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먼저 가톨릭 교회도 세상의 많은 종교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종교행위를 가지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종교란 인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인류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선사시대의 유물에서부터 첨단 과학을 이룩하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
교가 없던 시대는 없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종교는 단순히 도덕의
완성이라든가 나약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
람들의 대부분은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이다. 종교의 많은 지도자들은 그가 살던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나약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람을 그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종교를 제대로 이해
한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종교를 갖고 살아가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1.1. 종교의 어의(語義)
종교라는 말의 의미는 라틴어의 Religio(렐리지오)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이 말의 기원은 세 가지의 다른 곳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① \’다시 읽어본다\’ ② \’다시
묶는다\’ ③ \’다시 선택한다\’는 뜻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설의 공통적
인 의미는 인간이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되찾고자 하는 행동을 뜻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원래는 알고 있었고 지니고 있었던 신을 다시 찾기 위한 노력이 종교라는 것
이다.
종교(宗敎)라는 한자어의 번역의미를 알아보면 종(宗)은 \’마루 종\’이라는 뜻
으로 모든 것의 으뜸이며 중심임을 뜻한다. 그리고 교(敎)는 \’가르칠 교\’라는 뜻으로
종교란 모든 가르침에서 기본이며 중심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인간 교육의 기본
은 종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며 으뜸가는 가르침을 배우지 않
고 아무리 많은 교육을 한다해도 그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이러한 의미를 생각할 때 종교는 반드시 다시 찾아야하는 인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종교를 갖지 않는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개념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만일 종교를 여유가 생
기면 가져보겠다고 한다면 인간의 기본을 알고 찾기를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
이다. 종교란 여유가 생기면 갖는 장식물이나 취미생활이 아니고 인간이 찾고 구해야
하는 기본인 것이다.
1.2. 종교의 정의와 요소
그렇다면 인간이 반드시 다시 찾아야하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인 종교란 무엇일
까? 그것은 바로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아는 것
이 종교의 본질이다. 신을 알고 인간을 알고 그 관계를 아는 것이 종교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은 종교의 대상이고 인간은 종교행위를 하는 주체이고 그 관계는
종교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종교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즉 그것은
바로 신앙의 대상(하느님)에 대한 이해인 교리와 신앙행위를 하는 주체인 인간이 지
켜야하는 종교계율과 신앙의 행위인 종교의식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천주교회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은총을 얻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 종교성을 지닌 인간의 문제
2.1. 불림을 받은 인간
2.1.1. 물음을 가진 인간
인간은 자기 존재의 근원, 목적, 이유 등에 대하여 꾸준히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
으려 한다. 즉 어린 시절부터 사람은 어떻게 태어날까?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등 아주 유치하게 느껴지는 질문에서부터 철학적인 질문까
지 계속 질문을 하며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 중에서 중요한 물음
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윤리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물음
인간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어디까지 책임을 져
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갖는다.
(2) 인간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삶의 의미가 계속되는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하
는 물음이다. 즉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를
생각하고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3) 개인적인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
홀로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공동체를 떠나서 살아갈 수가 없음을 알고 그 안에서
주어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계속 물음을 갖게 된다.
2.1.2. 주체로서 묻는 인간
물음을 가진 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묻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의식
하고 체험하지만 스스로 완전히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2.1.3. 무한을 추구하는 인간
스스로 완전히 모든 설명을 할 수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무한을 추구하는 인간이
다. 즉 인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계를 꾸준히 극복하며 무한히 성장하고자 하는 개
방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지만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보는 세상을 넓혀 가면서 유한한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
을 넘어서려하고 또 실제로 넘어서 기도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모든
것을 넘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는 과정 중의 존재인 것이다.
2.1.4. 자유와 책임을 가진 인간
무한을 향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자유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
유는 책임을 지는 자유인 것이다. 인간이 하는 행동들 중에는 많은 것들이 자신이 의
식하고 있는 것들이고 또 그 행동들은 때에 따라 받아들일 수도 거절할 수도 있었던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에 따른 책임문제가 대두되면 그 상황을 숙명적이라고 변명을
하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자유는 좋아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인간의 잘못된 모습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유와 책임을 가진 존재로서
이해해야하는 것이다.
2.2. 절대자 앞에 선 인간
인간은 독립된 주체로서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무
한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아직 체험해보지는 못
했지만 무한의 경지에 다다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인간은 확인해보지 못한 어떤 경지
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해보지 못한 경지를 신이라고 할 때 인간의 문제는
언제나 신의 문제와 연결되고 신의 경지에 다다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
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 안에서 받아들였든 거부하였든 신은 항상 문제로 나타났던 것이다.
