자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파견하신 분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뿐입니다. 말씀을 전하라면 전하고 병을 고쳐주라면 고쳐주고. 죄를 용서해 주라면 용서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파견된 사람으로서 임무를 소홀히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나는 농사꾼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전하겠습니까? 나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집에 어린 아이도 있고, 시부모도 모셔야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나올 것이 아니라 하라면 하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하라면 해야 하는데 나는 너무도 핑계를 대고 하기를 꺼려 합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을 너무도 잘 받아들입니다.
아모스가 자신의 신분을 비하하면서 아마지야 앞에서 기가 주어서 말도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지금 상황이 어렵고 내가 말한다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화를 낼 것 같고. 지금 저 사람은 바쁜 것 같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말씀의 선포자로 파견하셨습니다. 내 가정과 이웃과 주변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라고, 그리고 그들에게 신앙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보여주라고 나를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파견하신 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살고 있다면. 그 사명을 실천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나는 파견하신 분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분을 거역하고, 부정하는 것입니다.
결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고 천지 창조 이전에 이미 우리를 뽑아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뽑힌 사람들이며 더 나아가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견된 사람으로서, 뽑힌 사람으로서 뽑힌 사람답게, 파견된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