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요란했던 지난 저녁에 비하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입니다.
풀벌레 소리에 정겨움을 느끼며
낯에 통화한 아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행복해 합니다.
근무를 설 때 야생동물의 소리가 오싹하게 만든다고….
더구나 고라니 소리는 사람의 비명같아서 소름이 돋는다고 했습니다.
군대가면 철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투정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부모를 생각해 가기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애잔했지만 그대로 받아주면서 몇곱절로 신나게 웃었습니다.
아마 아들도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을까요?
작은 것에도 살아있는 반응을 보이는 엄마가
군대가서 생각하니 더 마음이 무거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늘 함께 하여 주시기에 부족한 저는 신경을 덜 쓰고 있지요.
매번 저의 욕심이 아니면 사랑으로 다가오심을
피부로 느끼기에 아버지께 맡기고 전 편히 잠을 잡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이고 그 선물의 속을 채워주시고 계신
아버지의 사랑에 늘 감사합니다.
언젠가 전화해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생전 처음으로 기름을 묻히고 차를 관리하면서 문득 엄마의 차가 생각났답니다.
자신의 손으로 세차를 많이 해 드리지 못하고 기쁘게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한 손이라 하면서 만져주던 엄마,
귀한 발이라 하면서 발지압을 해주었던 아빠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그 손엔 삽을 들고 그 발엔 군화를 신고 있는 자신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너의 손과 발이 지금은 더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 넌 섬기는 사람의 자세를 배우고 있는 것이라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껏 엄마, 아빠에게 섬김을 받는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이젠 섬길 줄 아는 사람의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
틀을 갖춘 새로운 사람으로 나는 것이라고…
맞지요 아버지?
오늘 출세와 섬김에 대해서 하시는 말씀 속에서 지난 일이 떠 올랐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와 높은 자리에 대한 청을 드립니다.
권력의 욕심이 아니라 그저 머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럴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하는 예수님과 함께 하고자 하는 그 마음….
그러자 출세와 섬김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예수님!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라고……
그 말씀에 저라면 \”아버지, 그건 못하는구먼요. 그냥 자리만 어떻게…
그러면 열심히 할께요.\” 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집착이나 욕심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함의 어려움에 순간 두려움이
저를 음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겪으실 일들을 알지 못했지만 그냥 두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공동체에서 저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을 해 봅니다.
높은 자리만을 원하면서 무엇을 했는지…
장을 원하면서 진정 아버지의 말씀대로 살아온 저였는지요.
섬김을 받으려 하면서 섬길 줄 알았던 저였는지 반성해 봅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토대로 살아가면서 묵상하고 그 안에서 저를 돌아보며 성찰하여
더 멋진 공동체의 봉사자로 자리매김을 하였는지요.
권위만을 원하면서 정작 뒷짐지고 돌아다닌 저가 아니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사랑으로 섬기고 사랑으로 허리숙여 인사하면서
진정한 봉사자의 자세로 저를 낮추었어야 함인데 그리하였는지….
고난을 감수하고 기쁨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의로운 신앙인의 모습임인데
그것을 깨닫고 있었는지 돌이켜 봅니다.
오로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겸손되이 저를 낮추고
희생할 수 있는 저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만을 고집하면서
욕심의 계단에서 손을 놓지 못한 채로, 집착의 추한 모습만을 보이며
매달려 있지 않았었는지요.
예수님께서도 섬기러 오셨음을 망각하고 섬김을 받으려 했던
부족한 저가 아니었는지 가슴으로 반성해 봅니다.
사랑이신 아버지!
제자둘이 높은 자리를 청하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저희가 받을 수 있느냐?\” 라고..
좋은 자리만을 원하면서 아버지의 수난을 안지 않으려 했던 제게 하시는 말씀처럼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고난은 이기려 하지 않으면서 좋은 자리를 워하고 권위만을 바라며
봉사자의 길을 걷진 않았는지 돌이켜보게 하셨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높은 자리를 자신들의 욕심에서 청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저 예수님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서 그랬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봉사자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단채,
저의 욕심과 권위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는지요.
사랑이신 아버지를 흠모하는 마음보다
저의 욕심을 세우기에 급급해 청한 적은 없었는지요.
아버지의 수난을 함께 하지도 못하면서 자리만을 원했던 저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누가 무엇을 청하고 어떻게 길을 가든
그를 탓하지 않고
아버지의 수난을 가슴에 담고 꿋꿋이 살아가게 하소서.
삶의 길을 감에 있어서 평탄한 길만이 펼쳐져 있는게 아님을 알게 하시어
거뜬히 헤져나가며 사랑의 힘으로 지혜롭게 걷게 하소서.
고난이 고난이 아니라 사랑의 지뢰밭임을 깨닫게 하시어
두려워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오로지 믿음의 빛과 사랑으로 섬기는 이의 자세로
겸손되이 저를 내어놓게 하소서.
사랑의 지뢰가 터짐에 죽음이 아니라 새로 나는 저로 변화됨을 깨닫게 하시어
고난을 사랑으로 안고 힘차게 나아가는 저가 되게 하소서.
아멘.