신에 관한 문제는 그 모습이 물체이던 상상이던 선각자들에 의해 계속 타파되고 수정
되어 왔다.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존재의 근거 문제를 사색함으로써 절대자에 대한 접
근을 시도하였다. 과학자들은 원인과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에
해답하여 왔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덮고 절대자에 귀의함으로써 궁극
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2.2.1. 인간 문화의 공통성 안에서 神名(신의 이름)
그렇다면 하느님 혹은 신은 실재하는가? 그 개념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
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의 설명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들은
누구나가 일반적이며 오관의 대상이 아닌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인정하고 교류를 해
왔다는 것이 역사의 사실이고 세계 각국의 문화 속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지 쉽게 인간들의 이런 교류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이란 그
이름의 구체적인 명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부인할 수 없
으며, 실제의 모든 현상을 초월하는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신앙
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주교회의 모든 교리를 요약하고 있는 교리 문답에서 언제나 그 첫 질
문은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나왔는가?\”하는 질문이고 그 대답은 \”사람이 천
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느니라\”라고 하고 있는 것
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부인할 수 없는 그래서 인간을 넘어서 있는 천주를 알아
공경하는 것이 인간이 해야할 첫째 과제인 것이다.
2.2.2. 신을 부르는 사람들(종교인)
물론 이런 신의 이름은 종교에 따라 다르고 또 때로는 변한다 하더라도 신의 영
역은 늘 인간의 삶 안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신을 상징하는 어떤 용어도 다 없어지고
신의 영역이 인간의 삶 안에서 부정된다면 그것은 인간성의 상실이 되고 말 것이다.
만일 그런 곳이 있다면 인간의 자유도 품위도 사라지고 동물의 세계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신은 인간을 위하여, 더 나아가 인간의 인간다움을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이
다. 신은 언제나 인간들의 비인간적 행위를 단죄하고 징벌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인
간다움에는 축복하고 보호하는 존재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의 있는 인간,
겸허하고 악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인간, 선과 진을 추구하는 인간을 볼 수 있게되는
것은 신념이 있는 인간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신은 어떤 발음이 아니고 삶의 내용이다. 인간이 상상하거나 요청해서 만
들어낸 존재가 아니고 신뢰하고 믿고 승복해야할 절대자이신 분이다.
2.2.3. 神 인식
그런데 인간이 신을 인식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신을 알아 공경하는
것이 인간의 첫 과제라면 그것은 바로 신의 인식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선
천적으로 신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신은 오관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아니기에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에 대한 인식도 출발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으로부터 출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어린아이는 신부님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며 신의 인식을 시작
한다. 이처럼 인간은 구체적이고 초보적인 인식에서 출발하여 초월자 절대자의 인식
으로 다가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2.4. 위격적 존재로서의 신
이처럼 신은 인간의 인식을 통하여 파악되고 또 인간적인 관계에서 파악된다면
신은 하나의 물적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물적 대상이란 소유물이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신과 인간은 물적인 대상이 아니라 관계로서 파악되고 서로 상대
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신과의 관계를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돼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신을 위격적 존재로 파악하는 것도 한계성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왜
냐하면 인간은 인간에게만 위격이라는 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2.5. 神人 관계
이런 위격적인 만남은 예속감으로 표현된다. 이 예속감은 노예적인 종속이 아니
라 인간의 한계성의 자각이며 초월자의 인정이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
정한다면 그것을 넘어서는 존재에 속함을 고백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
서 신의 부정은 자신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고 있는 것과 생긴 것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할 것이다.
2.2.6. 신과의 만남
신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종교 현상이고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만남을 통해 인간은 무한에로 개방된 존재가 되는 것이
다. 그런데 이런 신과의 만남은 간접적인 현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과의 만남이
인간 자신에게 직접적인 체험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현상계의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
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하튼 신과의 만남이 인간에게는 두 가지 방향 즉 수락할 것이냐 거부할 것이
냐의 결단을 요구하게 된다. 거부한다면 인간은 현세적이고 사실적인 것에만 머무를
것이고 수락한다면 하느님의 계시에 자신을 맡겨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다. 이러한 신앙의 결단으로 인간은 신과 일치하며 인간은 자기의 위치를 찾게되고 창
조주와 일치하여 자기 해방에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인간 해방이며 무한의 세계로 자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를 주장하
고 그 이유로 신을 거부한다면 결국 자기의 한계성과 소멸성과 함께 자기를 상실하게
되고 자기 모순에 빠져 부조리만을 체험하게 된다. 신을 거부하는 현대인의 특성이 바
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